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엠의 독서논술] 오감 만족 독서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3.09.13 09:00
  • 새 학기가 시작되고 가을이 시작되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바빠진다. 독서의 계절 ‘가을’과 함께 학교에서도 독서 활동을 활용한 다양한 학사일정을 만나게 된다. 지난 방학에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다양한 책을 만나고 책에 오롯이 집중했을 것이다. 방학이 끝난 지금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방과 후에, 하루가 끝나고 방에서 조용히 독서를 이어가며 짬짬이 시간을 활용하며 읽어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시기에 따라 귀중한 독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추세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부원장
    ▲ 박혜진 책읽기와 글쓰기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부원장

    책의 형태가 달라졌다. 기존의 독서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눈으로 활자를 읽고 머리로 그림을 그렸다. 따라서 겉표지의 일러스트나 색깔, 종이의 질감, 내부의 그림 또는 글씨체 등 다양한 요소에 독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큰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의 발전 속에서 느긋한 기존의 독서는 점점 외면당했고, 이는 국민 독서율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독서 진흥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책 독서율은 성인이 40.7%, 학생은 87.4%로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소리책(오디오북) 독서율은 성인 4.5%, 학생 14.3%로 증가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단계의 아이들은 학부모가 읽어 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초등 1학년, 2학년 학부모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가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까요?”다. 앞서 다룬 내용을 생각해 보면 “평생 읽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문 성우, 저자, 아나운서, 배우 등 소리로 호감을 주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가 들려주는 책은 발상의 전환이 낳은 황금알이다. 시간이나 장소, 책을 읽을 환경을 마련하고 책을 고르는 과정이 생략된 채 그 자리에서 고르고 듣는 것만으로 독서가 시작된다. 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글자만 가득해서 이미지화가 어려웠던 학생이나 눈으로 읽는 것이 어려웠던 경우도 듣는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후활동도 다채롭다. 흔히 알고 있었던 독서록, 독서 일기 등 연필을 들고 사각사각 적는 외로웠던 글쓰기는, 종이 위에 우뚝 선 연필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동구의 강동도서관에서는 책 속의 주인공을 직접 인형으로 만들어 보는 특강을 진행한다. 책을 읽고 책 속의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면 마치 주인공이 살아나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인형뿐만이 아니다. 제주 꿈바당어린이도서관에서는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점토와 3D펜을 활용해 책 속 소재를 실체화한다. 종로구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에서도 시공주니어의 <느리고 느린 가게>를 읽고 점토 조형 놀이를 하거나 논장의 <지구촌 얼굴-가면>을 읽고 가면을 만드는 특강을 준비했다. 책을 읽고 내용을 머리에 넣는 과정에서 재미있었다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촉감을 통해 만들어 내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실제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과정에서 끝내는 것보다 책 속 내용을 책 밖으로 꺼내 독창적으로 표현했을 때 더 친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파크리오교육센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 위에 쐐기문자를 새겨 내용을 전달했고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에 기록했다. 지금까지 사용되는 긴 종이의 한가운데에 실로 꿰매는 코덱스 형태는 기독교에서 시작됐다. 처음 코덱스 형태의 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코덱스 이전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빠르게 사라졌다. 필경사의 노력이나 양피지를 만드는 과정의 번거로움은 초반의 시대에나 걸림돌이 됐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종이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이북 리더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앱을 설치하고 배워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새로운 기계나 이어폰을 사야 하는 수고, 익숙해지는 과정도 양피지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 파피루스 더미처럼 종이책은 자취를 감추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독서의 비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