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N] “이게 요즘 감성이예요” 뉴트로에 푹 빠진 Z세대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4.06.06 15:00
  • 드라마 '응답하라1997'/tvN 제공.
    ▲ 드라마 '응답하라1997'/tvN 제공.

    10여 년 전,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던 곳이 있다. 생과일 디저트 전문점 ‘캔모아’다. 지난 2003년 첫선을 보인 캔모아는 당시 단순한 카페의 개념을 넘어 남녀노소 모두가 모이는 ‘만남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간이 흘러 스타벅스 등 커피 중심의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며 서서히 그 모습을 감췄다.

    몇 년 사이 국내에는 레트로와 Y2K가 뜨겁게 떠올랐다. 캔모아처럼 이제는 사라져 버린 추억의 장소들이 함께 회자되며, 다시금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양상의 ‘뉴트로’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운(NEW) + 복고(RETRO)’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새로운 세대가 그들의 시선으로 과거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뉴트로. 요즘 Z세대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뉴트로를 즐기고 있을까?

  • 뉴진스 'Ditto' 뮤직비디오 캡처.
    ▲ 뉴진스 'Ditto' 뮤직비디오 캡처.

    ◇ 요즘 대세는 ‘저화질’

    사진은 현재를 추억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좋은 수단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놀이로 즐겨왔다. 요즘 길거리에는 ‘네 컷 사진’ 가게가 한걸음에 하나씩 발견되며, 과거에도 ‘얼짱’이라 불리는 스티커 사진이 흥행했다. 몇 년 전부터는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옛날식 ‘디카’와 ‘캠코더’까지 유행 반열에 올랐다. 

    이미 생산이 중단된 디카와 출시된 지 오래된 구형 핸드폰을 찾는 20대가 늘어났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구형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의 검색량이 증가함은 물론, 기존 가격의 10배 가까이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며 핸드폰만으로도 높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카메라의 성능이 발전될수록 사람들은 저화소 카메라에 열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화질이 흐릿하고 노이즈가 자글자글한 사진이 흔히 말하는 요즘 ‘감성’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넥슨 제공.
    ▲ 넥슨 제공.

    ◇ “같이 메이플 하실 분?” 20년 전 추억의 게임

    20년 전에나 유행하던 온라인 게임이 다시 한번 전성기에 올랐다. 최근 게임업계는 오래전 활발하게 운영되던 게임을 다시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게임 회사 넥슨은 20여 년 전 출시돼 전국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초기 버전인 ‘메이플랜드’를 새롭게 서비스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초기 감성을 좋아하던 회원들의 이탈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메이플랜드’는 이탈한 과거 회원은 물론, 뉴트로 열풍에 빠진 신규 회원들까지 사로잡았다. 메이플랜드를 플레이한 회원의 수는 올해 초를 기준으로 71만 명에 달했으며, 동시접속자 수는 6만 명을 넘었다.

    NC소프트 또한 빠르게 뉴트로 열풍에 탑승했다. 자사의 인기 게임 ‘리니지’와 ‘아이온’의 리마스터 버전을 공개해 새로운 이용자 확보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인기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의 클래식 버전 출시를 예고하며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 ◇ 젊은 활기 되찾은 ‘전통시장’

    계속되는 뉴트로 유행에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어디일까? ‘전통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전통시장은 20대 젊은 고객이 증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등의 등장과 함께 맥없이 추락했다. 2030 자취생, 젊은 부부 등이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로 몰리며 전통시장은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만이 찾는 곳이 됐다. 그러나 최근 레트로 바람과 함께 노포 맛집, 시장 맛집은 ‘저렴하고 힙한’ 감성으로 새롭게 포장됐다. 

    광장시장은 물론, 금남시장, 망원시장 등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 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며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실제로 KB국민카드가 지난 4월 발표한 ‘전통시장 카드 소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4%가 증가했다. 신규 방문객의 연령대는 20대가 26%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같은 모습에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SNS 등에서도 각종 전통시장의 소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인기는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