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 교사 “실제 교실에 적합한 에듀테크 프로그램 개발되길” (인터뷰)
장희주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4.04.01 10:41

ー 에듀테크, 실제 공교육 현장 적용 시 어려움 많아
ー 관리자로서의 교사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
ー 에듀테크 효율성 높이려면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 정서 발달에 대한 교육 필요해

  •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교육 시장은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다. 교육부 역시 ‘디지털 교육 혁신’을 주요 과제로 삼고, 대한민국 공교육을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도록 변화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이에 따라 공교육에서도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학생들은 보다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에듀는 이광영 경기에듀테크소프트랩 마중물지원단 단장과 디지털 혁신 방침이 공교육에 미칠 변화와 이에 따른 교사의 역할, 수업 형태의 변화 등 미래 교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광영 경기에듀테크소프트랩 마중물지원단 단장.
    ▲ 이광영 경기에듀테크소프트랩 마중물지원단 단장.

    ー 에듀테크 열풍과 더불어 공교육에서 디지털 혁신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현직 교사의 관점에서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지털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건 굉장히 반가워요. 디지털 혁신이 수업의 혁신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교사의 업무 경감까지 다다를 수 있다면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특정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나 여유도 늘어날 거예요. 다만 디지털 혁신에 따른 교사의 역할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교사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냐는 점이에요. 지식 전달에 있어 인간이 AI보다 부족할 테니까요. 지금도 AI와 교사를 비교됐을 때, ‘내가 과연 비교 우위에 있는가?’라는 고민이 계속 듭니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디지털 혁신이 이루어지는 방향이나, 정도가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진행하고, 일방적인 하향식 혁신이 아닌 양방향에서 변화가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교육부 주도의 하향식 형태로, 실제 현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듭니다.” 

    ー 에듀테크가 적용된 수업, 잘 상상이 가지 않는데요. 

    “요즘은 ‘1인 1 태블릿’이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에게 태블릿이 보급돼 있어요. 서책형 교과서를 쓰지 않는 교실도 많죠. 교과서를 PDF로 태블릿에 넣어주면 아이들은 무거운 교과서 들고 다니지 않고도 태블릿으로 수업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료를 배포할 때도 디바이스를 활용해 간단히 나눌 수 있어요. 게다가 문제에 대한 아이의 결과와 해결 과정을 선생님이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또한, 전통적인 수업 방식에서 모둠 학습, 협업 학습은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의견을 논의하는 형태로, 아이들의 배경지식에 크게 의존했어요. 에듀테크가 적용된 지금은 디바이스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검색하고, 검색한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죠. 공교육에서 에듀테크가 적용되면서 아이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양적 측면과 지식의 범위는 더 넓고 다양해졌어요.”

    ー 기술이 적용되면서 선생님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전통적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교육과정과 성취해야 하는 기준을 전달하는 전달자이면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은 교사의 역할이나, 수업 역시 좀 더 다변화해야 한다고 봐요. 무엇보다 교실에 에듀테크가 들어서면 수업 준비에 대한 선생님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될 거예요. 이에 따라 새롭게 확보된 시간은 아이들의 학습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사용할 수 있죠. 이렇게 관리자로서 역할이 부각되면서 선생님들의 역할은 다방면으로 좀 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 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ー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이들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를 많이 봤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봤을 때, 에듀테크가 학생들의 학습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약속과 합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채 디지털 기기가 학교에 보급됐죠. 그러다 보니 어떤 측면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학습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이미 많은 논문에서도 아이들의 SNS 활용이 학업 능력을 저하하고, 중독이나 도파민 분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아이들의 학습 관리 차원에서 훨씬 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에듀테크를 활용해본 사람이라면 이 점을 대부분 인정할 거예요. 디지털 기기, 에듀테크 덕분에 아이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의 수준에 알맞은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죠. 에듀테크 환경이 지금보다 일반화된다면, 이 같은 우려보다 에듀테크의 장점이 더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ー 디지털화된 교실, 교사와 학생 간의 교감이나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저해하지는 않을까요?

    “우선은 교감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질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수업에서 선생님을 보지 않고 태블릿 화면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선생님과의 교감이 우려될 수 있죠. 이 부분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고 선생님을 보게 하는 것은 선생님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더 효과적으로 수업할수록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습의 만족도가 커질수록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요. 

