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경준 환경교사 “청소년기는 친환경 생활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10.16 15:58
  •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와 생태계의 붕괴는 이미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현재 세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미래 세대까지 이어진다. 

    지금의 청소년은 앞으로 환경문제를 가장 크게 떠안을 미래 세대다. 청소년기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들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 환경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야 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과정인 셈이다. 

  •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
    ▲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

    19년 차 환경교사로 재직 중인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 역시 “우리 모두 지구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유아에서 노인까지 환경교육은 계속 필요하다”라면서 “그 중 청소년기는 소비를 시작하는 사회화의 과정으로, 성인 이후에도 지속될 친환경 생활이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청소년 환경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 ─ 기후 위기 등으로 환경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죠. 현재 공교육에서 환경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학교 자율시간에 자연 체험학습을 간다거나, 소수 인원이 환경동아리 혹은 환경 봉사활동을 하는 방식이에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비정기적인 교육을 하기도 하고요. 모두가 환경을 과목으로 배우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기준 전국 중·고등학교에 배치된 환경교사는 고작 39명뿐이죠. 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가 매우 적다는 의미이죠.”

    ─ 학교에서 제공되고 있는 환경교육의 내용과 질에 관해 어떻다고 평가하나요?

    “그동안 학교에서 진행됐던 자연 체험학습, 동아리, 봉사활동은 ‘아껴라, 버리지 말라, 깨끗이 하라’는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기 쉬웠죠. 지금의 청소년들은 기후 위기의 피해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로, 더 높은 수준의 환경교육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아껴야 하는지, 버리지 않아야 하는지, 왜 깨끗이 해야 하는지 등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죠. 이들의 질문 수준에 맞는 한층 더 나아간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환경교육이 익숙하지는 않아요. 현재 청소년들이 환경교육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나요?

    “청소년들은 환경 이슈를 뉴스나 SNS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환경문제에 참여하는 방식도 인증샷, 숏폼 및 챌린지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요. 더 빠른 변화를 촉구하는 소수의 청소년은 기후정의 거리 행진이나 청소년 기후 행동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다수 청소년들의 접근을 위한 환경정보 제공 플랫폼도 많아져야만 해요.”

  •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가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가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 일각에서는 환경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핀란드에서는 환경 과목을 먼저 필수로 이수해야 다음 과목인 과학을 공부할 수 있어요.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오래전부터 환경을 과목으로 배우고 있어요. 이탈리아는 2020년부터 초중고 주당 1시간씩, 미국 뉴저지주는 2021년부터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어요. 그 내용도 생물종 보호, 자원 재활용,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 위기 리더쉽 등을 다루고 있고요. 이걸 종합할 수 있는 게 환경 과목이거든요. 이제 한국도 학교 교육과정에 빠르게 도입할 때가 되었죠.”

    ─ 환경과목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할 경우, 환경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예상하나요?

    “친환경 소비 생활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내가 사용하는 물건의 생산, 유통, 소비, 순환과 폐기의 전 과정 사이클을 알고, 나와 우리의 소비 패턴이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물건을 구매하기 전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고, 소비의 욕구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 그렇다면, 환경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1단계에서는 나와 주변 환경의 관계를 배울 수 있는 생물다양성을, 2단계에서는 우리가 지구에서 소비하는 자원과 에너지를, 3단계에서는 우리가 소비한 자원과 에너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4단계에서는 환경정의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5단계에서는 직접 실천하는 기후 행동을 다룸으로써 단계별 환경교육이 이뤄지도록 합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단계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는 아무래도 가장 첫 단계인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깨닫는 환경 감수성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의 환경에 관심을 두기보다 당장 눈앞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데 급급하면 지구 환경 시스템을 인식하기 어렵거든요. 결국 보통의 소비자로 살아가게 되고, 다음 단계인 친환경적인 삶의 변화도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 숭문중학교 2학년 친구들과 함께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는 모습.
    ▲ 숭문중학교 2학년 친구들과 함께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는 모습.

    ─ 환경 지식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예로, 숭문중학교 2학년 친구들과 함께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소개하고 싶네요. 이 친구들과 얼마 전 페트병 생수를 사지 않는 활동을 했는데, 일주일간 약 320ℓ의 생수 소비를 줄일 수 있었어요. 그 대신 개인 컵과 텀블러를 사용했습니다. 발생한 페트병은 페트병 수거기에 포인트를 쌓아 저소득층에 후원으로 이어졌어요. 캔을 모아 얻은 수익금은 동아프리카 식수 지원 단체에 후원했고요. 

    * 제로웨이스트: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쓰며 일상생활 속 배출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지난 10월에는 외부 체험학습이 진행된 충남 태안에서 쓰레기 없는 3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단체 버스로 이동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 체험장과 숙소에서 3일간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올바른 분리배출로 이어지는 것이죠.”

    ─ 청소년 환경교육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이나 도전은 무엇일까요?

    “미세먼지가 한참 이슈였다면 최근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으로 탄소중립의 실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이 문제들에 절망하거나 입시교육에 치우쳐 환경문제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해결할 문제라고 회피하기도 합니다. 이건 성인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환경문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이의 문제인데 말이죠. 절망 대신 함께하는 실천과 미래의 모든 직업에 환경문제 해결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 환경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이 추가로 준비해야 할 사항은요?

    “교사가 먼저 친환경을 실천하고 얻은 기쁨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좋겠어요. 오늘 내가 만난 생물들에 관한 이야기, 건강한 음식, 절제된 소비, 사용한 물건을 순환하는 방법 그리고 베란다 태양광으로 절감한 전력 소비량과 환경 캠페인 참여 등의 이야기 들이죠. 교사의 삶에서 먼저 실천한 것들을 많이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향후 10년 환경교육은 어떻게 발전할까요?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 환경교육은 생태, 환경, 기후를 다 포함해야 하고요. 지금처럼 과목별, 학년별로 나뉘어 교육받는 시점에서는 환경 주제를 융합할 수 있는 주당 의무 시간 편성도 필요해요. 유, 초, 중, 고교생들이 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필수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의 교육과정에도 포함되어야 해요. 따라서 교육기본법과 환경교육 진흥법의 보완도 필요하죠.”

    ─ 끝으로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거나,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 공동의 집에서 우리 모두 타자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북극곰과 펭귄 그리고 환경난민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도와주려는 우리 선한 본성을 찾아 나와 지구를 함께 돌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는 19년 차 환경교사로, 현재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EBS 중학 환경 강의를 통해 전국 청소년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여러 학교에 학교숲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