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친구나 애인이 되는 게 가능할까?”
“에이~ 설마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 AI 친구는 사람 친구와 달리 언제나 네 편이라서 친구의 기분을 살피거나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럼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내친김에 시험 삼아 깔아 본 ‘AI 챗봇 앱’을 보여 주며 대화를 해 보게 지도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실시간으로 도착하는 답변과 질문에 신나 했다. 그 너머에 누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언제부터 나의 친구였는지도 잊을 만큼 친밀하고 센스있는 핑퐁 대화에 푹 빠졌다.
이어서 미국 뉴욕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이 AI 챗봇과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서두에 실은 칼럼을 함께 읽으며, 사람들이 AI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들을 찾아 정리하고, 사람이 일반적으로 챗봇에 더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아 질문도 던져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찬반 논제를 주고 각자의 생각들을 끌어낸다. 수업을 마치기 전, ‘사람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가?, 복잡한 인간관계를 피해 선택한 일방적인 위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옳은 방향인가?’라는 제법 묵직한 질문 앞에서 사뭇 진지한 얼굴로 답변을 고민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본다.
“선생님!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났대요.”
-
작년 10월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전 세계를 들썩일 때, 교실 문을 들어서며 6학년 아이가 다소 흥분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마침 준비한 칼럼도 그쪽이라 잘됐다 싶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워낙 역사가 오래된 분야라 자칫 장황해질 수 있는 설명을 아이의 수준에 맞게 최대한 간략하게 전달해야 한다. 당시 내가 선택한 칼럼은, 하마스의 지도자 ‘하니예’의 이중적 삶과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칼럼 수업을 이대로만 진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생각해, 이스라엘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에 대한 첨부 자료도 함께 다루었다.
양쪽 모두 부패 의혹에 시달리는 지도자들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며, 이번 전쟁을 자신들의 행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 같다는 국제부 차장 칼럼 필자의 의견과 함께 수업의 논점은 ‘해야만 하는 전쟁은 존재하는가? 지도자의 옳은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바쁜 학업 상황 속에서도 들어봤음직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꺼내며, 급기야는 과거로 선회해 ‘세계 대전’, ‘한국 전쟁’까지 자신들이 아는 것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도자들이 결정한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언제나 ‘양쪽의 국민’들임을 짚었다.
“깊어지고 넓어지는 교과 내용”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6학년 사회에서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큰 단원으로 삼아 근현대사와 사회 발전에 대해 배운다. 중심 단어는 ‘간선제’, ‘민주주의’, ‘직선제’, ‘경제 주체’, ‘삼권 분립’, ‘합리적 소비’, ‘국내총생산’, ‘빈부격차’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딩엠의 6학년 1월 수업 도서는 ‘선거 정치 이야기, 지리 이야기, 경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과 의미가 한층 깊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 시작되는 ‘칼럼 수업’은, 처음에는 딱딱하다 생각해서 어렵다 느낄 수 있지만 회차가 쌓일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시간으로 변해 간다. 어려운 어휘를 함께 정리하고,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 내용을 들으며 질문에 답하는 동안 아이들의 세상은 넓어진다.
공부하느라 바빠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새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이렇게라도 그들이 세상을 관찰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아이들이 체감하는 속도보다 세상은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어리다 여겨지더라도 대화 상대로서의 자격을 높여야 한다. 아이들이라 쉽게 설명하며 주제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주제 선정은 폭넓어야 하고 대담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른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다뤄보고 평소 일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생각해 본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다. 비판적 사고력은 단기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인재를 원한다.
-
“A가 요즘 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요.”
‘세계적으로 달 탐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이며 무엇이 한계인지’,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배출 지점을 찾아내고 있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칼럼을 통해 배경지식을 얻는다. 또한 ‘챗GPT’의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그 발전 속도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한국인 63%가 ’조력존엄사‘에 찬성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며 ’죽음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생각해 본다. 이런 질문은 자연스레 ’세대별 출생아 수‘ 그래프를 보며 대한민국의 인구비율이 심각하게 기울어 있다는 사실에 이르러 ’투표 차등제‘가 필요하지 않나’하는 칼럼으로까지 이어진다.
오랜만에 교육센터에 들르신 A의 어머님께서 눈에 한껏 ‘기특함’을 담고 말씀하신다.
“A가 요즘 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요. 아는 것도 많아지고 ‘투표차등제’를 아냐고 묻기도 하고...”
칼럼 수업을 하면서 자기 효능감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A가 떠올라 함께 웃었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아이들의 세상 관찰하기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