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지금 학부모가 의대보다 더 관심 가져야 하는 것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4.03.27 14:18
  • 부모가 학교폭력 예방 정책을 이해한다는 건, 우리 자녀의 안전과 직결되는 꽤 중요한 문제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 부모가 학교폭력 예방 정책을 이해한다는 건, 우리 자녀의 안전과 직결되는 꽤 중요한 문제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의료 분쟁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대 분쟁’이죠. 지난 정부가 하지 못한 ‘의대 정원 확대’를 이번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서로의 논리를 앞세워 어쩔 수 없는 ‘충돌’이라고 이해해 달라지만, 당장 아픈 환자와 가족들은 답답할 노릇이죠. 환자에게는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치료잖아요. 이번 논란에서 누가 승자이고 패자일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정부와 의사협회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싸움판에 뛰어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도요.

    의대 분쟁을 두고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부가 지역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학원가에서는 벌써 의대 진학 문의가 빗발친다고 하죠.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의대특수’, ‘주경 야독반’, ‘초등학생 지방 유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입시학원들도 기존 간판을 ‘의대 진학’ 간판으로 바꾼 이후, 진학 상담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준비가 안 된 부모님들은 이러한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죠.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정부 방침이 최종 실행되기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들볶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돼 갑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나요? 새 학기 시기는 ‘탐색 구간’이라고 해서 자녀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은 친구 때문에 사소한 ‘갈등’과 ‘불일치’를 경험하는 사례가 많아지죠. 중요한 건, 학기 초에 부모가 자녀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면 남은 학교생활이 꽤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학교폭력 예방 정책들이 동시에 시행되다 보니 부모가 살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죠. 이번 칼럼에서는 새 학기를 맞은 부모님들에게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 예방 정책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 이참에 ‘부모의 힘’을 길러보고자 합니다.

    첫째, 아이들 사이에서 학교폭력은 얼마나 일어날까요.

    강연장에서 부모님들에게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스마트폰을 없애면 돼요”라는 대답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많은 부모님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스마트폰을 지목하고 있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교를 없애면 돼요”라고 말합니다. 대답이 간단명료한 게 지극히 아이들답죠.

    일단 학교폭력 지표부터 살펴볼까요. 지난해 전국 시·도 교육감이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317만 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률이 1.9%로 나타났습니다. 작년에 비교해 0.2%가 증가했고, 지난 2018년부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인원으로 보자면 5만9천 명에 이르는 많은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3.9%로 중·고등학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에 학교폭력 유형에서는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가장 많았으며 특히 ‘신체폭력’이 높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학교폭력에 맞서기 위해 학교폭력 수치와 유형 등을 알면 효과적으로 아이를 살필 수 있습니다. 

    둘째,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아시나요.

    3월 1일부터 새로 시행 중인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부모가 크게 주목할 건 바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한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면, 학교에 신고해 ‘책임교사’라는 전문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도맡아 피·가해 학생의 진술을 받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진행했죠. 하지만 계속해서 학교폭력 신고가 증가하다 보니 공정하고 전문적인 일 처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 시행되는 정책에서는 학교폭력 조사를 위해 별도의 위촉직 전문가들을 선발해 조사를 진행합니다. 특히, 이번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는 학교 교육의 회복을 위해 학교폭력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퇴직 교원과 퇴직 경찰관을 선발해 운영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죠. 이렇게 되면 그동안 학교 행정에 의문을 품었던 많은 부모님이 신뢰할 수 있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기대할 수 있어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셋째. ‘피해 학생 전담 지원관’ 제도를 기억해주세요.

    대한민국 모든 아이는 학교폭력에서 완벽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토를 다는 전문가들은 없죠. ‘피해 학생 전담 지원관’ 제도는 부모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면, 당장 부모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죠. 앞으로는 교육청에서 피해 학생을 위해 전담 지원관을 배정해 법률지원, 상담, 보호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특히, 이번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 목적이 피해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교육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가해 학생을 엄벌하고 피해 학생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도 반영되고,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학교장의 긴급조치가 강화되며, 피·가해 학생 간 ‘즉시 분리’ 조치 또한 최대 3일에서 7일로 연장됩니다. 이번 개정에서 꽤 많은 분량의 내용이 새로 신설돼 운영되고 있으니 부모님들은 꼭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살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담하건대, 새 학기가 지나고 5,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드러날 겁니다. 학교도 부모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이건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학교폭력 관련 통계에서 보여주는 공통된 지표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부모는 새로 바뀐 학교폭력 예방 정책을 이해하고 특히, 요즘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의대 진학 관심도 좋지만,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관심도 중요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부모가 학교폭력 예방 정책을 이해한다는 건, 우리 자녀의 안전과 직결되는 꽤 중요한 문제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