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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에는 한차례 ‘독서’ 바람이 불었다. 한강 작가가 제124회 노벨상에서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한강 작가의 인기 작품은 물론이고, 국내 도서를 넘어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까지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벨상은 1901년 제정된 상으로, 스웨덴 화학자 ‘알프레도 노벨(1833~1896)’이 유산을 기금으로 한다. 그는 사망 전 재산을 헌납하고,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5개 부문에서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수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매년 10월, 1969년 추가된 ▲경제학을 더해 총 6개 부문의 수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노벨문학상은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뛰어나게 기여한 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노벨상 제정 이후 총 116차례 수여됐다. 2024년 현재까지 수상자는 총 121명이다. 최근 3년 동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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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대한민국 ‘한강’
대한민국 소설가 한강은 2024년 ‘제124회 노벨상’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노벨평화상)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며,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강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 참가해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며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연설문을 통해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문학에서 수천 년 동안 제기돼 왔으며 오늘날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은 1994년 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1995)>, <검은 사슴(1998)>, <채식주의자(2007)>, <희랍어 시간(2011)>,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 수많은 장·단편 소설을 선보이며 전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가 됐다.
특히,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소설집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6년, 아시아 최초로 영국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하나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다. 1980년 당시 광주가 겪은 역사적 아픔을 한강만의 섬세한 문체와 방식으로 풀어내며,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강이 역사를 다룬 작품은 또 있다.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 사건을 덤덤하게 다루며,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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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노르웨이 ‘욘 포세’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이라는 평과 함께 2023년 노벨문상학상에 선정됐다.
욘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소설 <보트 창고(1989)>로 주목받기 시작해, <멜랑콜리아I-II(1995-1996)>, <아침 그리고 저녁(2000)> 등의 소설을 출간하며 인기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선보이며 희곡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름(1995)>, <기타맨(1997)>, 계절 3부작에 이르는 <어느 여름날(1999), 가을날의 꿈(1999), 겨울(2000)> 등의 작품을 통해 희곡작가로도 자리를 굳혔다. 그의 희곡들은 세계 곳곳에서 900회 이상의 무대에 올랐으며, ‘제2의 헨리크 입센’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욘 포세는 2023 노벨문학상 외에도 많은 상에 이름을 올린 작가다. 그의 대표작 <멜랑콜리아 I-II>를 통해 멜솜 문학상과 순뫼레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으며, 이후 희곡을 통해서는 입센 문학상, 아스케하우그 문학상, 스웨덴·노르웨이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북유럽 최고의 극작가에게 수여되는 네스트로이상까지 거머쥐며 희곡작가로서의 전성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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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프랑스 ‘아니 에르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는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이라는 평을 받으며 지난 2022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는 1974년 자전적 내용을 담은 <빈 옷장>으로 등단하며 이름을 알렸다. <빈 옷장>은 당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후 임신 중절에 대해 다룬 또 하나의 자전적 소설 <사건(2000)>을 출간했다. 이는 2021년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으로 재탄생했으며,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 밖에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의 자리(1984)>, 어머니의 삶을 담은 <한 여자(1987)> 등의 출간을 통해 자전적 소설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남자의 자리>는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대표작 중 하나인 <세월(2008)은 출간 직후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등 다양한 상에 이름을 올리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아니 에르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프랑스 여성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프랑스는 적지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여성 수상자는 아니 에르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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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전문
폐하,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여덟 살 때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하늘이 터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심해서 20여 명의 아이가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밑으로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축축함이 팔과 종아리를 적시자 갑자기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저와 함께 서 있는 모든 사람, 그리고 저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제각각 ‘나’로서 살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저와 마찬가지로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묻은 축축함을 그들도 느꼈습니다. 경이로움의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관점을 경험한 것입니다.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거듭거듭 되살렸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마음의 깊은 곳으로,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으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질문이 있고,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자아에 보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1인칭 관점으로 상상하는 것을 고집합니다.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유지합니다.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합니다. 저는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여기 서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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