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능 4년차… 선택과목 결정에 고려해야 할 점
강여울 조선에듀 기자 kyul@chosun.com
기사입력 2024.04.23 09:28
  •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가 수능시험 선택과목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가 수능시험 선택과목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통합수능으로 인한 특정 과목의 유불리 논란은 지난 수능에서도 이어졌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 도입된 ‘공통과목+선택과목’ 제도가 특정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인식은 지난달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3월 학력평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탐구에 이어 국어와 수학까지 응시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어떤 점을 고려해서 선택과목을 결정해야 할까?

    ◇ 국어는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 선택 꾸준히 증가

    세 번의 통합수능을 거치면서 수험생들에게는 국어 영역에서는 ‘화법과 작문’보다는 ‘언어와 매체’가, 수학 영역에서는 ‘확률과 통계’보다는 ‘미적분’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통합수능 3년차였던 작년부터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에 큰 영향을 줬다.

    2024학년도 대입에 해당하는 작년 시험(2023년 학평, 모평)을 보면, 국어 영역 응시자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3월 학력평가 때 37.6%로 시작해 수능에서는 40.2%로 증가했다. 이는 2023학년도 수능(2022년 11월 실시)에서의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인 35.1%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비율의 증가폭은 더 컸다. 작년 3월 학력평가에서 43.4%였던 미적분 응시자의 비율은 6월 모평 때 48.5%를 보이더니, 9월 모평과 11월 수능에서는 50%를 넘어섰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2024학년도 3월 학력평가에 비해 7.6%p나 증가했으며, 2023학년도 수능의 45.4%에 비해서도 5.6%p 증가했다.

  • 이러한 현상은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에게서도 이어졌다.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 선택과목별 응시 비율은 작년 3월과 비슷한 분포를 보여,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37.4%, 미적분 선택 비율이 43.8%로 나타났다. 통합수능 첫 해인 2021년 3월 학력평가에서 언어와 매체를 26.4%, 미적분을 33.6%의 학생이 선택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수치다.

    ◇ 과목별 특성 고려해야

    그렇다면 과연 국어는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을 응시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선택일까?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언어와 매체,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과목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학습하기에 더 나은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먼저, 수학 ‘미적분’을 보면, ‘확률과 통계’에 비해 학습량이 상당하다. 동일한 원점수를 받았을 때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말 그대로 동일한 원점수일 때다. 시험의 난이도와 학습량을 고려하면 미적분을 응시할 때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미적분을 공부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과목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표준점수 때문에 미적분 선택을 고민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는 ‘화법과 작문’에 비해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 문법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목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화법과 작문은 기본 학습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과목이다. 다양한 지문을 훈련해야 하므로 평소 독서량이 많고 독해력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이처럼 과목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탐구는 학교 과목과 연계

    탐구 영역 과목을 선택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동일한 점수를 받더라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등급과 표준점수가 달라져 수험생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전 연도에 특정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았다고 해서 올해도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유불리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되,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3학년 과목 중 1개는 포함하는 것이 내신을 준비하는 동시에 수능을 준비하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다면 응시인원이 많은 과목을 추천한다.

    사회탐구는 선택과목 간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성격이 유사하거나 겹치는 내용이 있는 과목들을 선택하면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과 윤리’를 선택한 경우 ‘윤리와 사상’이나 ‘사회문화’를 선택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한국사’와 ‘세계사’ 또는 ‘동아시아사’도 마찬가지다.

    ◇ 자연계열도 사탐 응시? 대학별 반영 방법 확인 필요

    한편, 올해 대입에서 많은 대학이 수능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함에 따라 사탐을 응시하고도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 이에 따라 자연계열 진학을 염두에 둔 많은 수험생들이 사탐 응시를 고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탐 과목이 과탐 과목에 비해 학습량이 적어 준비가 수월하다고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과목별 특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 사탐 공부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과 잘 맞지 않을 수 있거나 고득점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까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정시에서는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많아 이 부분까지 고려해 유불리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에서 모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과목은 없다. 과목별 성적, 공부 성향 등 학습 상황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남들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준점수나 등급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기에 앞서, 과목별로 충분히 공부해본 후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