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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면, 우리는 흔히 “시간 참 빨라”라거나 “올해는 참 길었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을 표현할 때 문장 속에 다양한 감정을 끼워 넣는 걸 즐깁니다. 시간과 감정을 섞어 말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다르지 않죠. 그러한 문장 속에는 ‘위로’도 보이고, ‘후회’도 보입니다. 중요한 건, 시간의 속성에는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와 ‘시간은 또 온다’라는 불변의 두 상황이 공존하는 모순을 지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 덕분에 ‘시간’은 늘 우리에게 ‘반성’과 ‘성장’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이 질문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자녀와 몇 시간을 대화하시나요?” 여기서 ‘대화하다’라는 의미는 부모가 자녀와 같은 시간에 같은 주제로 대화하는 걸 의미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간헐적으로 대화하는 건 인정하지 않습니다.
2021년 글로벌 교육 문화 기업 ‘비상교육’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부모가 하루 평균 자녀와 나누는 대화 시간이 ‘30분 이상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3명꼴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은 1시간이 안 되는 대화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죠. 특히, 이번 설문에서도 대화의 주체는 ‘엄마’가 주도적으로 많았고, 아빠는 10명 중 채 1명도 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양육 효과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자녀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자아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며, 사회적 기술과 언어 능력까지 향상하게 만듭니다. 또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고 갈등과 불일치를 겪는 자녀가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돕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건,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기 좋은 시간대는 아이가 일상을 보내고 편안하게 누운 취침 전이나 꿀잠을 잔 후 맛있는 아침을 먹고 있을 때라고 하니 부모님들이 눈여겨볼 만하죠.
또, 자녀의 시간과 관련해 ‘데이터’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하루 대화 시간을 최소 1시간으로 정하고 일주일이면 7시간을 자녀와 대화하는 원칙을 정하는 건 꽤 중요합니다. 그럼, 주중에 부모가 모임 참석 등으로 자녀와 1시간을 대화하지 못했다면 주말에 2시간을 대화해야 하는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죠. 즉, 부모가 이렇게 대화 시간을 데이터로 관리하면 자녀와의 대화가 체계적으로 바뀌고 더불어 부모의 소통력도 튼튼해집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누는 대화는 자녀의 마음에 ‘방’ 한 개를 소유하게 만듭니다. 그만큼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녀의 마음속에는 안전한 방이 생기고 그 방 덕분에 자녀의 일상은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이걸 학계에서는 ‘마음의 방 효과’라고 부릅니다. 자녀 대부분은 마음속에 부모가 만들어 준 방 한 개씩 가지고 있지만, 부모가 내어주는 시간에 따라 마음의 방 크기와 꾸밈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 중에는 자그마한 방조차 하나 없는 아이도 있습니다. 결국 아이 마음속에 방이 없다는 건, 아이가 방을 갖고 싶어 위험한 방을 기웃거릴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자녀의 ‘시간’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요즘 자녀들은 자신이 누리는 시간이 부모 세대보다 값지고 소중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하루를 놓고 보면 부모 세대에 비해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죠. 학교에도 가야 하고, 학원에도 가야 합니다. 여기에 밀린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남은 시간에는 다양한 사회활동도 참여해야 하죠. 다른 건 몰라도 자녀는 부모가 화내는 지점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요즘 자녀들은 ‘교환 법칙’에 민감합니다. 그러니까 자녀는 남은 자투리 시간을 두고 부모가 요구하는 행위와 자녀의 기댓값이 같거나 비슷해야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0대 청소년의 스포츠 팬층이 많이 감소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 있습니다. 보도의 핵심은 요즘 자녀들은 부모 세대가 즐겨 봤던 야구, 축구, 농구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어렸을 때 스포츠 경기를 자주 봤던 건 별로 볼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자녀들은 다르죠. 지금 자녀 세대는 스마트폰 안에만 해도 볼 게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요즘 자녀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 대신 게임, 유튜브, SNS 등과 같은 다른 놀이와 교환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게임을 대신할 수 있는 걸 찾기 쉽지 않고, 여자아이의 경우도 SNS를 대신할 수 있는 걸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이자 ‘틱톡’이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생애 주기에서 청소년기를 통과하는 자녀에게 ‘시간’은 곧 성장과 직결된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근데 최근 들어 자녀 세대에서 일상의 시간을 잘못 보내 생기는 문제들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와 온라인 ‘도박’이죠. 또,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웹툰 등 무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도 자녀의 시간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일명 ‘누누티비’라고 하는 사이트에는 자녀가 봐서는 안 될 콘텐츠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고, 그러한 사이트를 방문하면 불법 온라인 도박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어 아이들을 도박 범죄로 끌어들이고 있죠.
이제 정리해 볼까요. 자녀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자녀 혼자는 불가능합니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자녀가 안전해지려면 자녀의 시간에 부모의 시간을 더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실천일 겁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자녀에게 너무 쉽게 ”시간을 잘 보내야 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예상컨대, 자녀가 아이라서 말하지 못했을 뿐 자녀는 이미 스스로 시간을 잘 보내는 게 부모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오래전에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남은 한 달은 자녀의 시간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부모가 자녀를 위해 부모의 시간을 더해 준다면 이번 2024년 한 해의 마무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꽤 근사한 피날레로 장식될 수 있을 겁니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자녀의 ‘시간’에 부모의 ‘시간’을 더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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