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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란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을 뜻하는 말로, 사람들은 오랜 기간 일자리와 함께 삶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일자리를 갖지 않는 청년 미취업 세대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청년 3명 중 1명 “그냥 쉬었다”… 고립·은둔 청년도 늘어가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이 23만8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한 청년은 8만2000명(34.2%)으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직업 훈련이나 취업 시험 준비, 구직 활동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또한 월평균 9만858명으로, 지난해 대비 약 13% 늘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5.7%)에 달했으며, 청년층(15∼29세)이 32.4%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23.3%로 뒤를 이었다.
장기 실업 청년층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5~29세 청년층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854명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동기 대비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립·은둔 청년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가 발표한 도내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청년 인구 367만 명 가운데 고립 청년은 21만6000명(5.9%), 은둔 청년은 12만1000명(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립과 은둔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가진 청년은 22만여 명이다.
최근 인천시가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및 가족’에 관련한 실태조사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직업 관련 어려움(당사자 37.4%, 가족 32.4%)’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집계됐다.
◇ 청년들이 취업하지 않는 이유?
청년들이 이처럼 취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직을 원하지만, 쉽지 않은 구직 환경에 취업을 포기한 청년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업준비생 1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 절차상 ‘취업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중이 90%를 차지했다.
실제 기업들의 채용절차는 보통 ▲1차 서류전형 ▲2차 인적성검사 및 논술·작문 시험 ▲3차 실무면접 ▲최종 임원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경력직은 경력증명서 제출과 최종면접으로 간소화되기도 하며, 신입의 경우 인턴십이 추가된다. 여기에 구직자의 성향과 기업 문화가 얼마나 어울릴지 확인하는 컬처핏 검토와 평판조회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구직자들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자리 미스매치 또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란,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에 서로 요구하는 자격 요건이나 근무 환경 등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청년들은 구직난에,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빠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직장인 A 씨는 “한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연봉이나 복지가 만족스럽지 않은 곳에는 아예 지원하지 않게 된다”며 “지금 직장은 계약직이긴 하지만 복지와 연봉 수준이 높고 채용절차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청년층 대상 채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의 대부분인 87%가 ‘임금·복지가 좋다면 기업 규모는 관계없다’고 답했다. 이들의 희망연봉 수준은 세후를 기준으로 300만~350만 원(25.9%)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이들의 임금수준을 맞춰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 해결 나선 정부와 지자체
이같은 상황 속, 청년들의 구직난과 기업의 인력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도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2유형 신설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확대 ▲중소기업 채용관리솔루션(ATS) 지원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2유형’은 사업자에게만 지급되던 지원금을 근로자에게도 확대해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1유형에서는 취업애로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에게 1년 동안 최대 720만 원을 지원했다. 내년부터는 2유형을 통해 18개월 이상 재직한 근로자들도 2년간 최대 48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청년들에게 다양한 직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은 지원자를 올해 4만8000명에서 내년 5만8000명, 최대 6만8000명까지 확대한다. 또한, 새롭게 추진되는 ‘중소기업 채용관리솔루션(ATS) 지원사업’을 통해 복잡한 채용업무를 줄이고 쌍방향으로 소통함으로써, 청년들에게 중소기업 구직 관련 긍정적 경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또한 청년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팔을 걷었다. 지난 27일,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청년들의 직업능력 향상과 취업 지원에 힘쓰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의 인프라를 통해 직업계고 교원들의 현장 기술 연수를 확대하고, 지역 내 전문대학 등과 협력해 고등직업교육과 직업 훈련 간 연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미취업 대학 졸업생에게도 맞춤형 고용정보를 제공하는 등 부처와 기관이 다양한 정보 연계로 청년 취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자체에서도 각종 채용박람회를 앞다퉈 개최했다. 청년은 물론 노인 일자리, 여성 일자리 등 다양한 박람회가 이어지고 있다.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일자리 및 기업 소개와 더불어 취업 준비 전반에 대한 코칭, 현장 면접, 채용 매칭까지 이뤄져 청년들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청년들의 미취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기업과 대학 등지에서도 각종 취업 지원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충청남도에 거주 중인 취업준비생 윤현진 씨는 “서류에 합격하면 필기시험이나 면접 응시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데, 그 과정 중에 탈락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서류 합격이 반갑지 않거나 면접에 응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 중인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하는데, 취준 기간이 길어지면서 친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구직 활동을 잠깐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시 채용 사이트를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별다른 사회적 활동이나 교류 없이 ‘그냥 쉰’ 청년들이 늘어가는 요즘. 취재 결과 이들의 고립은 스스로만의 선택이 아니었다. 고립 청년은 타인 등과의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거나 요청할 지지체계가 부족한 상황에 놓인 청년을, 은둔 청년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와의 교류가 없는 청년을 말한다. 사회와 멀어져 가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요즘N] 쉬었음 청년 70만 명… 고립·은둔 막기 위한 대책 마련 ‘시급’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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