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아이가 역사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4.07.03 10:20
  • 드라마 이산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이산 공식 홈페이지.

    “나는 네가 죽여야 할 동궁, 이산이다.”

    드라마 ‘이산(2007~2008년 방영)’에서 주인공 정조의 동궁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자신을 해치러 온 자객에게 차분히 읊조린 대사다.

    5학년 학생들과 <배유안, 「창경궁 동무」, 푸른숲 주니어, 2015>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창경궁에서 함께 뛰놀던 정조 이산과 고모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의 어린 시절, 정후겸의 질투, 임오화변을 둘러싼 여러 갈등 상황, 정후겸의 몰락 등을 상상을 가미해 담고 있다. 특히 정후겸의 시선을 통해 정조 이산의 슬픔과 혼란, 여러 위협 속에서 굳건한 제왕으로서 우뚝 서는 과정을 그려내 통쾌함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사가 정조에 빙의된 듯 위에서 언급한 대사를 비장하게 읊조리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수업의 도입 과정을 시작으로 동궁의 뜻, 정조의 어린 시절, 이산의 삶에 접근한다. 

  •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정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또 다른 인기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2021~2022년 방영)’도 모를 아이들이지만 풍전등화 같았던 정조의 처지와 성정을 대변하는데 저만한 대사는 없는듯하다. 

    학생들은 해당 도서를 읽은 뒤 수업을 통해 정조가 느낀 외로움과 치열한 삶의 과정, 부정을 헤아리고 영조의 입장과 사도세자에게 내려진 비극적인 처분을 통해 자연스럽게 붕당정치의 폐해에 관해서도 깨닫는다. 정조의 업적을 바탕으로 당시 백성들의 삶과 성군의 덕목에 관해서도 헤아린다.

    이외에도 5학년 학생들은 <이영서,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어린이, 2009>의 주요 사건의 배경이 된 신유박해, <문영숙, 「무덤 속의 그림, 문학동네 어린이, 2005>의 비극의 시작인 순장제도의 문제점, <손연자, 「마사코의 질문」, 푸른책들, 2009>에서 제기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비극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관해서도 자연스럽게 탐구한다. 

    특히 5학년 2학기부터 사회 과목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학습하기 시작하기에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마음은 분주해진다. 5학년 2학기에는 구석기 시대부터 6.25까지, 6학년 1학기에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참여 등 우리나라 정치 발전과 경제 발전에 관해 학습한다.

    이에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루고 있는 역사 관련 전집을 통해 각 시대의 배경, 주요 인물 및 사건, 영향에 관해 숙지한 뒤 앞서 언급한 여러 문학작품을 함께 읽으면 역사의 현장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성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시야도 확장할 수 있다. 

  • 초등 한국사는 자연스럽게 중등 한국사로 연결이 된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세계사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한국사를 학습한다. 중학생들이 한국사와 친해질 수 있는 도서,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도 소개한다. 현장에서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해당 도서로 수업을 진행한다. 5.18 광주 민주화 혁명을 배경으로 당시의 처참한 상황과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끝나지 않을 고통에 관해 담담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학생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인 등장인물 동호와 정대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실제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특히 줄지어 손을 들고 항복하며 걸어 나오는 소년들을 향해 총을 쏜 계엄군, 아들 동호의 죽음 뒤 넋을 기리며 읊조리시는 동호 어머니의 넋두리 장면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곤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나눈 뒤, 표지에 그려진 안개꽃의 의미, ‘소년이 온다’는 제목에 담긴 뜻, 어떻게 해야 소년이 올 수 있을까, 왜 소년이 와야 할까에 관해 성찰한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곱씹으며 자연스럽게 양심의 가치와 역사 인식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역시 기승전결 독서다. 학생들이 역사를 복잡하고 귀찮은 암기과목으로 여기지 않도록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배경으로 한 책 한 권을 손에 쥐어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