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유행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권준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교육팀장
기사입력 2024.01.17 13:27
  • 아이들이 ‘밈’을 소비하듯이 책에 담긴 문화도 소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될까?
    ▲ 아이들이 ‘밈’을 소비하듯이 책에 담긴 문화도 소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될까?

    OTT와 미디어 매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에게 파급되는 그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유전자의 보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생물학적 진화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문화가 전달되기 위한 정보의 단위, 양식, 유형, 요소 등의 수단으로 ‘밈(Meme)’을 소개했다.

    ‘밈(Meme)’은 모방을 뜻하는 ‘미메메(Mimeme)’와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의 합성어로,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 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 단위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밈’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고, 디지털 기기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이런 문화에 노출될 기회는 많을 수밖에 없다. 

    ‘밈’은 단순 모방과 다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재가공을 거듭해 전파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학생들 간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면 그 편린을 엿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혹시 직접적으로 시청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다가도 단순히 주위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전파된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 권준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팀장.
    ▲ 권준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팀장.

    언젠가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그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드라마를 즐기지 않는 편이기에 달리 해 줄 말은 없었지만,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었다. 질문한 내용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 인물들이 왜 그런 감정을 나타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자세히 설명을 해줘 전말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해를 했지만, 그 특수한 상황은 공감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배경지식을 덧붙여 그에 대한 답을 해주자 집중도가 높아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뭇 진지한 답을 듣는데도 흥미를 잃지 않는 점이 새삼 느껴졌다.

    교과서에 수록되는 문학 작품들은 대개 학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는 동떨어진 시간적 배경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억 속의 들꽃’이나 ‘흰 종이수염’처럼 한국전쟁이나 전후가 배경인 것들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어휘가 생소한 경우도 많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학생들의 상식과는 맞물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항상 배경지식이나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깔린 사고를 미리 언급하게 된다. 적어도 그냥 그런 것인가 보다, 하는 반응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배경지식을 미리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 상황과 인물들의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가 한결 쉬워진다. 인물들에게 접근하기가 쉬워지면 그만큼 몰입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다. 

  •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 교육센터
    ▲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 교육센터

    몰입하면 학생들이 작품을 대할 때 흥미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유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유행은 보통 아이들이 너무 많이 접해서 좋지 않을 것이라 여기게 된다. 하지만 대중 매체에는 책도 당연히 포함된다. TV가 생기기 전에는 그 영향력이 훨씬 더 컸기에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도 그 당시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매체였다. 당대의 서민 문화였던 판소리와 그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 ‘수궁가’, ‘흥부전’ 등이 그러했고 유럽의 고전인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작품들도 그러했다. 그 당시의 주류 문화를 소비하는 식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수준이 낮은 문화라는 인식이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른 후대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전이라는 무게를 지닌 작품으로 승화된 사례들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소비하는 유행도 그와 같은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대중적인 유행을 소비한다는 입장은 큰 맥락에서는 당시의 독자들과 학생들이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생경한 어휘, 일견 이해되지 않는 등장인물의 행동은 그 시대의 유행을 바라본다는 시각에서 다시 읽어 보게 하면 흥미를 더 끌어낼 수 있다. 흥미가 생긴다면 어렵기만 하던 책을 다시 붙잡을 용기도 생긴다. 아이들이 ‘밈’을 소비하듯이 책에 담긴 문화도 소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