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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준비를 위해서 학년마다 선정된 도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한번 놀라고, 두번 부러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이 책을 읽는단 말이야?’, ‘나도 어렸을 때 누가 선정해주는 책을 순서대로 읽었으면 어땠을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부럽네.’였습니다. 읽고 싶은 대로 읽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정리되지 않는 생각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이 조각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는 천 피스 조각 퍼즐 하나를 들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달 안에 전 학년 수업 도서를 읽는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설렘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채운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 시간들이 나한테 필요해서 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나는 ‘이 책을 신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교사로서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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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에 대한 공유, 퀴즈 맞히기, 등장인물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다가 힘겹게 올라온 적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전달은 했는데 ‘아이들한테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하며 다음 시간에 물어보고 싶지만, 이번 주 수업 도서가 기다리고 있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책을 만났습니다.
이번 주 도서가 아이들 자신과 맞았다면 이야기보따리가 멈출 줄 모르고 자신의 경험 이야기와 버무려져서 이쪽으로 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아주 세계일주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반면,에 취향이 맞지 않았다면 교실에 들어오는 자세부터 달랐습니다. 아주 무겁게 리딩엠 가방을 들고 앉아서 교사 얼굴을 보자마자 첫 마디가 “선생님, 이 책 이상해요.”였습니다. ‘등장인물이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왜 여기 왔다가 다른 곳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등 입에서 나오는 이유들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워크북을 통해 단어를 알아가고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생각할 거리를 전해 주면 몰입합니다. 언제 투덜거렸는지 모를 정도로 순간 몰입도가 높은 것을 보고 신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큰 고비가 옵니다. 원고지 쓰기입니다. 그렇게 재미있고 기발한 말을 뱉어냈던 아이들의 입이 멈추고 앞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멈춰있는 것을 보고 “아까 선생님과 이야기했던 내용 그대로 적어도 돼.” 하면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아주 정제되고 재미없는 한 줄을 씁니다.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왜 아이들은 글을 쓸 때 스스로 제어를 하는 것일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제 답은 ‘남겨진다’였습니다. 나의 생각이 타인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남겨진다. 아이의 글을 볼 수 있는 허용권이 있는 교사나 엄마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멈추게 했습니다.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원고지를 쓸 때마다 “글에는 틀리고 맞는 것이 없어. 다 다를 뿐이야.”라는 말을 반복하고 원고지 첨삭에는 글의 좋았던 점을 찾아서 칭찬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2달이 지나 아이들이 조금씩 말한 것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이거 진짜로 엄마 보여줘도 돼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럼”이란 말에 아이들의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생각을 적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글 읽을 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웃는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쓰다가 막히면 방향을 물어보고 “그 단어가 뭐였죠?”라거나 “여기 이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바쁜 기다림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글을 한 번 봅니다. 그리고 표정을 짓습니다. 이 표정은 본인도 모르는 교사인 저만 보는 순간입니다. 만족했다, 아쉽다, 재미있다, 이런 글을 어떻게 썼지? 등 찰나에 많은 표정이 지나갑니다. 우당탕 주변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서 아이들의 글을 보기 시작합니다. 맛있는 글도 있고 여기에서 이렇게 빠진다고? 하는 글도 있습니다. 그렇게 첨삭이 끝나면 책상 위에 아이들의 글을 펴 놓으면 뿌듯합니다. 든든한 한 끼를 먹은 듯합니다. 이 과정들이 학부모님들한테 전해진다면 아이가 어떤 글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뿌듯할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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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표현을 잘 합니다. 그 표현이란 ‘말’입니다. 말은 휘발되고 집중하기 힘들어 음미하기에 아쉽습니다. “저희 아이가 말은 잘 하지만 글을 못 씁니다.” 상담할 때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쓰는 모든 글을 부모나 교사가 읽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로 인해 마음속에 들어온 개인감정을 적으라고 하면서 어른들은 읽고 채점을 합니다. 마음이 채점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속상하고, 그 일이 반복되면 보여주기 좋은 글, 내가 상처 안 받는 글을 쓰기 시작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마음껏 뱉어내고 써야 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습관이 되었다면 그때부터 왜 어법, 문법에 맞춰서 써야 하는지 알려주면 됩니다. “아! 내 글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성장 속도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가 될 것입니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그것에 기발한 점을 찾고 사회적 규범을 넘어가는 글은 왜 안 되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검사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게 글을 쓰는 맛을 알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400자에서 800자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어른도 힘든 일을 리딩엠에 다니는 아이들이 해내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집니다. 쓰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잊을까 봐 눈은 원고지를 향해있고, 연필을 들었던 손을 흔들어 빨리 풀어주고 다시 집중하는 모습. 어떤 울림을 느끼시나요? 글쓰기가 빠진 삶이란 삭막하고 금세 흩어져 버리는 하루하루일 것입니다. 글쓰기란 과거도, 미래도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에서 살아있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남김’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충분히 지원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큰 즐거움 중 하나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초등학생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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