    선생님과의 교감보다는 학생 간 교감에 대해서 더 깊게 고려를 해봐야 해요. 에듀테크를 활용하면서 인터넷에 검색했던 결과물이나 사진,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죠. 반면에 아이들이 직접 사람과 만나서 면대면으로 행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익힐 기회는 줄어듭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또래 관계에서 익힐 수 있는 사회관계나 교감이 적어짐에 따라 정서적인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교육으로 아이들은 면대면으로 친구 사귀는 방법, 친구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 등 언어 기술을 활용하는 부분이 굉장히 저하됐어요.”

    ー 그렇다면 이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교과목이 굉장히 중요해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수학과 국어, 사회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나 ‘인터렉션(Interaction)’같은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국어 과정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치긴 합니다만, 조금 더 전문적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강화하고 발달시킬 수 있어야 하죠. 따라서 교과목의 세분화와 더불어 해당 교과목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이광영 단장이 '2023 에듀테크 솔루션 실증 심포지움' 현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강여울 기자.
    ▲ 이광영 단장이 '2023 에듀테크 솔루션 실증 심포지움' 현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강여울 기자.

    ー 실제 교육 현장에서 에듀테크를 적용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에듀테크가 교육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은 없을 거예요. 문제는 기존에 본인의 자료로 수업하는 안정감을 저버리고, 새롭게 도전할 만큼 선생님들에게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에듀테크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연구하고, 피드백 받고, 또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죠. 하지만 수업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디지털 혁신을 진행하기 이전에 교직 환경과 문화를 개선하고, 교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적 기반부터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현재 에듀테크를 개발하는 주체가 교육부가 아닌 사교육 업체들이에요. 사교육 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활용하는 상황이죠. 아무래도 사교육 업체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니 에듀테크 프로그램들 대다수가 굉장히 경쟁 친화적입니다. 공교육에서는 친구들과 경쟁해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아요. 현재와 같은 경쟁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사용한다면 ‘민주시민으로서 건강한 사람을 양성하겠다’라는 공교육의 목표가 점점 흐려지지 않을까요? 교육부가 직접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는 없더라도, 이런 문제점에 대해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ー 다양한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사용해봤잖아요.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현재 교육과정은 나선형으로 모두 이어지고, 확대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특정 문제를 틀렸다고 가정했을 때, 성취 기준 측면에서 다시 거꾸로 분석하다 보면 아이가 문제를 풀지 못했던 이유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수학 과정 중 ‘분수의 곱셈’을 틀린 아이는 분수의 개념을 이해 못했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나눗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죠. 지금 현존하는 에듀테크 서비스에서는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혹은 무엇을 실수해서, 또 어떤 개념이 미흡해서 틀렸는지에 대한 분석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단지 아이들의 정·오답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본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의 문해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가족 문제나 친구 문제에 대한 상담과 해법이 가능한 프로그램 등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이광영 단장이 '2023 에듀테크 솔루션 실증 심포지움' 현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강여울 기자.
    ▲ 이광영 단장이 '2023 에듀테크 솔루션 실증 심포지움' 현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강여울 기자.

    ー 에듀테크를 공교육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우선 선생님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사들이 외롭지 않은 상태가 돼야 무언가에 도전하는 힘과 여유가 생길 거라고 봅니다. 특히 교사가 힘들고 외로운 부분에 대해서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합니다. 좋은 프로그램과 교사 연수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교사들에게 여유가 필요해요. 교사들이 더욱 질 높은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더불어 정말로 ‘교사가 쓰고 싶은’ 에듀테크를 만들어줬으면 해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진심입니다. 좋은 에듀테크 프로그램이 있다면 교육부에서 큰 예산을 들여 교사들을 연수하지 않더라도 선생님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해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교실에 적합한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ー 끝으로 선생님이 생각하는 디지털 혁신이 적용된 미래 교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교사가 행복한 교실일 것 같아요. 수업을 준비하는 건 더 가벼워지고, 수업하는 시간은 기다려지겠죠. 더욱이 수업의 결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 스스로 자아실현의 기분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믿어요. 교사가 행복한 교실이 만들어졌을 때 아이들도, 학부모도 덩달아 행복한 교실이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 이광영 경기에듀테크소프트랩 마중물지원단 단장은 현재 의정부 삼현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2023 경기교육 주요정책 추진-관리 실무 TF 위원 ▲2023 공공학습관리시스템 교사지원단 ▲2023 AI 기반 교수 학습 플랫폼 운영 현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이광영 교사가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중물지원단은 평소 에듀테크 활용에 우수한 역량을 가진 현직 교사들로, 경기도교육감의 위촉을 받아 구성됐다. 경기에듀테크소프트랩과 함께 우수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발굴하고 실증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