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아이에게 ‘올바른 문장 쓰기’를 알려주세요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 파크리오 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4.04.17 09:09
  • 누구나 내가 하려는 말이나 글이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길 바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남녀노소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은 있다. 차이점은 글로 풀어낼 수 있느냐, 말로만 할 수 있느냐, 속으로만 외치다 흩어지느냐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2025 대입 고3 학년 초 진학지도 자료집’을 살펴보면 2024 대입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2023학년도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아졌다. 논술전형은 일부 대학이 학생부 교과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논술고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논술고사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력 및 응용력, 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논증 능력, 제시문 및 질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본적 소양을 적절히 활용하고 창의적인 논리 전개를 할 수 있는지 요구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것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의 정성에 담겨있다. 

  •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 파크리오 교육센터 부원장
    ▲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 파크리오 교육센터 부원장

    다수의 학생은 짧은 문장을 사용한다. 특히 종결어미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아서 ‘문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애매하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놀기’, ‘친구와 만나는 것’, ‘게임’과 같이 문장의 형태가 아닌 덩그러니 글자 덩어리만 적는다.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를 다 적을 필요는 없다. ‘놀기’라고 덩그러니 글자만 남아있는 것보다 ‘놀러 나가고 싶다’처럼 종결어미만 사용해서 적더라도 정확도는 올라간다. 물론 여기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놀러 나가고 싶다는 이유를 덧붙이거나 어제 공부를 열심히 해서 휴식이 필요하다 같은 돌려 말하기를 사용하는 건 개인의 역량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기본 틀을 견고하게 잡아두는 것이 첫걸음이다.

    문장의 형태가 익숙해지고 나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진다. 이때 자주 만나는 어미는 ‘고·며·서·데’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떠서 밥을 먹으며 핸드폰을 봤고 멋진 사진을 봤더니 남산에 가고 싶어져서 친구를 불러서 친구와 함께 출발했는데 하필 비가 와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슬펐다.’라는 문장을 살펴보자. 고·며·서·데는 강력한 힘을 갖고 문장의 길이를 끝없이 늘인다. 

  • 긴 글을 적다 보면 이것도 적고 싶고 저것도 적고 싶은데 집중해서 적다 보니 한 문단이 통째로 이어진다. 퇴고를 해도 고·며·서·데는 집중하게 만들어 쓰는 사람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문장을 읽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읽고 나면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쓰는 사람은 길게 쓰느라 고생하고, 읽는 사람은 읽느라 고생하는데 전달은 하나도 되지 않는다. 들인 노력만큼 결과도 커지려면 이 돈독한 문장의 사이를 갈라놓아야 한다. 마침표가 보이지 않고 줄 수만 자꾸 늘어나고 있다면 의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문장이란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라고 한다. 이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 글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전해지는 지는 반대로 뜯어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문단의 수와 분량이 적절한지 살펴보고 문장을 확인한다.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바르게 연결됐는지, 같은 시간의 흐름에 놓여있는지 따져본다. 읽는 사람을 배려한 상냥한 글인지 확인한다. 물론 ‘멋진 글’의 정해진 방식은 없다. 기교를 부리기 전에 기본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