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준의 학종 전략 자료집] ‘무전공 선발’에서 학생부 평가는?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기사입력 2024.06.07 16:00
  • 대학교육협의회가 ‘무전공 선발’이라 불리는 전공자율선택제 모집 단위와 모집인원을 발표했다. 수도권 사립대와 공립대, 국립대(교대, 특수목적대 제외)와 국립대법인의 전공자율선택 모집 단위 운영 현황에는 <유형1>과 <유형2>를 구분하고 있다. <유형1>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예: 자유전공학부) 후, 대학 내 모든 전공(보건의료, 사범 등 제외) 자율 선택”을 하는 유형이다. <유형 2>는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 모집 후, 모집 단위 내 모든 전공 자율 선택 또는 일정 범위 내 선택권 부여”를 하는 유형이다.

    이번에 발표한 73개 대학은 2025학년도 정원 내 모집인원의 28.6%를 전공자율선택제로 선발한다. 이 중 <유형 1>은 11.2%(14,844명), <유형 2>는 17.4%(23,091명)이다. 이는 2024학년도 대비 각각 9.5%p(12,254명), 12.5%p(15,756명)가 증가한 규모다.

    모집인원의 비율은 발표한 대학들 평균일 뿐이고 실제 규모와 유형은 대학마다 다르다. 그리고 수시와 정시를 모두 포함한 수치이므로 이번 수시 전형에서 어떠할지는 대학별 수시 요강을 일일이 살펴볼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전공자율선택 모집 단위에서 시행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 정성 평가를 포함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우선 선택할 수 있는 학부/학과/전공을 확인하자

    학생부종합전형을 2년 넘게 준비해왔다면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전공 선발’ 모집 단위로 입학을 했는데 희망하는 학과에서 전공할 수 없다면 큰 낭패일 것이다. 그래서 전공자율선택 모집 단위에서 전공할 수 있는 학과는 기본적으로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유형 1>에 해당하는 모집 단위의 경우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입학 후 1년 혹은 2년이 지나면 대학에 설치된 웬만한 학부/학과/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상식적으로 의예과를 선택할 수는 없을 게 뻔하다. <유형 1>은 진학 후 대체로 의약학 계열, 간호학과, 사범대학, 미술·음악·체육, 건축학과, 계약학과, 인기 많은 첨단학과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학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홍익대의 캠퍼스자율전공은 해당 캠퍼스에 설치된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자연·예능’ 모집 단위로 입학하든 ‘인문·예능’으로 입학하든 상관이 없다. 그래서 선망받는 홍익대의 미대를 진학하는 우회로가 되기도 한다. 아래는 선택이 불가능한 학부/학과/전공 대학별 사례다.

  • <유형 2>도 비슷하다. 가령 공과대학에 설치된 모집 단위라 하더라도 공과대학의 모든 학부/학과/전공을 선택하지는 못한다. 아래는 선택이 가능한 학부/학과/전공과 그렇지 않은 학부/학과/전공의 대학별 사례다.
  • ◇ ‘무전공 선발’ 모집 단위의 학생부 평가 요소

    모집 단위의 전공 가능한 학부/학과를 확인했다면, 그다음에는 수시 전형에서 어떤 전형으로 선발하는지 확인할 차례다. 물론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무전공 선발’ 모집 단위도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전형에 지역 균형(추천), 일반, 기회 균형으로 골고루 선발한다.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 정성 평가를 포함한 학생부교과로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 모집 단위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이번 글에서의 관심은 학생부종합전형이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유형 1>에서 ‘무전공 선발’ 모집 단위에서도 다른 학부나 학과처럼 평가하는지다. 이것도 대학마다 다르다. 그런데 무전공 선발에는 다른 평가 요소를 적용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대학이 있는가 하면,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여타 학부/학과와는 다른 평가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학이 있다. 그리고 아예 평가 요소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학도 있다.

