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중국 역사로 살펴보는 독서와 토론이 필요한 이유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교육팀장
기사입력 2024.01.24 09:00
  •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책을 읽지 않아 지식이 쌓이지 않는 상황의 사람보다 한 권의 책만 읽고 그 책의 내용만 신뢰하는 사람이 대하기 더 어렵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검색사이트 운영회사에서 제공하는 AI 알고리즘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반대편의 이야기를 보지 않는 한 계속 하나의 생각, 관점에만 머물게 된다.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팀장
    ▲ 김창연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팀장

    자신의 세상과 신념이 잘못됐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랜 세월을 통해 증명된 방법은 바로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다. 내 생각과 같다면 동의하고, 같지 않다면 ‘왜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지’ 속으로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풀어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독서를 통한 이해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쌓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게 만들어 낸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그것을 토론이라는 건강한 과정을 통해 나누며 증명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당시 권력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통치해야 하는가를 두고 사상 경쟁을 벌였던 것이 제자백가다. ▲유가 ▲도가 ▲법가 ▲형가 ▲묵가 ▲병가 등 여러 가지 사상이 시대의 권력자들에게 선택받으면서 쓰이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하고, 다른 사상에 흡수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유가의 사상이었다. 왜 유가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수 있었을까?

    고대 중국의 최초의 통일 국가는 진시황제의 진나라였다. 진시황제는 상앙의 법가적 통치 이념을 받아들이고,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법으로 나라를 통치했다. 그로 인해 국가 통치자에게 권력이 집중됐고, 그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통일하는 최초의 왕조를 만들어냈다.

    진시황제는 천하통일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는 법가 사상의 근간이 되는 법치가 필요했다. 천하통일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이뤘고 법치를 통해 성공을 경험한 진시황제는 다른 사상들의 장점을 들여다보거나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것에 반발한 유학자들의 반대 논리와 상소에 진시황은 법가 사상 외의 책은 모두 불태우고 유학자들은 산 채로 매장했다. 하나의 사상에만 매몰돼있던, 과하게 표현하면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진시황제였다고 할 수 있다.

  • 진시황제 사망 이후 크게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으로 나뉘어 전쟁을 벌이다 마지막에 유방이 승리하면서 한나라가 천하 재통일을 이룬다. 이때 유방은 진시황제의 법가의 방식이 아닌 유가적 방법을 사용하여 국가 통치 체제를 정비한다. 기존의 법치적체제의 장점은 유지하되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유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바꿔나갔다. 

    그럼 유가는 어떻게 정치 체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유가의 기본 개념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있었다. 통치 시스템을 어떻게 갖추거나 방법론적인 제시가 아닌 ‘군자’가 인간을 ‘인의’로 다스리는 것이 최고의 통치라고 말했다. 인의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수양이었고 독서와 사색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유가는 제자백가 시대 다양한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묵가 사상의 생활을 돕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유가에서 말하는 백성들이 먹고살기 편한 세상이라는 사상에 동화돼 자연스럽게 유가에 흡수됐다. 더불어 법가, 형가, 병가 등의 사상들의 장점도 받아들이면서 통치 체제로써 필요한 것들을 차용해서 쓸 수 있는 유연한 사상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지금 제자백가의 모든 사상을 알 필요는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자백가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는 배워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보고 사색하면서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나누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유가 사상의 기본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독서와 사색, 토론이다. 

    나와는 다를 수 있는 다양한 생각에 대해 알아보고, 건강한 토론으로 좋은 사람, 좋은 세상을 만드는 행동. 그 첫 발걸음은 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