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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를 재학 중인 강현우 군은 제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왔다. 고교 시절 강현우 군은 서울과 비교해 열악한 제주의 교육환경으로 입시 준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학원 밀집 지역은 집에서 버스로 왕복 3시간이 걸렸고, 그마저도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학원으로부터 학교별 내신반이나 수업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 간 격차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부와 지자체의 갖은 노력에도 수도권 쏠림 등 지역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대도시와 지방 학생들 간 ▲사설 교육기관 이용 시간 ▲학교 시설 ▲학습 환경 등에서 큰 격차가 존재한다.
◇ 서울대 신입생 ‘63.4%’는 수도권 출신
지역 간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결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미래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와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 비율을 살펴보면 그 격차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교육 관련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9∼2022년 서울대와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던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는 수도권 출신 신입생의 비율이 4년 평균 63.4%로 절반을 넘었다. ▲2019년 61.8% ▲2020년 63.7% ▲2021년 63.4% ▲2022년 64.6% 등 해마다 조금씩 수도권 출신 신입생 비율이 늘고 있다.
전국 의대 신입생 역시 수도권 출신 비율이 4년 평균 45.8%로 절반 수준이다. ▲2019년 44.2% ▲2020년 46.5% ▲2021년 46.4% ▲2022년 46.3%였다.
전형 별로 보면, 수시 전형보다 정시 전형에서 수도권 출신 신입생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4년간 수시 전형에서의 수도권 학생 비율은 58∼59.5%였지만, 정시 전형에서는 71.9~78.8%에 달했다. 의대도 수시 전형에서는 수도권 학생 비율이 36.1~38%였는데, 정시 전형에선 54.3~60.5%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정시 전형에서는 전반적으로 강남 3구로의 쏠림이 눈에 띈다. 전국 의대 정시 모집에서 강남 3구 출신 신입생 비율은 2019학년도 20.8%, 2020년 21.7% 2021년 22.3%, 2022학년도 22.7%로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대 정시에서도 강남 3구 출신은 2019학년도 20.6%, 2020년 23.1%, 2021년 22.7%, 2022학년도 22.1%였다. 서울대와 의대 모두 4년 동안 모두 20%를 넘겼다.
◇ 지방 소도시 사설 학원 수 매년 감소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공교육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이때 사교육은 보조 수단일 뿐이다. 문제는 지방 학생들의 경우, 공교육의 부족함을 채울만한 사교육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교육 양극화로 지방의 학원은 사라지고, 지역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던 우수한 강사들 역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방 소도시의 사설 학원 수는 역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전국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고령화 속도 상위 20개 시·군·구 한국고용정보원)중에서도 부산 중구의 경우 2020년 사설학원의 수는 87개였으나 2022년 50개, 충남 부여의 경우 2020년 52개에서 2022년 46개로 줄었다.
대한민국 최동단에 위치한 울릉도에는 현재 각각 1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190명의 중고등학생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사설학원의 수는 단 2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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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테크 활성화, 교육 불평등 해소할까?
지역 간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에듀테크 활성화가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발 빠른 사교육시장에서부터 에듀테크 활성화에 따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수험생활을 했던 강명지 양은 꿈꾸던 교대 입학에 성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교대에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었으나, 꾸준히 성적을 올려 원하는 대학게 합격했다. 강명지 양은 자신의 입시 성공 비결로 비대면 과외 플랫폼을 꼽았다.
강명지 양은 “지방에 살던 탓에 동네에는 학원이 별로 없어서 동네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녀봤으나 수도권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라면서 “학원을 그만두고,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과 함께 설탭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 양은 “원하는 선생님의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원하는 시간대 등 세세한 부분까지 내게 맞는 선생님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에 감동받았다”라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나와 맞는 교육시설을 찾았던 지난날이 떠올랐고, 진즉에 알았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제주에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은 강현우 군은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서울의 뛰어난 교육 인프라와 제주의 부족한 교육환경이 겹쳐 보였고, 환경과 거리상 학원을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라면서 “설탭을 통해 양질의 선생님과 상호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었고, 지금 현재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교육에서도 에듀테크 활성화에 따라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나섰다. 정부 역시 학교 현장에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앞서 디지털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 AI 기반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 ▲에듀테크 선도교사 양성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 및 확대 등 다방면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학령인구 격차는 곧 교육 인프라 격차를 만든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학마다 서울을 찾는다. 에듀테크는 시공간을 벗어난 디지털 학습 도구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공평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간 교육 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에듀테크 활성화가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과의존과 경제수준에 따른 디지털 이용률 격차 등 부작용에 대한 대안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벌어지는 지역 교육 격차... 에듀테크가 대안 될까?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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