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오 원장 “수능까지 쌓아온 양적 공부를 입시 후 질적 독서로 이어가세요” (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4.07.12 16:21
  • 여성오 원장 제공.
    ▲ 여성오 원장 제공.

    2025학년도 대입에서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논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당국에서도 서술형·논술형 수능에 대해 그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년째 논술 교육자로 활동하는 여성오 씨앤에이논술 대치본원 원장은 “3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수능의 실효성이 다해가고 있다”며 “다수 선진국에서는 객관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심층적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서술형·논술형 글쓰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오 원장은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 대치동에서 논술 교육을 시작했다. 그 안에서 어린 시절 다져진 독서와 글쓰기 습관이 대학 입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조선에듀는 여 원장과 함께 입시까지 이어지는 독서와 논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독서·논술 관련 서적을 꾸준히 발간해오셨어요. 가장 최근 발간된 ‘대치동 글쓰기’는 어떤 책인가요?

    수능 영어 등급제로 인해 최근 국어 과목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2024학년도 수능 수학 100점이 612명인데 국어 100점은 64명일 정도니까요.

    2025년부터 서술형·논술형 내신이 확대되고, 장기적으로 수능에서도 서술형 논술형 도입이 예상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준비 방법을 제안 드리고자 ‘대치동 독서법’과 ‘대치동 초등독서법’에 이어 ‘대치동 글쓰기’를 집필하게 됐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당장 2025학년도 대입에서도 ‘논술’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어요.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내신과 수능을 스스로 비교해서 수능보다 내신이 강한 학생들은 학생부전형 중심으로, 수능이 강한 학생들은 논술전형 중심으로 수시 6회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희망 대학 홈페이지에서 최신 기출문제들을 확인해 직접 써보고, 예시답안과 비교해 보며 9월 수시 접수 전에 전략 대학들을 추려야 해요.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 논술 100% 대학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표를 바탕으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 고려대는 8년 만에 논술을 부활시키기도 했죠. 이처럼 논술전형의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2025년 내신 5등급제와 2028학년도 통합형 수능으로의 변화로 인해 주요 대학들일수록 선발 전략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대입정책포럼을 통해 심층 역량평가 설계안을 발표했고요. 고려대 수시 논술전형 부활은 논술과 구술면접 같은 대학별고사의 강화 추세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내신 반영 없이 논술 100%로 선발하기 위해 대학 자체 출제 방침과 채점 기준을 정교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여성오 씨앤에이논술 대치본원 원장.
    ▲ 여성오 씨앤에이논술 대치본원 원장.

    ─ 대학별로 논술고사 출제 유형 또한 다양합니다. 문과, 서술형, 약술형 등에 따라 다양하게 출제되죠. 유형별 맞춤 전략이 있다면요?

    의대를 비롯한 자연계 논술은 수학 본고사입니다. 명칭만 논술전형일 뿐입니다. 영재·과학고와 졸업생들에게 유리하죠. 

    인문계 논술은 대학별로 제한 시간(고려대 80분, 성균관대 100분, 연세대 120분 등)과 문제 유형(수리와 영어 제시문 출제 여부 등)이 다양한데요. 반드시 2025 모의논술이나 2024 기출문제를 써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최근 3개년에서 5개년 기출문제를 직접 써보고, 해당 대학의 논술가이드북이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에 수록된 채점 기준에 맞는지 첨삭하는 과정이 필수예요. 예를 들어 성균관대의 경우, 1번 분류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2번 자료해석과 3번 견해선택까지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 논술전형은 대학의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죠. 출제의도를 잘 파악하고 옳은 답을 작성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연세대 비교유형은 차이점의 기원을 묻습니다. 성균관대 분류유형은 같은 입장 내의 미세한 차이를 읽는 것이 중요하죠. 고려대 신유형은 정확한 독해와 근거 선택이 필요하고, 중앙대 1번은 서-본-결 구성이 필수입니다.

    이처럼 학교별 유형 차이를 숙지하고, 통합사회 등 교과서에 기반해 개념과 이론, 사상가들을 점검해야 합니다. 지원 대학 논술가이드북이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의외로 출제의도와 채점기준, 예시답안 같은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논술전형이 아니더라도, 대입에는 기본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요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논술전형 자체 모집 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술면접이 진행되는 수시 학생부전형 1단계 합격자들은 미리 준비해야 좋습니다. 서울대 수시 의학계열 다중미니면접(MMI)의 경우, 한 줄 요약이나 제목 만들기, 자료 해석과 같은 글쓰기 기반 소통 능력을 최종 합/불 판단에 반영합니다.

