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야 교수 “디지털 시대,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려면” (인터뷰②)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09.24 14:31
  • (인터뷰①에 이어)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고력을 의미한다. 최근 영상 콘텐츠의 발달과 정보 과잉에 따라 아이들이 글을 읽고,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문해력 저하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기부터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해 “요즘에는 이른 나이에 지나치게 많은 걸 배운다”라면서 “다른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성장에 있어 중요한 행동들을 다 충족하지 못하면서 자라나고 있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중 하나가 바로 문해력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에듀는 최나야 교수와 함께 아동기 문해력·어휘력 발달의 중요성과 이를 증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근 에듀테크가 화제죠. 각종 에듀테크 프로그램들이 문해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요?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인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새는 아이들도 일찍이 각종 교육 디바이스를 활용하죠. 요즘 교육용 제품들은 화려하고, 뛰어난 기술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높다 보니 부모들은 값비싼 교육 디바이스를 아이에게 제공했다는 것에 만족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이가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시간만큼 어른과의 상호작용은 줄어듭니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공급’이거든요.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만큼 성인으로부터 ‘언어 공급’이 안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기술이 언어 공급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언어 스타일이 있습니다. 양육자는 아이의 언어 스타일에 맞춰 상호작용을 하죠. 하지만 아직 대부분 교육 디바이스가 아이의 언어 스타일에 완전히 맞춰 상호작용을 하지는 못해요.” 

    ─ 그렇다면 디지털 매체나 에듀테크 디바이스 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디지털 미디어 노출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학습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인 거죠. 스마트 기기 과사용으로 인해 대인 상호작용이나 독서가 줄면 언어 발달에 큰 손해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를 아예 키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즉, 디지털 매체와 책 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균형 있게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수준 높은 교육용 앱이나 프로그램을 고르고 함께 대화하며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이가 적절한 시간 동안 자기조절력을 키우며 사용하도록 감독해야 하고요. 디지털 방식의 어휘력 교육이 특별히 더 효과적인 부분을 찾기는 어렵지만, 아동의 흥미 자체를 높여 학습 기회를 만들고, 어휘 탐색과 저장을 통한 반복 학습이 쉬운 점은 유리합니다.”

    ─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를 이야기할 때, 영상 콘텐츠가 원인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영상 콘텐츠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은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예상해서 특정 부분을 좀 더 설명하거나, 반복해서 말하거나, 또는 천천히 말을 하는 등 아이의 반응에 맞춰 대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의미 있는 언어적인 인풋을 계속해서 넣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아이의 속도나 이해도에 맞춰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합니다. 그냥 흐르는 거예요.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고정적이고, 아이의 반응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즉, 영상은 아이에게 언어적으로 질 높은 공급을 해줄 수 없는거죠.”

    ─ 디지털 시대, 영상 콘텐츠 활성화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어휘력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지금까지 디지털 언어 학습의 가장 큰 한계는 언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실제 같은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이 극복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이상의 집단에게는 스마트 스크린을 통한 영상물에 AI 기능을 더해 상호작용 수준을 높인 언어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자의 읽기 수준에 맞춰 텍스트를 자유롭게 바꾸어 제시함으로써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겠고요. 각 아동이 모르는 단어 목록을 구성하고, 취약한 부분을 짚어주는 기능도 유용하겠지요. 

    AI가 외국인 역할을 함으로써 학습 동기부터 보장하는 외국어 학습도 효율적이고요. 공간적 제약이나 계층 간의 교육 기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겁니다. 물론 더 어린 영유아들은 오감을 활용하고 인간 성인과 대화하며 어휘를 습득하는 것이 발달상 가장 적합하므로 사용 시기를 서두르지는 말아야 합니다.”

    ─ 이외에도 어휘 교육과 관련해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내가 쓰는 말이 아이의 어휘력으로 차곡차곡 쌓인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거기, 그것’처럼 대명사를 쓰기보다는 구체적인 명칭을 써주시고, 아이가 평소에 많이 쓰는 쉬운 말보다는 상황에 맞는 다양하고 세련된 낱말을 써주세요. 한번 쓴 단어는 다음에 또 의도적으로 반복해 주는 게 필요하고요. 기성세대가 예전에 영어단어를 써가며 암기하던 것처럼 하루에 낱말 몇 개씩 외우게 하려는 접근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맥락 속에서 낱말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만 해주세요.”

    최나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동의 문해력과 구어능력, 이중언어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문해력>,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 시리즈, <영어의 아이들: 언어학자의 아동 영어 교육 30문답>, <문해력유치원> 등을 썼으며 최근에는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을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