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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0대 맞벌이 비중이 58.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아마 내년이면 또 깨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3년 41.5% 대비 10년 만에 17.4%p 상승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가 보편적인 경제활동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그럼 애는 누가 봐줘요?”이다. 보통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닌다 해도 틈새 돌봄공백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일하는 엄마 대신 돌봄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주로 할머니의 몫이었다. 아이를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기에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손을 뻗어온 결과다.
◇ ‘맘고리즘’에 갇힌 할머니들… 원인은 ‘사회적 돌봄체계’ 부재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봐주는 이른바 ‘황혼육아’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가까운 혈연 지간인 조부모와 함께하면서 아이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초저출생 시대에 귀한 손주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손주와 함께하는 육아 시간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8년도 육아정책연구소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 열 명 중 한 명은 일주일에 7일 동안 아이를 돌보고 있는 과도한 황혼육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 자식을 돕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황혼육아로 인해 할머니들은 손목터널증후군, 관절염, 척추염 등 이른바 '손주병'을 덤으로 얻게 된 것이다.
등 떠밀려 시작하게 된 황혼육아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황혼에 손자녀 돌봄을 제공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 지수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자료를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평생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맘고리즘(mom+Algorithm)’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조부모 돌봄…MZ부모도 “베이비시터가 편해요”
최근 변화된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손주 돌봄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외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라는 조부모의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자식간 육아 가치관의 차이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상황 때문에 차라리 제3자인 베이비시터와 함께 하는 육아가 마음 편하다고 말하는 2030세대 MZ부모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속 기저에는 더 이상 ‘우리 엄마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자리 잡고 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는 별개로 육아가 육체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라는 점에서 “애는 누가 봐주나”에 대한 질문에 “친정엄마” 혹은 “시어머니”로 답하는 마음이 영 편하지 않은 까닭이다. 30대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60대인 엄마는 오죽할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육아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위스 바젤대학 연구팀이 20여 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손주와 이따금씩 함께 지내는 노인들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길다는 분석이 있는 한편, 손주를 풀타임으로 돌보는 것은 되려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손주와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조부모 돌봄과 더불어 베이비시터의 조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가 돌봄을 제공하더라도 주 1~2회는 할머니가 돌보는 등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손주 육아에서 퇴근한 할머니는 취미와 여가활동을 즐기고, 친구들과 정서적 에너지를 교류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 ‘가끔 보는’ 손주의 재롱까지 더해지니 기쁨이 배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 ‘맘고리즘’ 끊고, 육아 기쁨 나눠 갖는 진정한 ‘돌봄 공동체’ 실현 기대
정말 다행인 것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저출산 문제가 날로 심화되자 국가가 나서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돌봄의 사회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공공과 민간을 활용한 가정방문형 아이돌봄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전통적인 개인(가족)의 돌봄 책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돌봄체계’의 마련이 가시화된 것은 저출생 해결을 위한 커다란 일보 전진으로 보인다.
든든한 육아조력자와 함께하는 엄마는 마음껏 꿈을 실현하고, 손주 육아에서 해방된 할머니는 여생을 행복하게 즐기며, 제2 커리어를 찾는 중장년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펼쳐질 수 있는 기회다. 시대가 바뀌어도 끝나지 않는 ‘맘고리즘’을 이제는 과감하게 끊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지예의 워킹맘 인사이트] 황혼육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 맞벌이 부모의 워라밸! 베이비시터와 함께하는 일·육아 균형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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