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독서활동과 글쓰기 수업이 필요한 이유
노승혁 ‘책 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위례 교육센터 원장
기사입력 2024.06.05 10:37
  • “공사다망하여 찾아뵙지 못함에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사실 위 문장을 평소에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만, 문맥을 읽으며 대략적인 뜻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문해력 논란이 우리 사회에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런 문장을 해석할 수 없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공사다망(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이 많아 매우 바쁘다)이라는 고사성어를 모르고, 심심하다(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단어의 다른 뜻을 모르기에 “공사가 다 망했는데 심심한 사과라니, 사람을 놀리는 건가요?”라고 해석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 노승혁 ‘책 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위례 교육센터 원장.
    ▲ 노승혁 ‘책 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위례 교육센터 원장.

    하나의 웃음거리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최근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긴 글을 보면 세 줄 요약을 원하고, 글을 읽어도 내용을 이해 못 하는 실질적인 문맹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즉 글자만 읽을 줄 알고 맥락은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영상매체에 노출된 아이들은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마주하지만, 그 내용을 눈으로만 볼 뿐, 어떻게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생각하는 힘은 문제집을 푼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책을 읽고, 한두 번 글을 쓴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자라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떻게 하면 좋은지 정답을 알고 있다. 꾸준히 책을 읽으며 내가 접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글을 통해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생각하는 힘은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는 것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른도 힘든 일을 학생이 혼자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도와줄 사람이나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 만약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직접 해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학생들은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고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어휘력 부분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수업할 때 스님의 몸에서 사리가 나왔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학생들이 웃기 시작했었다. 사실 사리라는 말이 무엇인지 모를 것 같았는데 신기한 반응이 나오길래 학생들에게 웃는 이유를 묻자 사람의 몸에서 라면 사리가 나온다는 것이 웃겼다는 답변을 했었다. 이렇듯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뜻을 오해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결국 책을 통해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특별하게 알려주지 않았어도 우리가 어휘 대다수를 알아들을 수 있던 것은 독서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내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 내용을 모두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율곡 이이 선생님께서 독서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하며 내가 정말로 그것을 이해했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중요시하셨던 것처럼, 내 생각을 머릿속이 아닌 글로 담아낼 수 있어야 그것을 진짜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