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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서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가 심상치 않습니다. 부모님 중 “딥페이크가 뭐죠?”라고 물으신다면, 딥페이크는 딥러닝(인공지능)과 페이크(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가짜로 조작한 이미지나 녹음, 영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에 합성해 그 사람이 실제 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한 것처럼 보이도록 속이는 기술을 말하죠. 원래 이 딥페이크 기술은 영화계에서 먼저 적용되다 현재는 병원, 박물관, 학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술이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학회, 세미나, 강연장에서 만나는 학교 선생님마다 하나같이 아이들의 ‘딥페이크’ 문제를 거론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 딥페이크 문제는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거죠. 실제 언론 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빅카인즈(Bigkinds)’를 통해 최근 3개월간 아이들의 ‘딥페이크’를 검색하면 80건의 언론보도가 등장합니다. 매월 23건 꼴로 꾸준하게 보도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성범죄 관련 보도된 언론을 분석해 보면, 초중고 학년을 가리지 않고 남학생 중심으로 같은 학교 여학생, 선생님의 사진과 영상을 ‘음란물’과 ‘나체사진’과 합성해 유포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또, 관련 통계를 보면 실제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 건수도 점점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범죄 건수는 180건으로 나타났으며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을 기록한 데 이어 갈수록 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범죄 증가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내 딥페이크 성적 허위 영상물 차단·삭제를 요구한 사례도 급증해 2020년 473건이던 시정 요구 건수는 지난해 7,187건으로 약 15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떻게 딥페이크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딥페이크 제작을 위해서는 특별한 공학 기술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현재 딥페이크는 상대적으로 국가의 감시망이 잘 미치지 못하는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같은 SNS 공간에서 완성된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고, 작동법 또한 간단한 명령어를 통해 단 몇 초 만에 제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피해 여성의 사진을 구하는 건 또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SNS에 들어가면 동급생은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사진도 쉽게 내려받을 수 있어 범죄를 저지르기가 너무 쉽다는 게 아이들의 설명입니다.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닙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이전에 이미 2014년 ‘아헤가오’라고 해서 유명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이상하게 만드는 놀이 문화가 있었고, 이후 2015년을 기점으로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오면서 아이들이 사진을 꾸미는 놀이에 빠지다, 2017년 들어 사진을 짜깁기하는 수준을 넘어 또래 친구나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는 ‘지인 능욕’이라는 신종 범죄가 유행하기도 했죠. 그리고 지금은 딥페이크 기술이 발달해 목소리 기능까지 탑재한 영상 딥페이크까지 등장해 사기 범죄와 성범죄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딥페이크에 열광할까요. 일단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이만한 ‘재밋거리’가 없다는 게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장난 문화가 폭력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딥페이크가 아이들 사이에 하나의 ‘놀이’와 ‘게임’으로 전락한 게 사실이죠. 특히, 아이들의 발달 특성상 또래 집단 사이에서 딥페이크가 인기를 끌다 보니 관심 없던 아이마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동조압력’을 받는 것도 증가의 원인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이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확산성이 높고 회수율이 낮아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재미나 장난이 요즘 아이들에게 무모한 사고와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로 통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폭력을 마치 과자처럼 인식해 딥페이크 성범죄조차 심각한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주의할 필요가 있죠. 특히 음란물이 성적 목적을 위해 제작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 아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바람은 성적 목적보다 또래 집단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제 부모의 역할을 알아볼까요. 먼저 예방에 앞서 부모가 놓쳐선 안 될 주의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에 있어 부모는 ‘디지털의 양면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딥페이크는 무조건 나쁘다는 방식의 교육은 자칫 아이에게 디지털을 혐오하도록 만들 수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죠. 디지털은 아이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용도의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디지털 사물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행동을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돼야 합니다.
오늘부터 부모는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아이의 행동을 도와주세요. 첫째는 아이가 디지털 사물을 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올바른 사용 원칙’을 정해주는 겁니다. 사용 원칙에서 중요한 건, 아이가 디지털 사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세요. 특히, 잘못된 걸 알면서도 또래 친구들 때문에 동조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죠. 두 번째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경우라도 다른 사람의 사진과 영상으로 장난해서는 안 된다고 엄하게 교육해 주세요. 여기서 핵심은 사진이 사진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도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야 아이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보호받아야 할 한 사람의 ‘성적 권리’는 결코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교육해 주세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혹시 아이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봤다면 주저 말고 학교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은 ‘확산성’입니다. 즉, 유포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속성을 보이죠. 자칫 신고를 지체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아이가 망설인다고 해서 부모까지 망설이면 안 됩니다. 더구나 디지털 성범죄물은 인터넷에 확산하는 순간 완벽하게 회수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부모님에게 ‘딥페이크 성범죄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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