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신문으로 세상과 만나는 아이들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4.03.20 09:00
  • “애들은 몰라도 돼. 가서 공부나 해.”

    소싯적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다가 이와 같은 말을 들은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되라고 나름의 애정 어린 뜻으로 말했을 테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교육에 역행하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은 세상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더 알고 싶어한다. 어쩌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미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어떻게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를 뿐이다. 

    생각하는 힘은 문제집을 푼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글을 쓴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자라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내가 속한 사회와 나라, 그리고 세계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사건 속에서 그 일을 마음에 두고 곰곰 헤아려 보는 것, 그야말로 숨 쉬듯 반복되는 생각 속에서 자연스레 느는 것이다.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 리딩엠 제공.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 리딩엠 제공.

    학생들과 아르테미스 2호에 대한 기사를 다룰 때였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추진하고 있는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로 올해 11월 예정이었던 우주선 발사가 연기됐다는 발표가 났다. NASA의 최우선 과제가 ‘우주비행사들의 안전’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애초에는 최초의 유색인 우주비행사,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최초의 NASA 비미국인 우주비행사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을 나눌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우주선 발사 연기라는 나사의 결정에 관해 생각을 이야기해 보았다. 

    “선생님, 좀 아쉽지만 대단한 결정이에요. 많은 사람한테 망친 시험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일 거예요. 그래도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생각하고, 창피를 참은 거잖아요.”

    “날짜를 못 맞추면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돈보다 사람 목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결정이었어요.” 등 저마다 우주선 발사 연기 결정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유전자가위 치료제에 대한 기사를 볼 때는 유전자가위 미국 특허 전쟁에 대해 생각하다가 ‘맞춤 아기’로 주제가 넘어가면서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까지 이르게 됐다. 

    “부모라면 아이가 고통을 겪지 않게 할 수 있는데, 머뭇거리면 안 되지요.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해서 유전병을 없애야 해요. 그게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당연한 선택이에요.”

    “안 아프고 안 힘든 게 꼭 가치 있다고 할 수는 없죠. 원래 인생은 고통스러운 일도 생기는 것이에요. 그걸 거쳐야 배움이 있지요.”라고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아이들은 물길만 잘 터주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다른 이에게 펼칠 수 있다. 

  • 그렇다면 교사나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디지털 환경에서 텍스트를 바르게 이해하고 내 힘으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것이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의 저자 조병영은 무언가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초적인 질문들을 늘 상기해 보라고 말한다. 

    ▶ 나는 무엇에 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 내가 그렇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나의 앎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 내가 무엇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아이들과 최근 이슈를 다루는 주제별 신문칼럼 수업에서는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 말을 정확하게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어떤 표현 도구와 장치를 구현하고 있는가? 주장과 근거, 그것이 연결되는 논리는 무엇인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제작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하며 비판적 읽기를 연습한다. 

    아이들이 전략적인 독자가 되어 세상을 톺아볼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도구를 건네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