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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축구 보셨어요?”
AFC 아시안컵(AFC Asian Cup)이 이제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막판 역전골을 넣으면서 4강에 오르자, 축구 팬이 유독 많은 반의 아이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의 경우, 빅매치라고 하는 경기는 나름 챙겨보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움찔하며, 숨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다가도 ‘이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설핏 웃음을 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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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잘 몰라도 축구는 정말 매력적인 경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흐름도 좋지만 진짜 내가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승부 그다음이다. 격한 몸싸움을 하고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편을 껴안고 토닥인다. 땀에 젖은 서로의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 속에서는 일종의 연대마저 느낀다고 하면 지나친 의미 부여일까?
토론 수업을 하다 보면 우리 반 아이들도 축구 선수 같았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팀을 이루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논거를 또박또박 반박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때론 논쟁에서 상대를 꺾어도 아이들의 표정이 왠지 석연치 않은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토론 중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날 선 반응도 여기에 한몫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평화주의적인 성향의 학생들은 토론 수업에 임할 때 논제보다는 관계의 문제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곤 한다.
토론이 씁쓸한 언쟁으로 남지 않고 건설적인 이야기로 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먼저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부터 정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 ‘반론자 님’, ‘OO 님’이라고 서로를 부르면 더욱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행동하게 된다.
이에 더해 ‘상대방은 틀리고 내가 맞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를 명확히 알려 주면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자세로 토론에 임한다면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발언할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상대방 역시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한 박자 참고, 보다 여유 있는 자세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작은 실수를 꼬투리 잡아 놀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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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전에 태도를 점검하는 노력 말고도 모두가 웃는 토론을 위해 아예 새로운 방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바로 비경쟁 독서토론이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타인의 생각을 설득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징검다리로 삼는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비슷한지, 동시에 또 얼마나 다른지 경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토론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은 그에 따라 토론을 진행하지만, 비경쟁 독서토론의 경우 질문을 만들기 위해 토론한다. 책을 읽으며 나만의 질문을 만든 뒤, 나와 비슷한 질문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모둠을 구성하고, 이 모임에서 토론할 논제를 선정해 토론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세상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책을 도구 삼아 경청하고 환대하는 비경쟁 독서토론을 연다면 모두가 웃는 토론 수업이 되지 않을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공간이 토론이다. 경쟁 스포이지만, 오히려 아시안인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모두의 축제로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리딩엠의 독서논술] 모두가 웃는 토론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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