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책이 주는 선물, 바로 ‘문해력’입니다
조가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지도교사
기사입력 2024.01.31 09:00
  • 최근 다양한 미디어에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 ’고지식하다‘, ’사흘‘, ’금일‘ 등의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해당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평범한 단어일 뿐이다. 일상 속 흔히 쓰이는 말로 치부할 수 있는 단어들이,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조가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지도교사.
    ▲ 조가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지도교사.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문해력 논란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정부는 ‘디지털 문해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MZ세대(1980년생~2010년대 초반생을 일컫는 신조어)는 도서보다는 컴퓨터, 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스마트폰에 검색만 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들이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우리를 덮친다. 이런 디지털 환경 속 수많은 정보 중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진위를 분별해서 이를 통해 의사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디지털 문해력’이라 한다.

    디지털 문해력을 논하기 전 우리가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하는 단어는 ‘문해력’ 그 자체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음성적 읽기‘를 넘어 문장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꺼낼 수 있는 ’의미적 읽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문맹률이 1% 미만이라며 자부심을 느끼기에는 섣부르다. 실질 문맹률(문해력)은 약 75%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래 세대들의 문해력이 이렇게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보다 비대면에 더 익숙해져 있으며, 세상 밖에 나가 소통하는 시간보다 각자의 공간에서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돼있는 시간이 익숙하다.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타인이 떠먹여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며, 이를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한다. 

  • 우리에게 더 이상의 ‘읽는 힘’은 필요하지 않다. ‘이해하는 힘’ 혹은 ‘생각하는 힘’만이 우리의 삶을 주체적이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가 독립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존재는 진부하지만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이미 책과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시기를 놓쳐 책을 손에 쥐는 것이 낯간지러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은 마음이 넓다. 내가 먼저 책에 다가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책은 조건 없이 우리를 받아줄 것이다. 책과 친해지기 위해 거창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해 친해지고 싶은 책을 우리 집에 초대하면 된다. 그리고 그 책과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서 매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이런 사소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책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있을 것이다.

    책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책은 우리에게 ‘문해력’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문해력은 의식적으로 공부하고 외워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한 권의 책 속 수 많은 문장을 곱씹고 다시 질문하며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샌가 우리는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교양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는 것이고 문해력은 책을 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