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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물으면, 많은 부모가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라고 말한다. 대부분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 왔음에도, 부모가 초등학교 입학 후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등학교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집단생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은 그 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아이를 돌보지만, 학교의 경우 아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자녀가 혼자 잘 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은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지난 1월, 조선미 교수는 이러한 초등생 학부모를 위해 훈육 지침서를 발간했다. 책에는 대학교부터 석·박사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을 전공하고, 30여 년간 임상에 머물며 겪은 사례와 조언을 고스란히 담았다.
조선에듀는 현실적이고 일관된 양육 방식을 통해 ‘부모들의 멘토’로 떠오른 조선미 교수에게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하기 위한 양육 솔루션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1월 새로운 육아 지침서를 발간했어요. ‘조선미의 초등생활 상담소’는 어떤 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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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동 환자를 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런 육아 방법이 좋다”는 식의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는 자신이 자랐던 방식으로 자녀를 키워왔죠.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고 자녀 수가 한두 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는 소수의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특히, ‘내 부모가 했던 것처럼 강압적인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한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부모-자녀 관계와 아이 감정을 중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훈육 방법으로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좋아졌지만, 아이와의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부모가 늘어나더라고요. 실제로, 이전과 달리 훈육 방식이나 권위를 가질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질문하는 부모도 많아졌어요. 책에는 이러한 부모들을 위한 조언이 담겨 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했죠.
─ 책에서 강조한 ‘좌절내구력’이란 무엇인가요?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를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의존을 점차로 줄여 결국은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게끔 해야 한다는 거죠.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적절한 좌절 경험을 통해 좌절을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예요.
좌절내구력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인내하며 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어른이 아이와 다른 점은 힘들어도 해야 할 것은 해낸다는 것인데,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지녔어도 좌절을 견디지 못하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죠, 이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목표를 세운다 해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 초등학교 입학 후 힘들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보육기관이라 기관이 주도적으로 아이를 돌봅니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기관이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집단생활에 적응해야 하죠. 따라서 아이는 교사의 설명과 지시, 주변 분위기, 친구들 행동 등을 스스로 보고 판단해야 해요. 마냥 어린애 같기만 한 내 아이가 엄마 도움 없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걱정이지요. 마음만으로 보면 엄마가 같이 가고 싶을 겁니다.
아이가 학교에 질 적응하는지 여부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거나,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다는 말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싫은 것, 어려운 것과 못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식으로 자주 말한다면 아이는 가기 싫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교사로부터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려워한다거나 또래 관계에서 자주 부딪히는 것, 다른 아이들은 거의 하지 않는 부정적 행동을 하면 부적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가정 먼저 교사와 의논하고, 더 도움이 필요하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 요즘은 아이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살피는 것이 육아 트렌드인 듯 합니다
감정은 마음의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마음은 감정과 생각,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 영역의 균형이 잘 잡혔을 때 사람들은 가장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육아를 할 때도 각 영역이 비슷한 속도로 성장해야 안정감을 유지합니다.
감정은 자신이 느끼는 대로, 즉 좋거나 싫은 대로 하고자 하는 동기의 원천이 됩니다.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하고 싶으니 하고, 해야 되는 건 알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을 수용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감정을 내세워 성장과 사회화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어린 애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감정 못지않게 행동과 생각도 함께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 조선미 교수의 양육 방법은 냉철하고 단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훈육과 애정은 서로 다른 차원입니다. 훈육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애정이 부족한 게 아니고, 애정의 부족이 강압적인 훈육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훈육도 충분히 하고, 애정표현도 충분히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냉철해 보인다면 훈육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훈육을 하려면 아이의 행동을 이끈 맥락의 특징, 부모의 행동특징을 분석해야 해서 주로 분석적이고 문제해결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애정표현 엄청 많이 합니다.^^
─ 부모의 마음 건강 또한 양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몸을 많이 쓰면 지치는 것처럼, 신경을 많이 쓰고 감정의 방전이 심해지면 번아웃이 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제 생각에 부모들이 육아에 지치는 건 아이가 옆에 있을 때나 학교에 갔을 때 등 대부분의 상황 동안 아이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학교에 가 있을 때는 학교와 아이를 믿고 걱정을 내려놓고, 아이도 어느 정도 문제해결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믿어주면 덜 지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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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아이들의 디지털 중독 문제가 대두됐어요
열 살이 넘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안 가진 아이들이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 가정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주는 시기는 4~5학년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보다 어리면 통제가 어렵고, 사춘기가 되어도 부모 말을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규칙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때에 스마트폰을 사주되, 그 전에 하루에 어느 정도를 사용할 것인지, 내용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규칙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해놓아야 하고요.
─ 훈육과 학대를 명시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학대 때문에 문제가 된 부모의 대답은 한결같이 ‘훈육을 위한 것’입니다.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훈육과 학대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훈육은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며,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방법 또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어야 하죠.
가벼운 체벌은 해도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체벌을 시작하면 감정이 점차 실리면서 체벌이 공격적인 행동으로 바뀌기 시작해요. 가볍게라도 신체적인 벌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아이가 훈육을 감당하지 못해 신체 증상을 보이면 이 또한 학대로 볼 수 있어요.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계속해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불안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학대의 일종입니다.
─ 부부간에 훈육 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부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적응력이 좋아 부모 간 차이는 아주 힘들어하지 않아요. 그러나 자신 때문에 부모가 싸우는 일은 아주 끔찍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의견 차이가 크지 않고 상대의 생각도 수긍되는 점이 있으면, 한쪽 부모가 훈육을 할 때 다른 쪽 부모는 그 상황을 조용히 떠나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상대 부모를 비난하거나 그 방법이 나쁘다고 아이에게 말하다면,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엄마와 아빠의 생각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융통성을 키워주면 됩니다.
─ 끝으로, 오늘도 육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든 부모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육아는 직장생활, 요리, 빨래와 같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입니다. 가족에게 필요한 자원과 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데 있어서 관심의 초점을 아이에게 쏟게 되면, 가정 분위기가 편향되면서 아이가 건강한 자아감을 갖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이 함께 산다는 편한 마음으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대수롭지 않은 일을 다루는 것처럼 육아를 했으면 합니다.
조선미 교수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다, 가족이 함께 산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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