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추석이지만, ‘딥 페이크’ 이야기는 해야겠습니다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4.09.18 09:00
  • 추석이 코 앞입니다. 명절의 기원은 ‘농경사회’라고 하죠. 추석(秋夕)도 추수(秋收)의 의미를 담고 있고요. 하지만, 현대 사회로 해석하면 이맘때 추석이 있다는 건, 인간의 ‘체력’을 고민한 면도 있어 보입니다. 부모나 아이나 생업과 학업에 지친 체력을 추석 때 회복하라는 뜻으로 보이죠.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 똘똘 뭉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도 찜찜한 게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로 조립된 지 오래다 보니 부모는 매번 연휴가 되면 “아이들 봐서라도 스마트폰을 좀 꺼 놔야지”라고 하면서도 실천이 잘 안됩니다. 부모나 아이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싫은 건 마찬가지죠. 따지고 보면, 추석에 나누는 ‘가족의 대화’가 고작 ‘스마트폰’과 동급으로 매겨진다고 생각하니 ‘가족의 대화’ 값이 헐해도 너무 헐해 보입니다.

    추석이 되었지만, 사회 분위기는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최근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죠. 자녀와 관련해서는 ‘딥페이크’가 사회를 뒤덮고 있고, 부모와 관련해서는 치솟는 물가에 불황까지 겹쳤습니다. 또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응급실 뺑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명절에 아프면 큰일이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속 편한 건 반려동물밖에 없어 보이죠. 그래서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의 힘’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딥페이크(Deepfake)’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언제라도 자녀가 피해를 볼 수 있고 또 범죄자들이 명절을 따져가며 범행을 모의하는 건 아니니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가는 이 ‘딥페이크’를 이해하는 건 중요합니다. 특히, 부모는 부모 대로 ‘맘카페’를 중심으로 아우성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단체 대화방에서 ‘딥페이크’로 떠들썩합니다.

    딥페이크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입니다. 원래는 범죄 용어가 아니었는데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되면서 ‘기업 용어’에서 ‘사회 용어’로 바뀌었죠. 무엇보다 이번 ‘딥페이크’의 피해 실체는 아이의 얼굴과 포르노그라피가 합성된 것만 뜻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 ‘딥페이크’의 핵심은 바로 합성된 이미지뿐 아니라 숨기고 싶은 ‘개인정보’까지 포함돼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유포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특히, 범죄자들이 ‘텔레그램’ 안에서 ‘딥 페이크 물’을 가지고 품평과 조리돌림하고 있다는 게 이번 이슈의 본질이죠.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경찰은 ‘딥페이크’ 관련 수사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는 피해 접수를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로 연결되는 체계화된 행정 절차를 마련해 가동하고 있고요. 여기에 경찰 또한 학교전담경찰관 중심으로 학교를 순회하며 특별 범죄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니, 부모님은 이제 학교와 사회에 신뢰를 보내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님은 먼저 이번 이슈를 통해 “비(非) 관련자가 관련자가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식해 주세요. ‘딥페이크’ 사건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 행동이 감지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딥페이크’에 무관심했던 아이가 관심을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아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피해자 리스트에 올라온 대상을 찾아 SNS 계정을 확인하고 댓글까지 다는 사례가 학교폭력으로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자녀 안전을 위해 다음 3가지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오늘부터 자녀가 ‘딥페이크’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강한 어조로 말해주세요. 부모는 자녀와 약속해 앞으로 ‘딥페이크’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다짐을 받아내는 겁니다. 지금 시기에 ‘딥페이크’에 관심을 둔다는 건 앞으로 자녀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텔레그램’ 같은 SNS에는 접근하지 않게 해주세요. ‘텔레그램’은 보안이 철저하다고 해 ‘범죄의 온상지’라는 오명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범죄자가 ‘텔레그램’ 안에서 활동하고 있죠. 물론 좋은 분들도 활동하고 있지만 자녀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수사당국이 지난 8월 26일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르프를 체포한 것도 범죄를 방조했다는 혐의입니다. 보안이 강력하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부모가 자녀에게 꼭 알려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번 기회를 통해 자녀에게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도록 설득해 주세요. 또, 자녀가 그렇게 못 하겠다면 자신의 콘텐츠를 친구만 볼 수 있도록 약속해 주세요. 범죄자들에게 ‘딥페이크’가 쉬운 이유는 바로 SNS에서 피해자를 찾기 쉽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와 자녀는 범죄자가 마음만 먹으면 SNS에서 손쉽게 이미지와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추석이 설레고 유쾌해야 하는데 ‘딥페이크’ 이야기를 꺼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더구나 연휴 동안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 걸 생각하니 눈치 없는 소리를 듣더라도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고요. 이번 추석 연휴는 부모에게 중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명절 계획을 세울 때 자녀가 ‘1순위’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어떨까요. 또, 이런 제안은 어떨까요. 명절 계획을 세울 때 가족 공동 옵션으로 “스마트폰을 잠시 꺼 두기”하는 겁니다.

    물론 부모님의 노력과 실천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명절에는 딱히 회사나 지인에게 연락해 올 일이 드문 걸 예상하면, 명절 동안 단 며칠이라도 가족 단위로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계획을 세워보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이번 추석 동안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꺼 놓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가족의 ‘체력’이 올라가고 더불어 가족의 ‘대화력’도 함께 올라가는 걸 몸소 체험하실 겁니다. 가족에게 이보다 완벽한 선물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