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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두꺼운 전공책을 들고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은 대학생의 전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수업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 AI를 비롯한 정보 기술 발전이 함께 맞물리며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요즘 대학가의 풍경을 살펴보면, 전자책과 협업 툴, AI 도구들이 대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블릿PC의 등장은 수많은 책과 인쇄물을 대신하며,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를 알렸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 역시 대학가이다.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운영하는 비누랩스의 전자기기 보유 현황 조사 결과 대학생의 74%가 태블릿PC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학번 대학생 이 모 씨는 “강의실의 90%가량은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며 인쇄물로 공부하는 이를 ‘유니콘’으로 표현하는 등 대세가 바뀐 모습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강의 교재를 전자책으로만 출판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은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 학생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불법 복제를 막는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규모가 1조원 가량으로 추정될 만큼 출판물 불법 유통이 만연한 가운데, 보안 기능을 장착한 전자책은 화면 캡처나 복제가 불가능해 이를 막을 수 있다. 제본하거나 스캔해 유통할 수 있는 종이책보다도 오히려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교보문고, 예스24같은 대형 도서 유통사들을 필두로 다양한 전자책 전문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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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 전문 전자책 플랫폼 ‘스콘(SCONN)’
스콘(SCONN)은 학습 전문 전자책 플랫폼이다. 최근 한국외대 필수 교양 교재의 판매 1위 달성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해당 교재는 전자책으로만 출판됐으며, 같은 책을 판매한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보다 10배 이상 높은 판매 부수를 보여 더욱 이목을 끌었다.
스콘은 글로벌 800만 유저를 보유한 디지털 필기 앱 ‘플렉슬(Flexcil)’의 필기 기능을 바탕으로 한 전자책 서비스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필기 기능을 무료 로 제공하며, 인터넷 강의 및 음원 재생, 두 개 교재 동시 사용, 강력한 보안 기능을 통해 대학가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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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 툴 ‘노션(Notion)’
대학가에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협업 툴로는 ‘노션(Notion)’이 꼽힌다. 무료 플랜으로도 최대 5명이 동시에 작업 가능한 워크스페이스를 제공하며, 스케줄 조정부터 자료 아카이빙, 실제 결과물 제작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해 편리하다.
동시에 여러 명이 작업이 가능한 문서 툴은 많지만, 워크스페이스로의 기능은 노션이 앞선다는 평가다. 조별 과제에 최적화된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까지 생겼을 정도로 필수 협업 툴이 됐다.
이같은 협업툴 활용이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 조별 과제 또한 그 모습이 달라졌다. 적게는 세네명, 많게는 십여명 가까운 인원의 회의 일정을 정하는 것부터 고역인 데다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무임승차’하는 조원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팬데믹을 겪으며 비대면으로도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한 도구의 사용이 보편화됐고, 이러한 촌극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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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서비스 ‘뤼튼(Wrtn)’, ‘노트북LM’
3년 전 챗GPT가 등장한 이래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들이 대중화된 것도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특히 ‘갓생’이 트렌드가 되면서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곧 스펙이 됐다.
선두주자 격인 챗GPT 외에도 다양한 툴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국내 서비스는 ‘뤼튼(Wrtn)’이다. 무료임에도 다양한 AI 모델들을 사용할 수 있고, 레포트는 물론 블로그 포스팅 같은 캐주얼한 문서 작성도 가능해 주머니 사정 가벼운 대학생들의 지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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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내놓은 ‘노트북LM(Notebook LM)’ 또한 무료 서비스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PDF, txt, MP3 등 개별 파일뿐만 아니라 구글 닥스나 웹사이트, 유튜브 동영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소스로 추가할 수 있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 AI가 소스를 기반으로 대답해준다. 이미지나 차트, 도표 내용 해석도 가능해 방대한 자료를 뒤지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교육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115억 달러에서 연평균 32.3% 성장해 2026년 4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업계 관계자는 “대학생의 경우 초중고생에 비해 전자 기기 사용에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의 풍경이 더욱 크게 바뀐 것 같다”며, “학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페이퍼리스를 도와주는 필기 앱이나 전자책 플랫폼 등은 물론이고 각종 생산성 도구들이 교육 현장 전반에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공책, 인쇄물 찾아보기 힘들어요”…10년 사이 확 달라진 대학가 풍경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 대학가, 디지털 전환-비대면 문화 확산하며 확 달라져
- 전자책, 협업툴, AI로 대표되는 달라진 대학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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