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1% 교육] 초등학교 저학년 코딩교육, 보드게임으로 시작하자
김기영 대표
기사입력 2023.10.04 13:37
  • 보드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코딩 입문 교육으로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보드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코딩 입문 교육으로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코딩은 논리력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코딩은 컴퓨터의 언어로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행위다. 컴퓨터의 세상은 0과 1이 전부다. 불이 안 들어오면 0이고 들어오면 1이다. 컴퓨터는 0과 1로 만들어진 집합체다. 논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것이 0과 1로 귀결된다. 있거나 없거나, 되거나 안되거나. 둘 중 하나다. 컴퓨터와의 대화는 결국 논리력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좋은 코딩 교육은 어떤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교육은 더욱더 그러하다. 코드(code)를 쓰는 건 언제든지 배울 수 있지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건 골든타임이 정해져 있다. 7~9세 시기를 암기식 코딩 교육으로 낭비하긴 너무 아깝다. 

    필자의 추천은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은 간단한 물리적 도구로 놀이판(board)에서 진행하는 게임을 지칭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둑, 부루마불, 젠가, 도미노와 같은 놀이들도 보드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워낙 여러 종류의 놀이들이 있고 놀이마다 나름의 특징들이 있지만, 보드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논리력’이 필요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체스를 예로 들어보자. 체스는 바둑과 같이 2명이 진행하는 보드게임이다. 과거 그리스의 장군이 전쟁 중 전술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화가 있을 만큼 고도의 전략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마인드 스포츠다. 체스는 상대방의 왕(king)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인데, 이 과정에서 여러 말들을 주어진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총 64개의 칸 위에서 32개의 기물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보니 게임 중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깝다. 결국 이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어진 옵션들을 효율적으로 연산하고, 이 중에서 가장 승리의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체스와 같은 보드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논리력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빅테크 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이미 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이를 코딩 교육까지 연결하는 사례가 많다. 최초에는 블록코딩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으나, 블록코딩으로만 이루어지는 단독 교육은 코딩에 대한 친숙함은 향상시켜주지만 생각의 힘 자체를 길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25년 시행되는 초중고교 코딩 교육 의무화로 인해 관련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교육의 수업 시수가 현재의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초등학교는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 편성될 예정이다. SW 영재학급도 기존 40개에서 2025년 70개까지 늘릴 방침이고, 수도권 대학의 디지털 분야 입학 정원이 8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코딩 교육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학부모들은 국영수와 다르게 코딩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 보니 교육의 방향성을 쉽게 잡지 못한다.

    그럴 때일수록 그 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코딩은 결국 논리력이다. 생각하는 힘이 먼저라는 뜻이다. 특히 제한적인 ‘지적 수용공간(intellectual capacity)’을 가진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코드부터 들이미는 교육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드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코딩 입문 교육으로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지름길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