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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라는 용어의 어원은 라틴어의 ‘adolescere’이다. ‘성장’ 또는 ‘성숙’이 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달리 말하면 미성숙과 성숙의 중간 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청소년기는 명확한 시기를 단정할 수 없으며 사람마다 겪는 상황과 과정이 달라 예측할 수도 없다. 독일 사회교육학자 푀겔러(Pöggeler)는 인간 성장 중에 청소년기만을 따로 떼어 개념화할 수 없으며 ‘이것이 청소년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고, 청소년기는 단지 성취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인식했다. 이렇듯 청소년기는 가장 어느 하나의 의미로 정의하기도, 단정하기도 어려운 예민하고 섬세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과 수업하면 이들이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과 ‘꿈’이라는 다소 진부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대다수 학생은 꿈을 직업과 연결했으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다름 아닌 의사였다. 의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다’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유가 줄지어 나왔으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세상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새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로 흐름이 바뀌어 씁쓸했던 경험이 있었다. 문득 이 학생들이 앞으로 꿈을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생겼고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세상을 바라볼까 염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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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무엇을 보고 경험했는지에 따라 그 여정이 찬란한 순간이 될 수도, 무의미한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나의 학생들이 지금의 이 시기를 가장 풍성하게 보낼 수 있도록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문학이다. 학생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저는 의사가 될 거라 수학이랑 과학이 더 중요해요”라며 반박하는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인문학은 하나의 과목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주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경이다. 사실 말만 거창할 뿐 인문학은 여기저기 곳곳에 숨어있다. 그러므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는 순간 늪에 빠질 수 있다.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하나의 답을 찾기보다는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의 답을 찾는 방법은 여기저기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다. 문학 도서를 읽을 땐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생각에 질문을 하면 되고, 철학 도서를 읽을 땐 저자의 사상에 질문을 하면 된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에 질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이 넓어지게 되고 또 어느샌가 질문은 나에게로 오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문학은 자아 성찰로 귀결된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함께 어울리는 인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이 생길 것이며 그 그릇은 온전히 나로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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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장 우리 청소년 학생들은 어떻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을까. 문득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면 여러 행성에서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들을 함께 만나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면 ‘데미안’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충동적으로 반항심이 생길 때 홀로 하는 방황보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홀든 콜필드와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책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만 명확한 정답을 내보이지는 않는다. 그 답이 무엇인지는 스스로가 찾아내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얇은 책장을 넘기며 그 속에 있는 답을 찾아내고 스스로 성찰한 후 고개를 들어보았을 때 그들의 여정에 한 갈래의 길이 아닌 수 갈래의 길들이 뻗쳐있기를 바란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이공계 전성시대, 아이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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