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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의 <종이밥>이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 오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양육을 포기하고 절에 동생을 맡긴다. 하지만 절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마음 아파하다가 결국 다시 동생을 데려온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송이를 절에 보내는 것이 좋을지, 그래도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지 생각을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 같은 책을 읽더라도 생각을 이어가는 방향은 아이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학생 A는 양육비를 따져가며 동생을 절로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학생 B는 힘들어도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계산기에 수식을 넣고 두드리면 정확한 수치로 결론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계산기는 가족이 모여 내는 시너지를 포함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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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정’을 다양한 경험과 생각의 확장, 깨달음 등을 통해 미세한 차이를 두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인간이 말하고자 하는 이 감정의 원인 요소를 똑같이 AI에 입력한다고 해서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감정의 발달은 데이터 입력 계산 결과로 간단히 식을 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연구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인공 혈액의 개발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있다. 공부한다고 해서, 비슷하게 흉내 낸다고 해서, 단위 원소가 같다고 해서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그럴싸할지라도 받아들이는 과정의 미묘한 차이는 여지없이 드러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더 우위에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김민철 작가는 <AI시대 자녀 교육, 사람다움이 답이다>에서 미래에는 인간다움을 갖춘 아이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인간다움은 AI나 로봇과 구별되는 특성이며, 따뜻한 온기를 가진 진실한 마음, 배려와 책임 등의 성품, 창의적으로 정보를 융합하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로봇이 가질 수 없는 인간다움이 미래 교육을 여는 열쇠가 된다. 수많은 로봇과 함께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성품이 아주 중요한 정체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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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교육청의 디지털 혁신 미래 교육과에서 발표한 ‘AI 기반 융합 미래 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안내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AI 등 첨단 과학 정보기술을 포용할 줄 알고, 인간의 존엄성 및 감성을 이해·공감할 줄 아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시대적 책무성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학생의 심리·정서적 변화가 많은 시기인 초6, 중2를 대비해 초5와 중1을 대상으로 ‘마음 학기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전남 화순의 화순 이양 중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독서 캠프 및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이 사례가 ‘그러면 어떻게 정서를 발달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우리가 읽고 입력되는 데이터 안에는 그 내용을 만들어낸 존재의 ‘감성’이 녹아있다. 무생물인 종잇장의 촉감을 손끝으로 전하며 책장을 넘기는 그 단순한 행동에서조차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발전 가능성이다. 눈으로 활자를 쫓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사람의 몸 안에서는 다양한 생각·행동과 관련된 정신적·생리적 상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감정의 집합체다. 발전하는 시대에 함께 성장하고 나아갈 길은 여기에 달렸다. 감정이 살아있는 관리자가 될지, 쫓기듯 뒤따라가기 급급한 단순한 기계가 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AI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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