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이 코앞인데… 찬반논란 불거진 ‘AI 디지털교과서’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4.07.22 14:46
  • AI 디지털교과서가 내년 3월 도입을 앞둔 가운데,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 AI 디지털교과서가 내년 3월 도입을 앞둔 가운데,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1, 고1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돼 단계적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교과의 경우 수학, 영어, 정보 교과를 시작으로 오는 2028년까지 국어, 사회, 과학, 역사 등의 교과에 도입된다.

    ◇ AI 디지털교과서로 스마트해지는 공교육

    디지털교과서란 학생 개인별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과서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학생별 맞춤 학습 자료와 지원이 탑재된다. 인공지능이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학습 계획을 설계해주고, 자주 틀리는 문항 위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교과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탑재된 태블릿PC를 개별로 제공받게 된다. 이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별 학습 태도는 물론, 부족한 부분,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또한, 챗봇 기능이 장착돼 보조교사의 역할까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교사 1인이 여러 학생을 도맡는 현재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1대1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공간적, 경제적 제한으로 인한 교육격차를 해결하고 서책형 교과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이 발표되자, 기존 교과서 발행사는 물론, 많은 인공지능 기술 기업이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기업은 그들이 가진 기술과 장점을 내세워 공교육의 디지털화에 앞장섰다.

    ◇ 제동 걸린 디지털교과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만 알았던 디지털교과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미뤄달라는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다. 

    청원의 취지는 자녀들의 스마트폰 및 디지털 기기의 과사용과 문해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청원인은 “이미 수년 동안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거의 매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28일 시작된 해당 청원은 5만 6천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국회 교육위가 정책 심사에 나서게 됐다.

    디지털교과서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야 하는 교사들도 걱정 어린 표정이다. 아직 실물로 접해보지 못한 디지털교과서를 당장 다음 학기부터 수업에 적용할 생각을 하니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너무 급하게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 교육부 “도입 유보 어려워”

    현 상황에 대해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인공지능(AI) 업체와 출판사, 교과서 발행사들의 디지털교과서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현장교사, 시도교육청 담당자와 ‘함께 차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개발 막바지 단계이며, 오는 8월 검정 심사를 시작해 올해 연말 학교 현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또한, 이 부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가 개최한 전체회의에 참석해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워낙 큰 변화이기 때문에 취지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직 홍보가 미흡하다”며 “오해가 되는 부분들은 적극적으로 불식시키고, 지적을 잘 경청해서 보완하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2028년까지 3년 동안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를 병행할 계획이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다시 정하겠다고 밝혔다. ‘종이’와 ‘연필’은 이미 오랜 기간 학습 도구로서 그 효과를 인정받아왔다. 공교육 전반에 도입되는 디지털교과서가 이를 뛰어넘을 만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를 예정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학부모, 현장 교사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