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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냉장고를 가족처럼 사랑한다면, 저에게 냉장고는 가족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최근 발토심(발표, 토론 심화학습)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이 로봇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했던 이야기였다. 리딩엠에서는 학생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주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번 토론 수업에 주제는 ‘로봇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였다.
로봇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생 측에서 로봇이란 물건에 권리를 준다면 말하는 밥솥이나 냉장고에도 권리를 줄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반대 측에서 우리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충분한 정서적 교류가 있다면 냉장고도 가족이 될 수 있고 권리도 주어야 한다고 대답하며 함께 나왔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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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이런 창의적인 토론 내용을 듣고 있으면 필자 역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사회자의 역할만 하며 가만히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로봇은 사람이 만든 물건에 불과한데 권리를 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 생각을 비웃듯 참신한 주장을 듣게 되면 ‘맞아, 나도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배구공 윌슨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찔끔 흘려놓고 그러면 안 되지.’하며 자연스럽게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공자의 말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기에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필자 역시 그 수업 속에서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말씀이 떠오를 때가 많다. 물론 아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잡아주어야 하겠지만 최대한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주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고 그것이 더욱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아직도 좋은 수업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것 또한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토론이 끝난 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학생에게 감탄하여 “이야, 넌 어떻게 이렇게 똑똑하니?”라고 물었을 때, 부끄러워하면서도 씨익 웃으며 대답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제가 머리가 좋아서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사실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 벌써 리딩엠 3년 다녔잖아요.”
대략 계산을 해봐도 1년에 백 권, 3년이면 삼백 권이다. 오히려 바쁘다는 핑계로 수업 도서 말고는 거의 읽지 않은 나보다 더욱 많은 독서를 한 것 같아서, 또 한 번 반성하게 해주었다. 답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니,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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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께서도 독서를 시작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부모님께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가 책을 읽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 읽어도 좋고, 너무 바빠서 하루에 십 분씩만 읽어도 좋다. 함께 책을 읽는 것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며 아이와 사이도 좋아지고, 사고 능력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아이가 책을 읽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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