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유연성·처우·행복감까지 3박자 갖춘 직업”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05.31 10:25
  • 박미정 시터.
    ▲ 박미정 시터.

    “3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를 만난다.”

    워킹맘 사이에 정설처럼 내려 오는 말이다. 그만큼 내 마음과 꼭 맞는 육아조력자를 찾는 것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몇 년 사이 전문성과 직업정신을 고루 갖춘 베이비시터를 만나는 일이 무척 쉬워졌다. 젊은 세대 부모의 니즈를 파고든 아이돌봄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화두가 되며 이제는 민간 서비스도 제도권으로도 포함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저출산과 더불어 베이비시팅이 주목을 받으면서 아이돌봄 전문가가 된 4565세대 엄마들이 저출생 해결사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제 2의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베이비시터로 활동 중인 박미정씨(53)를 만나고 왔다. 그녀는 20대 아들을 둔 5년차 베테랑 베이비시터다.

    ─ 베이비시팅(아이돌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에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경력단절이 된 터라 막상 아이를 다 키우고보니 이제는 제 일이 필요해지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데 제가 아이만 보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시터 일을 추천했어요. 워낙 아이를 좋아하니 주변에서도 어린이집 교사를 권하곤 했었는데, 이제 50대에 접어들어 하루종일 일하는 건 힘들 것 같고, 가정 돌봄이 성향에 더 잘 맞을 것 같아서 베이비시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아이 개월수나 나이, 아이 성향, 부모님의 양육 방식 등에 따라서 돌봄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등원 전이나 하원 이후 3~4시간 정도 시간제 돌봄을 주로 해요. 생활에 필요한 기본 돌봄부터 독서 활동이나 간단한 학습지 보조 등의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오후 3시 30분부터 매일 4시간동안 18개월 아이를 6개월째 하원 돌봄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시키며 놀이터에 잠시 들르거나 자연물도 관찰하고, 집에 오면 손씻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혀요. 간단한 간식먹이고 책읽기나 아이 관심사에 맞춰 놀이 활동을 하고 저녁 챙겨줘요. 부모님들마다 원하는 활동이 조금씩은 달라지는데 아이 목욕이나 아이 관련 간단한 가사일(주요 돌봄 공간 정돈 등)을 조율해서 활동에 포함하기도 해요. 그 외 빨래나 집안 청소같은 가사 업무는 아니고요. 요즘은 가사와 아이돌봄이 전문 분야로 나뉘어져있어요.”

    ─  베이비시터로 일을 시작하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맘카페나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지인 아이 돌보는 일을 몇 번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지인이다보니 비용을 요청하거나 정산하는게 입이 잘 안떨어지더라구요. 이후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알음알음 소개받았고, 주변 엄마들이 ‘맘시터(아이돌봄 플랫폼)’라는 앱을 추천해줘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됐어요. 

    전문 앱에서는 서비스 관리가 되다보니 업무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하고, 동네 가까운 일자리 정보, 정확한 정산시스템 등을 처음 이용해보는 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 시터 교육이 있어서 바로 수강신청하고 수업도 들었죠. 후기제도와 여러가지 인증제도가 정말 잘 되어 있어요. 시터와 부모가 서로 후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후기가 많을 수록 일자리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더 괜찮은 처우를 기대할 수도 있고요. 여기에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본인인증, 건강인증 같은 여러가지 인증 정보를 등록하면 신뢰도가 올라가서 일할 기회도 많아졌어요. 이렇게 교육도 받고, 후기도 좋다보니 프로시터*로 활동할 기회도 생겨서 추가 일자리를 제안받기도 합니다. 잘 하는 만큼 더 많은 일자리 선택지들이 생겼어요.”

    *맘시터 내부 기준에 따라 검증된 시터회원을 프로시터로 별도 관리하며, 기업 및 지자체 등 기관 전용 맘시터프로 서비스 돌봄을 제공중이다.

  • 박미정 시터의 아이돌봄 플랫폼 앱 서비스 프로필 화면.
    ▲ 박미정 시터의 아이돌봄 플랫폼 앱 서비스 프로필 화면.

    ─ 시터 교육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실제로 일하는데 도움이 됐나요?

    “개인적으로 활동할 때는 제 아이 키운 경험으로 했었는데, 시터 교육을 듣고나서 확실히 더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고용노동부에서 인정받은 맘시터 교육 기본과정과 2가지 심화과정까지 모두 수료했어요. 20년 전 저희 아이 키울 때는 미처 몰랐던 아이 발달에 맞춘 엄청 자세한 육아지식이나 요즘 부모의 육아 가치관, 육아 트렌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어서 시간 활용에도 좋았고요.”

