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불편하지만, 부모가 꼭 알아야 하는 ‘실종’과 ‘유괴’ 예방법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4.06.05 14:03
  • 지난 5월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그런 날도 있어요?”라고 물으시겠지만, 올해로 기념일 나이가 18살이나 되었더군요. 그만큼 우리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사라지는 비율이 줄지 않고 또,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부모님들이 흘린 눈물이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난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부모가 실종 신고한 사례는 2만 6천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중 27명의 아이는 아직 신고가 해제되지 않았다고 해요. 더 안타까운 건, 20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으로 남은 아동이 879명에 달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여기에 부모가 아이 실종을 대비해 미리 지문 등을 등록한 아동은 총 477만 여 명으로 전체 대상자 중 65.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슬아슬하기까지 합니다.

    2012년부터 경찰은 아동, 지적·자폐·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의 실종을 대비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지문이나 얼굴 사진 등을 미리 등록하는 ‘사전 지문 등록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된 제도인데도 부모님들 사이에서 간혹 모르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부모와 아이 사이에 ‘분리’와 ‘이탈’은 늘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수년 전부터 부모에게 닥친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을 두고 부모의 돌봄 태도가 이전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 부모님 중에는 이 말을 듣고 말하기 좋아하는 꼰대 부모의 잔소리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흘러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유괴’ 이야기도 해볼까요. 의미상 ‘유괴’와 ‘납치’는 엄연히 다른 뜻이지만, 부모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이 아이를 강제로 데리고 가든, 속여서 데리고 가든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분명 ‘유괴’입니다. 몹시 나쁜 범죄죠. 꼭 돈을 요구하지 않아도 아이를 함부로 데리고 가는 행위는 그 자체로 중범죄입니다.

    얼마 전, 대낮에 한 지역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유괴 범죄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실종아동의 날’이 지나고 닷새 만이었습니다. 당시 한 30대 남성은 차량에 승차한 채 지나가는 남성 초등학생에게 “엄마가 아프대. 빨리 가자”라며 아이를 다급하게 유인하려 했고 아이는 다행히 도망쳐 부모가 신고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어린아이일수록 모성과 애착이 견고해서 “부모가 다쳤다”라고 하면 쉽게 속아 넘어가기 마련인데 부모에게 신고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죠. 

    또, 지난해 12월에는 한 지역에서 등교하던 남성 초등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부모에게 2억 원을 뜯어내려 한 40대 남성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은 옥상에서 테이프로 온몸이 꽁꽁 묶여 있었는데 아이의 재치로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언론에서는 “허술한 유괴범과 똑똑이 아이”라는 보도까지 내보냈습니다. 

    최근 들어 유괴 사건이 종종 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 기분 탓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더군요. 2023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를 보면, 아동 유괴 범죄 실상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총 284건의 약취유인 범죄가 발생했는데, 피해자 중 62.7%에 해당하는 178건이 13세 미만 아동 사건이었습니다. 또, 피해 아동 중 성별에서는 여성 아동이 남성 아동보다 곱절로 많았고요. 여기에 범죄 시간대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전체 범죄에서 절반 이상이 방과 후 오후 12시에서 18시 사이에 가장 많이 일어났고, 학교, 학원, 주거지 근처에서 범죄가 발생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범죄자 중 70.3%가 남성이었고, 29.7%가 여성이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 부모의 역할을 알아볼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괴 범죄가 짜놓은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먼저, 첫 번째 시나리오는 ‘친밀한 상황’입니다. 낯선 사람이 아이에게 친밀한 행동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말하죠. 이 상황에서는 반드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 공세가 빠지지 않습니다. 범죄자들은 주로 먹거리나 장난감 거리를 이용한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불쌍하게 보이는 상황’입니다. 낯선 사람이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며 동정을 보이는 행동이죠. 평소 부모님들이 아이를 돌볼 때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는 선행 교육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지금까지 읽고 보았던 동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떠올립니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로 전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낯선 사람이 아이에게 부모가 사고를 당했거나 장소를 이동했다고 설명하며 다급하게 동행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순식간에 속아 넘어갈 수 있어 최근 유괴 범죄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의 상황을 설명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시나리오가 바로 범죄자가 ‘부모의 친구’나 ‘부모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부모와의 애착이 높은 아이일수록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으니 꼭 주의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네 번째 상황은 ‘강제적인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아이를 속여 데려가기보다 아이를 납치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은 아이가 따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지능과 행동반응 능력을 생각하면 부모의 훈육으로 예방하기는 쉽지 않아 가장 고민이 되는 상황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에게 유괴가 일어날 수 있는 4가지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에게 교육할 때 반드시 눈높이에 맞춰 유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걸 잊지마세요. 특히, 낯선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할 때는 반드시 큰 소리로 ‘싫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끌어내 줘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복잡한 행동을 주문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부모 교육이 효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단순한 행동이 답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특히 더 중요한 건, 실종이나 유괴나 근본적인 안전장치는 바로 모두의 ‘관심’입니다. 지난해 4월, 한 시민이 아홉 살 여성 아이를 유인해 자기 집으로 끌고 가려던 남성을 끈질긴 추격 끝에 막아냈습니다. 당시 한 기자는 시민에게 남성을 쫓아간 이유를 묻자 “저도 부모라서요”라고 짧게 답했죠. 그 시민은 우리에게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아동의 부모”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새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다시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