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아이에게 책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박시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지도교사
기사입력 2024.07.31 09:40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특정 장소든, 그것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에게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준다. 필자는 책과 사랑에 빠진 귀중한 경험이 있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만나고자 달려가듯, 책을 읽고 싶어서 집으로 뛰어간 적이 있다. 이것 또한 사랑의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책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한 학생 A(초4)에게 언제 가장 책을 읽고 싶냐고 물은 적이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신선했다. ‘엄마한테 혼났을 때요.’, ‘숙제가 너무 많을 때요.’ 였다. 아이들은 독서는 잡다한 고민을 옅어지게 만들며, 현실의 걱정으로부터 진정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독서의 목적을 모른 채 억지로 읽어내는 학생들도 많았다.

  • 박시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지도교사.
    ▲ 박시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지도교사.

    2024년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인터넷 방송, 숏폼 등 짧고 자극적인 영상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독서의 진정한 힘과 매력을 알고 사랑하게 만들려면 단순히 읽으라,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서의 재미는 무엇인가?’하는 기초적인 독서의 목적부터 마음 깊이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우리 아이의 롤모델 되기’이다. 중학생 시절, 큰아버지께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시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당시 스마트폰이 전부였던 사춘기 시절의 필자는 그 모습을 보고, 다음날 서점에서 가서 무작정 ‘사피엔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 물론, 온전히 이해하지도, 완독하지도 못했지만, 독서를 향한 욕구가 향상됨을 확실히 느꼈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책에 집중하고, 빠져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자. 그렇다면 어떤 아이들은 느낄 것이다. ‘독서하는 모습이 멋있다. 나도 읽고 싶다.’

    두 번째 방법은 ‘도전과 대화’이다. 어릴 적 ‘칭찬 스티커’를 모으는 것에 열정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독서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이라면 칭찬 스티커를 모으듯, 독서를 하나의 도전 혹은 성취의 기록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어떤 책을 몇 장 읽었는지,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흡사 ‘독서 스터디’인 셈이다. 심지어 책을 통해 어떤 내용을 읽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인지하고, 독서와 책에 관한 대화가 일상이 되는 지름길이다.

    독서하는 환경을 바꿔주는 방법도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끼리 도서관에 가서 정해진 시간 혹은 분량만큼 책을 읽는 것이다. 도서관마다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다르기에, 아이들은 새로운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 속에서는 독서에 대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이 부모와 교사의 섬세한 지도가 필요하다. 우선 책 읽는 시간과 장소를 아이와 약속하는 방법이 있다. 늘 수업 도서를 잘 읽어 오는 학생 B(초5)는 ‘매일 자기 전 30분간 책을 읽어요’라고 밝힌 적이 있다. 등교 전, 취침 전, 식사 후 등 특정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고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하루에 읽을 분량을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정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마음 맞는 친구와의 우정, 입맛에 맞는 음식 등. 하지만 어떤 것들은 가르쳐주고 배웠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야채를 편식하는 아이에게 단순히 야채를 먹으라 들이미는 것 보다는, 그 야채를 활용한 요리를 제공했을 때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서서히 편식하던 습관을 줄여나가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재미와 매력을 충분히 배울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읽으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아이들은 독서를 ‘억지로 하는 것’, 혹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영유아기, 숟가락을 입에 넣는 단순한 행위부터 배워나가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이미 독서가 ‘좋은 것’이라는 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즐거운 경험이 쌓이게 해주는 것이 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