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서·논술형 시대, 우리 아이 어떻게 준비하지?
황종일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표이사
기사입력 2024.08.14 09:27

- 논술, 서술형 해결 없이 객관식 문제 다 맞아도 70점 이상 어려워

  • 황종일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표이사
    ▲ 황종일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표이사

    지난해 12월 말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확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된 내용 중 하나가 ‘서술형·논술형 평가비중 확대’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서술형·논술형 자동평가시스템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학교현장에서는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식 암기 위주의 5지선다형 평가는 가급적 지양하고,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볼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할 것을 강조하며, 관련 지침도 개정했다. 통상 지필고사에서 30% 정도를 차지하는 논·서술형 문항 비율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 논·서술형만으로도 지필고사를 치르는 게 가능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논·서술형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1학기가 지난 지금, 각 중·고등학교 평가의 주요 특징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서 서술형 유형의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필평가에서 서술(논술)형 문항은 국어, 사회(역사 포함), 수학, 과학, 영어 교과의 경우 지필평가 총 배점의 20% 이상, 도덕 교과는 지필평가 총 배점의 10% 이상 출제하며, 이외의 교과는 가급적 서술(논술)형 평가 문항을 포함해 출제하는 등 서술형·논술형 평가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필평가에서 실시하기 곤란한 논술형 평가를 수행평가에서 실시하는 학교들도 상당히 늘어났다. 특히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지필평가 50%, 수행평가 50% 반영하고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서 서술형·논술형 해결 없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게 됐다.

    알다시피, 스마트 기기 환경과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읽기’와 ‘쓰기’보다는 짧은 ‘보기’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충격적인 현실은 문해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해력 부족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 읽고는 있지만 이해하지는 못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입력된 정보들을 사고 과정을 거쳐 말이나 글을 통해 출력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사고를 통해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 글쓰기가 큰 허들이 되고 있다.

  • 반면 학교현장의 선생님들은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 도구와 채점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서술형과 논술형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한다. 학교 교과 선생님들은 문제의 조건을 제대로 읽고 그에 맞게 글을 쓸 수 있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확하게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제대로 쓰는 능력도 가능해야 한다. 논리적 글쓰기의 구조를 가진 서술·논술형 답안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각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명확히 아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근거 자료가 된다. 특히 학생은 답안 작성 과정에서 논리적 글쓰기 구조를 활용함으로써 배운 내용을 정밀한 사고 과정을 거쳐 체계화하고 구조화할 수 있다. 따라서 서술·논술형 평가를 통한 논리적 글쓰기는 학생들이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술·논술형 평가는 서·논술형 문항을 활용해 평가자가 학생이 서술한 것에 대해 전문적인 판단을 하는 평가 방법으로, 학습자가 배운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답에 도달하는 과정까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보다 많은 교육적 정보를 얻기에 용이하다. 또한, 학생의 창의성, 문제해결력, 비판력, 판단력, 통합력, 정보 수집력 및 분석력 등 고등 사고기능을 쉽게 평가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지식과 기능을 통합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의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언어, 수리, 과학, 사회, 경제, 컴퓨터 등에 대한 문식성을 기반으로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이 중요해지며,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수업과 연계한 평가’와 ‘과정 중심 평가’ 확대와 서술형·논술형 평가 확대는 필연이 되고 있다. 

    서술형 문항은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개념, 원리, 의견 등을 비교적 짧은 길이로 작성한다는 특징이 있는 반면, 논술형 문항은 학생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완결된 글의 형태로 작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글쓰기도 정보전달 목적, 설득목적, 친교 및 정서를 목적으로 하는 글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논술형 문제의 경우 지시문에 맞게 글의 내용이 구성되어야 하고, 그 지시문은 글의 유형을 제시해주어야 하며, 학생은 그 유형에 해당하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수능을 5지선다로 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서술형·논술형 자동평가시스템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등이 나서서 글쓰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평가모델링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시의적절한 과감한 투자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이 일상화·보편화 되고있는 상황에서 서술형과 논술형 글쓰기의 자동평가와 피드백을 ‘생성형 AI’ 형태로 구축한다면, 일선 학교현장에서 학생의 글쓰기 평가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혁명적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