    경희대 자율전공학부는 네오르네상스전형(학생부종합)과 지역균형전형(학생부교과)로 선발한다. 지역균형전형이 학생부교과전형임에도 학생부종합 평가가 30% 반영된다. 네오르네상스전형은 진로역량을 평가하지 않고 자기주도역량을 평가한다. 그리고 지역균형전형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평가하지만 자율전공학부 선발에서는 학업역량만 평가한다.

  • 건국대의 학부/학과별 모집에서는 학업역량(30%), 진로역량(40%), 공동체역량(30%)가 평가 요소이고, KU자유전공학부 모집에서는 학업역량(20%), 성장역량(50%), 공동체역량(30%)아 평가 요소다. 건국대도 <유형 1>에 해당하는 전공자율선택 모집 단위는 진로역량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평가 요소와 비중을 명확하게 밝힌 대학도 있지만 원하는 인재상을 밝히고 평가 요소는 일반 모집 단위와 다르지 않은 동국대도 있다. 동국대의 열린전공학부는 인문과 자연을 구분해서 선발하는데, 2025 수시에서는 학교장추천인재(학생부교과)로만 선발한다. 동국대도 학생부교과전형은 30%를 서류 종합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정성 평가의 요소 또한 합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전형의 평가 요소는 학업역량(50%), 진로역량(30%), 인성 및 사회성(20%)로 열린전공학부에도 적용되는데, 다만 열린전공학부(인문)의 경우는 “국어, 영어, 외국어교과 중심의 소통 역량 + 사회교과 중심의 소양”이라는 인재상을, 열린전공학부(자연)의 경우는 “수학교과 중심의 논리적사고 역량 + 과학교과 중심의 소양”이라는 인재상을 별도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인재상은 다소 불명확하다.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이라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소양이기 때문이다.

    서강대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자유전공학부의 모집단위는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와 AI기반자유전공학부다. 서강대의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에는 진로역량(과거의 전공적합성)은 애초부터 없다. 서강대는 <입학가이드북>에서 “지원 전공과 무관해 보일지라도 정규 교과에서 배운 내용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관심사를 주도적으로 확장하고 배움을 심화해 본 경험은 의미 있는 성장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모든 과목을 대등한 수준에서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하는 인문계 학생에게는 ‘인문학 기반’을 강조하고, 자연계 학생에게는 ‘AI 기반’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다른 모집 단위가 다르게 인문학적 소양과 AI와 관련한 지식을 더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첨언하자면, <유형 2>의 경우는 관련성이 큰 전공이 모여 있는 단과대학에서 통합 선발하는 모집 단위이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가 일반 모집 단위와 다르게 제시될 이유는 전혀 없다. 최근에는 대학이 더 명확하게 ‘전공’ 중심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워할 점은 당연히 없다.

  •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

    ◇ 학생부를 정성 평가하는 <유형 1> 모집 단위에는 어떤 학생이 지원해야 할까?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 정성 평가를 포함한 학생부교과전형의 <유형 1> 모집 단위에는 어떤 학생이 지원해야 할까? 2년 반 동안 학생부종합전형을 착실하게 준비한 학생이라면, 최종 희망하는 학과/전공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데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유형 1> 중에서 진로역량을 평가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진로를 준비하면서 했던 탐구와 활동에 학업역량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탐구가 누적돼 있지는 않지만 2년 반 동안의 탐구 과정으로 볼 때, 자기주도적 문제해결을 해온 학생이라면 오히려 다른 모집 단위에서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이 새롭게 주목해야 할 바다. 건국대는 KU자유전공학부의 179명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데 “융복합적 소양, 학문 간 응용 능력”을 강조한다. <유형 1> 모집 단위의 학생부 정성 평가는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학생뿐만 아니라, 특정 전공을 떠올릴 수 있지는 않더라도 여러 학문의 지식을 연결 지어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학생도 우수하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제까지 보아온 사실상 특정 전공을 전제로 한 탐구활동과 역량 성장과는 다른, 새로운 성격의 성장 트랙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