    또한, 현 중3부터는 고등 내신에서 서술형 논술형 비중이 대폭 강화되므로 초중등 과정에서 글쓰기 훈련이 강화돼야 합니다. 이미 전국단위 특목고와 대치동 일반고에서는 통합사회 같은 과목에서 객관식 없이 서술형 논술형 100%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출제하고 있습니다.

  • 여성오 원장 제공.
    ▲ 여성오 원장 제공.

    ─ 논·서술형 수능에 대해서도 한차례 언급된 바 있죠. 입시 글쓰기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객관식 5지 선다 입시는 산업화 시대의 측정 도구로 유효해 왔습니다. 하지만 1994년 입학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돼, 이미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능의 실효성은 다해가는 중입니다.

    근미래 인공지능 시대는 서술형 논술형 글쓰기 인재를 요구합니다. 객관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심층적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서술형 논술형 글쓰기는 이미 다수 선진국의 평가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또한 인터내셔널 바깔로레아(IB) 교육을 통해 여러 지역 교육청과 시범 학교들에서 객관적인 글쓰기 평가 경험과 사례가 누적돼왔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서술형 논술형 수능을 강조하고 있으니, 적어도 현 초등생들의 2031 입시 이후 도입을 예상합니다. 물론 모든 대학은 아닙니다. 서울대와 의대를 중심으로 내신 5등급제로 인플레된 수시 모집 2단계에서, 통합 수능으로 원점수 차이가 크지 않게 될 정시 모집 2단계에서 서술형 논술형 수능을 활용하리라 전망합니다.

    ─ 생각하고 글을 쓰는 능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책을 가까이하는 초등 저학년 때부터의 독서 습관이 중요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수학, 과학 선행으로 인해 독서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필수 독서를 의무적으로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최상위 학생일수록 남는 시간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습니다. 초5 한국사, 초6 세계사와 같은 역사 분야 독서가 배경 지식의 실체입니다. 주 1회 최소 1권 읽기가 예비 중1까지 이어지면, 중등 3년 동안 국어와 통합사회 전반에 걸친 고등 내신 및 수능, 대입 논·구술 대비 100권 읽기가 가능합니다. 

    초등 저학년부터 체화된 독서 습관은, 주 1회 1~2시간에서 예비 중1 정도가 되면 2~3시간 이상으로 탄력이 붙게 됩니다. 사춘기 독서는 누구도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꾸준한 중등 독서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 여성오 원장 제공.
    ▲ 여성오 원장 제공.

    ─ 아직은 5지 선다형 문제 풀이가 익숙한 학생도 많을 것 같아요. 서·논술형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어떤가요?

    중학생들의 경우, 2025년부터 서술형 논술형 내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국어뿐만 아니라 사회, 역사, 도덕 등 전 과목에서 서술형 논술형에서 감점당했을 때 채점 기준을 복기하며 더욱 꼼꼼한 읽기와 쓰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초등학생들은 워크북 답안 서술과 원고지 논술 쓰기 훈련을 꾸준히 하며 인공지능 시대 미래 인재로서의 차별화된 자질을 키우는 중입니다. 원고지 쓰기를 즐거워하는 학생은 극소수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발적으로는 어려우므로 억지로라도, 의무적으로 읽고 쓰는 훈련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 요즘 아이들은 짧은 요약본과 쇼츠에 익숙합니다. 줄글 형태보다는 영상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1:1이든, 집단 차원이든, 사적 대화든, 공적 토의든 원활하고 능동적인 소통의 기회가 불가피하게 축소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개정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발표와 토론 수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현재 학생들이 이전 과정 학생들에 비해 실질적인 말하기와 글쓰기 경험이 적다는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영상 세대 학생들에게 시간과 공간 측면에서 독서 경험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책 자체를 가까이 두고, 책 읽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이고, 도서관과 서점을 친숙하게 여기며, 같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팝콘 브레인’같은 현상을 신조어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위 알파세대의 실제 특성으로 이해하고 자녀를 대해야 합니다.

    *팝콘 브레인: 팝콘이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처럼, 뇌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에서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함.

    ─ 끝으로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 부탁드립니다

    수시든 정시든 서울의대 합격자 외의 다수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현행 입시의 제도적 한계가 큽니다. 힘든 수험 과정이지만 미국 대선과 한국 정치, 미국 금리와 주가, 새로운 사회 문화 트렌드 등 2025년 세계와 우리의 변화 방향에 대해 잠시 이야기 나눌 친구가 옆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22세기까지 길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수능까지 쌓아온 양적 공부를 입시 후 질적 독서로 이어가길 바랍니다. 좋은 글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은 내신이나 수능 점수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요. 학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좋은 입시 결과뿐만 아니라 행복한 20대를 준비할 수 있는 예비 지식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