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상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직영교육센터 총괄원장
기사입력 2024.05.22 09:00
  • ◇ 고전이란 무엇인가?

    고전이란 오래된 책이다. 그중에서도 시공간의 무수한 공격을 이겨내고 오랫동안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읽히는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짧게는 백여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쓰인 책이 오늘날 나의 손에 놓여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다.

    약 400년 전에 영국 땅에서 살다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햄릿’이나 ‘맥베스’를 읽다 보면, 누구나 공감해 마지않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나 감정들이 즐비하다. 휘몰아치는 극적 서사 또한 현대 희곡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만큼 공감이 되고 재미있다는 뜻이다. 

    약 200년 전에 독일 땅에서 살다간 괴테의 ‘파우스트’도 마찬가지다. 늙은 박사 파우스트가 절대 진리를 지향하다가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는 대목에서, 신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는 하나의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작품을 읽어본 많은 이들이 이 문장을 인생의 금과옥조로 삼는 이유다. 약 100년 전에 러시아 땅에서 살다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빼놓을 수 없다. 결말부에 다다르면 쏘냐의 지고지순한 헌신 덕에 대오각성한 로쟈가 광장에 나와 사자후를 내뿜으며 속죄하는 장면과 마주하는데, 그 순간 독자들은 고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필사의 노력으로 염세와 허무에서 벗어나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동시에, 삶에 대한 간절한 애착을 품는 로쟈의 모습에서 휴머니즘의 정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 이상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직영교육센터 총괄원장.
    ▲ 이상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직영교육센터 총괄원장.

    이처럼 고전은 오늘날에도 통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고전이 지닌 두 가지 무기, 즉 시간의 제약을 이겨내는 ‘영원성’과 공간의 제약을 이겨내는 ‘보편성’ 덕분이다. 그리하여 또다시 2~300년이 흘러도 셰익스피어나 괴테, 도스토예프스키는 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읽히는 고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통찰을 키워 주는 고전

    세상에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지식을 습득하거나 재미를 느끼는 것도 물론 책을 계속 읽도록 만드는 중요한 동인이다. 부를 쌓도록 도와주는 책도 때론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전은 인간과 세상의 본질적 가치를 다룬다. 덕분에 고전은 독자들에게 인간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안겨줄 준비가 돼 있다. 

    카프카의 괴이한 소설 ‘변신’을 읽다 보면, 어느 날 불현듯 흉측하게 변해 버린 주인공 잠자의 모습에 흠칫 놀라다가도 그의 절망적 상황에 감정 이입되면서 과연 사람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지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또 어떤가. 주인공 산티아고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누가 뭐래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인간의 전형을 탐구할 수 있다. 또한, 힘이 넘치면서도 간결한 글쓰기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청소년의 자아 확립을 도와주는 고전

    우리 리딩엠에 재원 중인 중학생들이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고전이 있다. 중1 학생들의 수업도서이기도 한 이 작품은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재능을 보인 주인공 한스가 주변의 압박에 못 이겨 신학교에 진학한 후 비자발적인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 나가며 겪게 되는 내적 갈등을 다룬 소설로서,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능동적인 인간형인 하일르너와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인 인간형인 한스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두 인물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보는 가운데 자아 확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의 의미와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삶의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셈이다. 헤르만 헤세 자신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고 하니, 자신의 고통을 문학적 가치로 승화시켜 영원불변의 가르침을 준 인류의 스승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 ◇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불확실성은 더 커질 거라고들 말한다. 머지않아 AI가 인간을 넘어설 거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세상은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는 빛을 발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인문 정신이고, 고전이야말로 인문 정신의 요체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 고전을 통해 과거의 현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고전을 벗 삼아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꾸려나가다 보면 미래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 이성을 일깨우며 근대의 시작을 알린 철학자 데카르트가 남긴 말을 옮겨 본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