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태도를 가르치기 위하여
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4.03.13 09:00
  • 타블라 라사(Tabula rasa)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사람의 심성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블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와 같은 생각은, 경험론을 뒷받침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에도 자주 인용됐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아이들은 포용력이 큰가 하면, 어떤 아이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에 아직 취약하다. 또, 배우고 알아가는 즐거움에 일찍 눈 뜬 아이가 있는가 하면, 깨닫는 기쁨은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각기 다른 이 아이들이 모두 ‘공부’와 관련된 장래를 가지게 될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학습에 투자하는데, 지금 의미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삶은 평생 배워가는 과정이기에,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이루는 것에 대해 알아가고’, ‘겸손한 태도로 배우며’, ‘참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매번 도달한다. 그래서 각자에게 맞는 단계적 교육과 함께, 배움의 태도를 지도하려고 한다. 그런데 배움의 태도를 지도하는 데는 몇몇 어려움이 있으며, 그 어려움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① 주변 친구들 앞에서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

    ② 다른 사람이 말해 준 ‘잘못된 것’에 대해 인정하기 싫어하는 경우

    ③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만 만족 혹은 실망하는 경우(과정을 제대로 되짚어 보지 않는 경우)

    반대로, 주변 친구들 앞에서 조금 창피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사람, ‘잘못된 것’은 인정하는 사람,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잠깐 만족/실망하더라도 과정을 돌아보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사람은 기필코 성장의 길에 선다. 

    그런데 배움의 ‘태도’는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와 교사가 배움의 자리 앞에 서는 것이다. 지식, 실력, 성품의 모든 영역에서 배움의 태도로 걸어갈 때, 아이들도 정직하게 배움의 자리로 갈 수 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코칭해 주던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좋은 스펙을 가진 경우 자식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학습의 분위기와 근성을 배우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정직하게 노력하며 끈질기게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자세가 자녀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문득 생각나는 몇몇 얼굴들이 있다. 배움의 자리에서 서서, 함께 걸어가고 싶은 학생들이다. 각자 직면한 과제들이야 다르지만, 건강한 자존감으로 ‘나 스스로의 실력’을 바라보고, 정직하게 한 걸음씩 최선을 심을 수 있길 바라며, 작은 응원을 한 번 더 보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