    ─ 현실적인 질문을 드립니다.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급여는 기대하는 만큼 받고 있나요?

    “돌봄 시간이나 돌봄 범위 등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저는 현재 시간당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의 돌봄비를 희망시급으로 하고 있어요. 현재 한 아이만 돌보고 있어 한달에 100~120만원 가량의 수입이 있어요. 시터 분들 중에는 돌봄 일정을 잘 계획해서 2~3가정의 아이를 돌보며 월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개인시간도 충분히 확보하면서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는 것에 아주 만족해요.”

    ─ 개인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세요?

    “오전 시간에 주로 동네 도서관에 가서 아동발달이나 심리 등 유아교육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유아교육을 전공하신 분들도 계실테니 제가 직업으로 선택한 만큼 더 책임감있게 돌보고 싶어서요. 특히 이 일은 부모와 아이 모두와 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아는 만큼 더 많은 부분이 보이고 소통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 외 시간은 돌봄 전까지 개인 용무를 보거나 집에서 쉬어요.”

    ─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실제 돌봄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아이와의 소통은 아이를 잘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선을 맞추고 아이가 지금 좋아하는 것, 지금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놀이터를 산책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함께 탐색하면서 아이의 반응을 이끌어요.

    또, 시터로 만난 가정 모두 맞벌이 부모님이셨는데 아이를 저에게 믿고 맡기신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읽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만큼 부모님의 육아관을 존중하고 돌봄에 필요한 점은 편안하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요. 부모님들도 마음을 열고 신뢰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 저는 그런 부모님께 감사하고, 부모님은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주는 제게 감사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 소통을 잘 하는 것과 별개로 아이를 돌보는 중에 응급 상황도 생길 수 있잖아요.

    “아이를 볼 때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 응급 상황이라고 할만한 경험은 다행히 없었어요. 그래도 시터 교육을 통해서 안전사고 예방법과 하임리히법, 심폐소생술과 같은 대응법을 배웠는데, 아주 만약에 응급 상황이 생긴다면 부모님께 먼저 연락드려서 자세한 경위와 조치 방법을 말씀드리고, 필요한 경우 119에 신고하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빠르게 진행해야겠죠.

    회사에도 알려야 하구요. 혹시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아이돌봄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거든요. 돌봄 중 발생할 수 있는 대인, 대물 사고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보험이예요. 제일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죠.”

    ─ 아이 안전을 고려하면서 육아하는 일 자체가 부모님이나 시터님들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상호작용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건 사실이예요. 지금 돌보는 아이가 18개월이라 안전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하고요. 그렇지만 하루에 4시간 정도의 돌봄이라 아직까지 큰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레어요. ‘저와 함께하는 동안 아이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고, 아이와의 교감을 느낄 때 큰 기쁨을 느끼거든요.”

  • 박미정 시터.
    ▲ 박미정 시터.

    ─ 아이를 함께 키우고 계신 분이셔서 질문드려요. 과거와 비교해 요즘 시대 돌봄, 양육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의 연령이 대부분 30대 중반입니다. 20년 전 제가 아이를 키울 때는 엄마 혼자서 고군분투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키웠던 시대예요. 요즘 엄마들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교육은 교육 전문가에게, 돌봄은 돌봄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죠.

    또 한가지는 이제는 조부모 돌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겁니다. 손주 육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아지고 있어요. 나의 인생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젊은 부모들도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더 편히 말할 수 있어서 오히려 시터와 함께 육아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것 같아요. 아들이 10년, 15년 후에 아이를 낳는다면 그때는 저보다 더 좋은 시터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아이를 맡긴 부모님과 베이비시터 활동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기사를 보시게 될 텐데, 아이를 돌보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신뢰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가 부모의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려고 노력해야 하죠. 시터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아이의 말과 행동에 바로 반응해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관찰하고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한 아이를 맡긴 만큼,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베이비시터라는 직업에 만족하나요?

    “인터뷰라서가 아니라 저는 정말 너무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행복해하는 아이의 반응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예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맞벌이 부모가 아이에 대한 걱정없이 직장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고 받는 일을 한다는 것도 좋고요.

    아이를 다 키워놓고 내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을 찾게 되고, 일하는 시간, 시급, 장소, 돌봄 범위도 저에게 맞게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어요. 

    나의 커리어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주변에도 적극 추천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