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예의 워킹맘 인사이트] “베이비시터 지원 법이 아직도 없다고?”
정지예 (주)맘편한세상 대표
기사입력 2024.05.28 09:00

- 맞벌이 부모의 워라밸! 베이비시터와 함께하는 일·육아 균형잡기

  • OECD 고등교육이수율 1등, 국민 72.6%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 2010년부터는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의 진학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전 세계 어딜가도 이처럼 학구열이 높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이와 대조적으로 OECD 남녀 임금격차 1등, 유리천장 지수 1등, 압도적인 저출산 1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운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 그 많던 여성 인재들은 어디로 갔을까?

    2022년 기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8%다. 주목할 점은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8.7%인 반면,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5%에 그쳤다는 것이다. 자녀유무에 따라서 무려 25%p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 때문이다.

    엄마의 경력단절을 결정짓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틈새 공백’이다. 아이가 학교 또는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과 부모의 출퇴근 시간이 달라 필연적으로 아이의 돌봄시간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초등 돌봄교실, 어린이집 연장반 등의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장시간 동안 집이 아닌 외부 시설에 머무는 것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편치 않은 일이다. 결국 주어지는 선택지는 사교육 또는 할머니의 황혼육아다. 이도저도 안될 때 많은 경우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 맞벌이 부모를 지지하는 육아조력자 ‘베이비시터’

    이처럼, 맞벌이 가정이 안정적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 3의 ‘육아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부분 할머니가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해마다 초혼, 초산 연령이 늦춰지는 만큼 아이를 돌봐주어야 할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초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이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돌봄의 사회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세 살까지 엄마가 키워야 한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 결과로 만들어낸 0.72라는 처참한 숫자 앞에서 이제는 “사회 모두가 함께 키워야 한다”라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돌봄의 사회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현상이 ‘베이비시터의 보편화’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 부모들은 더 이상 부모의 희생을 바라지 않으며,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또 육아에 있어서도 자신의 독립적인 육아관을 존중받길 원한다. 그들이 선택한 요즘 시대 제 3의 육아조력자가 바로 ‘베이비시터’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이비시터는 대부분 4565세대로 자신의 자녀 육아 경험이 있으며, 은퇴 이후 제 2의 커리어로 시간제 돌봄 일자리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한 아이를 성인까지 키워낸 노하우와 더불어 스마트하게 진화된 요즘 육아 트렌드를 공부하면서 아이돌봄 전문인으로서 후배 워킹맘들의 틈새 돌봄을 단단하게 메꿔주고 있다.

    ◇ 베이비시터 지원 체계 전무… 민간 돌봄은 100% 개인 책임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공공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는 8만6100가구 규모다. 여기에,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민간 육아도우미 이용자수까지 더하면 무려 20만여 가구가 이미 가정방문형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자 수가 한정된 공공 서비스만으로 모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민간 시장이 활성화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

    공공과 민간 아이돌봄서비스의 대표적인 차이가 있다면 ‘이용 가정에 대한 비용 지원’일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공 아이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이용료의 최대 90%를 정부에서 지원할 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운영비는 국비/시도비 등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민간 서비스를 선택한 부모는 0%의 지원을 받는 현실이다. 즉, 100% 개인의 책임으로 틈새 돌봄을 막아야 하는 셈이다. 노인요양보호 제도에서 민간 업체 이용의 85%를 지원하는 정책과는 대조되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모두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길 것이다. “아직도 베이비시터 이용을 지원하는 법이 없다고?”

    이와 같은 돌봄지원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서비스 이용 가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이 2023년 4월과 2024년 1월에 각각 발의됐으나, 21대 국회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일하고 싶은 부모를 위한 틈새 돌봄 지원체계 마련은 새로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가장 빠르게 논의되어야 할 최우선 과제임이 분명하다.

    ◇ 3040세대 부모의 관심이 일도 육아도 잘 할 수 있는 균형 사회 만든다

    전 세계 유례없는 초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일가정양립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일하는 부모가 돌봄 공백에 대한 고민 없이 일터에 나갈 수 있도록, 경력단절에 대한 고민 없이 출산을 당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육아조력자가 필요한 시간은 놀랍게도 단 3~4시간뿐이다. 아이를 학교 또는 어린이집에서 가정으로 데리고 와서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하루에 3시간 남짓 되는 그 짧은 공백을 메우지 못해서 지금껏 수많은 여성들이 경력단절의 아픔을 겪어 왔으며, 조부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황혼육아의 길에 들어서야 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 세대와 똑같은 고민 없이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3040세대 부모들이 우리의 삶을 둘러싼 돌봄 정책과 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미래의 아이들이 더 이상 인생의 선택지에서 출산과 육아를 배제하지 않도록, 충분히 일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용기와 확신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