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공감하며 읽기, 소설 <긴긴밤>의 공감법은?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4.07.24 09:40
  • 문학동네.
    ▲ 문학동네.

    ‘사람들은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믿는다. 그 이후에 사람들은 안을 파악한다. 안을 잘 파악하는 사람은 대상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통해 의미를 만든다. 그 의미가 대상의 본질이 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 이후에 대상의 안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대상의 안을 파악하지 못하면, 의미를 만들지 못하고 대상의 본질을 알지 못하게 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의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겉을 통해 안을 파악하고 의미를 만들어, 문학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문학의 안을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의미도 없고 본질도 없다. 책을 읽었지만 읽지 않았다. 학생들이 책을 잘 읽으려면, 문학의 안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 그래.’

  •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
    ▲ 강춘구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가 루리의 <긴긴밤>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긴긴밤>은 세상에 한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함께 바다를 찾아가고 있다. 그들이 왜 함께 있는지, 왜 함께 바다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겉으로 읽으면 <긴긴밤>은 코뿔소와 펭귄이 바다를 찾아가는 그저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긴긴밤>은 ‘자신의 바다’, ‘자신의 삶’, ‘자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우리는 <긴긴밤>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 이야기가 바다를 찾아가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노든’과 ‘어린 펭귄’을 아는 것이다. 꾸밈없이, 거짓 없이 ‘노든’과 ‘어린 펭귄’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노든은 아내와 딸에 대해서는 항상 말을 아꼈다. 아내와 딸은 노든의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이었고, 그 눈부신 반짝임에 대해 노든은 차마 함부로 입을 떼지 못했다.’

    노든의 삶은 우리의 삶과 같다. 어렵고 힘들지만 주위에 그를 사랑하는 존재들이 있다. 노든에 공감하면 우리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노든을 알고 노든을 통해 나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노든은 처절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감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끊임없이 함께한다.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함께 있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만든다. 우리는 노든을 공감하고 공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만들 수 있다.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는 내 바다야.”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 노든은 소중한 어린 펭귄과 이별을 한다. 노든의 삶에는 이별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이별이 슬펐는데 어린 펭귄과의 이별은 슬프지 않았다. 노든과 어린 펭귄은 서로 공감한다. 공감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해는 그저 그런 것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든다. 노든과 어린 펭귄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펭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리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결국 그들은 이별했지만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노든과 어린 펭귄에 공감한다면, 우리는 희망이라는 소설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책 읽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공감하며 읽기’는 희망을 나의 본질에 넣을 수 있고, 우리는 긴긴밤을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의 바다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