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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역사·고전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영상 매체를 바탕으로 한 시각적 정보에 익숙한 학생들은 책을 읽고 생각하며 상상하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잘 그려내지 못하고 고전을 접하면 더욱 많이 어려워한다. 일상의 단어가 아니다 보니 어휘가 어렵기도 하고 쓰여진 시대의 상황을 알지 못하면 더더욱 어렵다. 여기에 문학적 상상으로 채우지 못하면 더욱 ‘말이 안 돼요.’라는 반응도 보일 때가 있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도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단편적인 한 장면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문학을 읽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엄청난 과학적 발전으로 날마다 새로워지는 현대문명을 사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문학을 접하게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현대문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을 더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지 인문학 도서를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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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역사가 다 문학인 것은 아니지만 위대한 역사에는 문학이 반드시 포함된다
문학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한다. 작가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인간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과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법칙들을 설명해준다면, 문학은 그 법칙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때문에 문학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이러한 문학은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힘도 가지고 있어 많은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불평등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변화를 요구해왔다. 문학 작품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리딩엠의 초등 5학년 수업도서 <오즈의 마법사>에서 작가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각각 ‘도로시’로 일반 미국 중산층, ‘허수아비’로 디플레이션과 금본위제도에 의해 파산한 미 서부지역의 농부들, ‘양철 나무꾼’으로 낮은 임금과 빈약한 사회보장제도 하에 일하던 파산한 노동자들, ‘사자’로 입만 산 미국의 정치인들을 대변하며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 부분을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부개척, 남북전쟁 시대의 미국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동을 탐구할 수 있다.
◇ 문학이 가진 전달력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는 요즘도 많이 읽히는 대표적인 고전 소설이다. 소설 속 유명한 대사들이나 상황들은 사자성어 같은 형태로도 많이 남아서 현대에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리딩엠의 중등 수업 중 사자성어를 알아가는 시간에도 소설 <삼국지> 속 사자성어가 비유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유비가 제갈량을 등용하는 상황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오나라 여몽의 학식과 재주가 놀랍도록 늘었다는 것을 표현한 ‘괄목상대(刮目相對)’, 1차 북벌에서 가정 전투에 패배한 마속을 군율에 따라 처벌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 등의 표현은 현대에도 관용구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수많은 인물의 서사를 통해 특성을 파악하고 교훈을 배워갈 수 있는 소설이다 보니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읽었고 후대에도 소설의 구절이 인용될 만큼 파급력이 컸다. 소설 <삼국지>는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 분열의 역사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중국 한나라의 멸망 이후 통일왕조가 들어서기 어려웠다는 점을 분열의 원인과 과정을 통해 쉽게 이해하면서 위진남북조 시대 초반의 40~50년 역사를 소설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 문학 도서를 읽는 것이 두뇌 운동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의 뇌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활동이 달라진다. 영화와 같은 영상을 시청하면 뇌는 뒤통수 쪽의 시각피질에서 활발한 상호 작용이 발생하면서 뜨거워진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뇌의 모든 부분이 뜨거워진다. 문장을 읽으면서 무슨 의미인지, 단어가 어떤 뜻인지, 왜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모든 부분에서 활발한 상호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몰입이라도 영상을 보는 것과 문자를 보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문학은 이러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좋은 문장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문학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세계도 탐험할 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상을 통해 역사 속 장면들을 그려내고 사건을 파악하며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고증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엮은 후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은 상상의 역할인데 영상을 통해 보는 역사적 장면은 영상을 만들어낸 사람이 해석한 하나의 역사적 장면일 뿐이다. 다양한 상상을 통해 역사적 장면을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학 작품 속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 삶의 중요한 부분, 역사와 문학
역사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과 기록의 전달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에 있다. 문학을 통해 다른 시대, 공간의 사람들과도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러한 문학은 역사를 배우는 데에도 좋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기록과 고증만으로 알기 어려운 장면을 문학을 통해 상상하며 알아갈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갈 수 있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우리가 책을 통해 과거를 배우면서 미래를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살아갈 꿈을 꾸길 바란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어쨌든 문학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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