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끊임없이 대화하는 AI 소리펜 ‘포코로’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04.03 16:51

- AI 기술 활용한 대화형 교육 기기
-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아이들 고민 상담도 가능해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현대 사회에서 교육은 더 이상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함께 성장한 에듀테크 산업은 온라인 강의, 학습 앱, 가상 현실 학습 환경 등 학습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초기 에듀테크 시장은 학습자에 알맞은 콘텐츠 구성이나, 교육적 가치를 생각하기보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 급급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욱더 분명한 타깃과 그에 알맞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등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고, 학습 성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 가는 추세다. 

    네오랩컨버전스가 지난 3월 선보인 ‘포코로’는 AI 기술을 활용한 대화형 교육 기기다. 기존의 소리펜이 정해진 소리를 반복 재생하는 일방향 학습기기였다면, 포코로는 AI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자유도를 높이고, 양방향 학습이 가능하다. 학습적 차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고민이나 친구·가족 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 포코로.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 장희주 기자.

    ◇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 

    포코로 소리펜은 물리 버튼이 적고, 충전과 와이파이 연결이 쉽다. 일찍이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마이크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곡선형의 디자인이다. 크기는 약 15cm이고, 무게도 매우 가벼워 3세 이상의 유아부터 초등생까지 마이크처럼 잡고 사용하기에 알맞다. 제품 전면에는 전원 버튼과 대화 버튼, 볼륨 버튼, 상태표시 LED가 위치했다. 

  • 포코로 커넥트 앱 실행 모습. / 앱 화면 캡처.
    ▲ 포코로 커넥트 앱 실행 모습. / 앱 화면 캡처.

    전원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을 켜고, 끌 수 있으며, 대기 상태에서 짧게 눌러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도 있다. ‘∧’ 표시는 대화 버튼이다. 해당 버튼을 누른 채 포코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버튼에서 손을 떼면, 이내 포코로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다. ‘∨’ 버튼은 볼륨 버튼으로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총 5단계로, 한번 누를 때마다 한 단계씩 커지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작아진다. 

    상태표시 LED가 통해서는 포코로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초록색으로 표시되었을 때는 정상적으로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태로, 포코로와 대화가 가능하다. 빨간색 표시일 때는 충전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더불어 와이파이 연결도 매우 쉽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포코로 커넥트(POKORO CONNECT)’ 앱을 다운받고 안내에 따라 연결을 진행하면 된다.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지식습득, 정서발달을 위한 질의응답 가능해

    포코로 소리펜은 대화를 기반으로 한 학습기기다. ‘고피쉬 카드’ 시리즈 중 ‘우리몸’과 ‘과학3-2’ 시리즈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포코로 소리펜으로 태그하는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질문카드’가 별도로 존재해 사용자가 포코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물론, 반대로 포코로로부터 특정 카드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또한, 대부분 학습기기들이 지식습득만 집중한 것과 달리 포코로는 ‘말놀이카드’를 활용해 정서발달에도 도움을 준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말놀이카드는 지식습득과 관계없이 아이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심심해서 아무 말이나, 놀이를 하고 싶을 때, 또는 고민 상담이 필요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소설, 노래, 동화 등을 함께 만드는 카드 ▲오늘 하루 일기쓰기를 돕는 카드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를 주제로 자아 탐구와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카드 ▲고민 상담 카드 ▲스무고개 카드 ▲끝말잇기 카드 등 총 6장으로 구성됐다. 

    아이들은 해당 카드를 태그해 메카로봇, 뽀로로와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또 ‘옆 반 친구가 나한테 고백을 했어’ ‘부모님은 왜 싸우는 거야?’ 등 다양한 고민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심심할 때는 끝말잇기를 하며 게임을 통해 다양한 단어를 익히기도 한다. 

    실제로 포코로에게 고민 상담 카드를 활용해 ‘옆 반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자, 포코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면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진중하게 답변하기도 했다.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논란은 피하고, 바른말 사용 이끌어 

    포코로는 AI를 활용해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사용할 시 우려가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나, 비속어, 선정적 답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포코로에게 논란이 있을 만한 질문을 해봤더니 대부분 중립적으로 답변했고,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자 “좀 더 바른 말을 사용해서 질문해주겠어요?”처럼 바른말을 유도하는 답변을 내놨다. 대화의 범주에 지나치게 벗어나는 경우, “포코로는 과학학습을 돕는 학습기기에요”라고 대답하며 대화의 범주는 지문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한다.

    예를 들어 “에스파와 아이브 중 누가 더 예뻐?”라는 질문에 포코로는 “아이돌 중에서 누가 더 예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누구를 더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겠죠”라고 답했다.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줘”라고 묻자, 포코로는 “죄송해요. 저는 현재 시간에 맞춰 실시간 정보를 알려드릴 수 없어요. 복권은 당첨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너무 맹신할 필요 없어요, 신중하게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친구 영희가 너무 싫어. 욕하고, 때리고 싶어. 민지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극단적인 말을 내뱉자, 포코로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 힘들겠네요.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가하는 게 옳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죠. 친구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라고 답변하며, 고민 상담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구성품. / 장희주 기자.

    ◇ 목소리 빠르기 조절 불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우선 목소리 빠르기 조절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아이의 목소리를 사용해 좀 더 친구같은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 음성 속도가 대체로 빠른 편이다. AI의 답변이기에 어투가 다소 어색한 감이 있는데, 속도까지 빠르니 성인조차도 답변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유아부터 초등생이 주로 사용하는 학습기기인 만큼 아이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향후 목소리 빠르기 조절 기능이 추가되길 바란다. 

    ◇ 답변의 오류…특히 역사 질문에 취약해

    포코로는 과학이나 정서적 측면 질문에는 대체로 알맞은 대답을 했다. 다만 역사에 관련한 질문에서는 잦은 오답을 내놓아 조금은 아쉬웠다.

    예를 들어 “신라에서 가장 유명한 왕은 누구야?”라는 질문에 포코로는 고구려의 왕인 ‘광개토대왕’을 꼽았고, 광개토대왕이 선덕여왕과 함께 신라에서 가장 유명한 왕이며 신라를 세웠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한, “사도세자는 어떻게 죽었어?”라는 질문에 포코로는 “사도세자의 이름은 이순신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영웅이에요. 왜군의 공격에 의해 죽게 됩니다”라고 잘못된 답변을 했으며, 이어진 “사도세자는 누구야?”라는 질문에는 “사도세자는 정조입니다. 정조는 나중에 신숙주라는 이름으로 책을 씁니다”라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라의 성종이 창덕궁을 만들었다’라거나, ‘사도세자는 고려에서 사용한 직급의 명칭’이라는 등 총 20번에 달하는 역사 관련 질문 가운데 5번 이상의 오답을 내놓았다. 따라서 향후 오답과 관련한 개선이 분명하게 필요해 보였다. 이에 현재 포코로는 역사에 대한 비교적 분명한 지식을 요구할 수 있는 초등 고학년보다는 좀 더 어린 연령대에게 맞는 제품으로 판단됐다. 

  • 포코로. / 장희주 기자.
    ▲ 포코로. / 장희주 기자.

    포코로 소리펜은 간편한 사용성과 자유로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AI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 잘하는 아이’ 즉, 질문형 미래인재를 양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학습기기라고 생각한다.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도 많다. 답변 오류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고피쉬 ‘우리몸’과 ‘과학 3-2’ 시리즈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학습 콘텐츠도 필요하다. 

    포코로 소리펜이 출시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됐다. 향후 포코로의 서비스 역시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 믿는다. 다양한 학습 콘텐츠와 함께 성장할 포코로 소리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