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평가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통하는 취준생 자기소개서는? (인터뷰)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3.08.07 17:02

- 건국·숭실대학교 입학사정관 출신, ‘무하유’ 이은진 프로 인터뷰
- “AI 평가 서비스, 채용 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만들 것”

  • 무하유 이은진 프로. / 무하유 제공.
    ▲ 무하유 이은진 프로. / 무하유 제공.

    무하유는 자연어 기반의 실용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으로,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의 운영사다. 문서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는 다수의 대학에 도입돼 각종 과제물 검토에 사용되고 있다.

    올해 무하유는 대학을 넘어 채용시장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카피킬러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적자원 영역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용 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표절률은 물론, 직무 적합성까지 분석해주는 AI 기반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이다.

  • 무하유 제공.
    ▲ 무하유 제공.

    건국대학교와 숭실대학교 입학사정관 출신이자, AI 평가 서비스 ‘프리즘’의 개발사 ‘무하유’에서 재직 중인 이은진 프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시대, 잘 쓴 자기소개서는 무엇일까. 

    Q. 취업시장에서 자기소개서의 역할과 중요성은 무엇일까요?

    자기소개서의 가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국어능력으로서의 가치입니다. 직무별 특성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직원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네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죠. 특히 자기소개서에서 파악되는 것은 지원자의 ‘쓰기’ 능력으로, 회사생활의 기본이 되는 이메일이나 보고서 작성 등이 가능한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됩니다.

    둘째는 인재상 파악으로서의 가치입니다. 보통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죠. 무엇이든 명확히 알아야 글로 쓸 수 있는 법입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지원자는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지원하는 기업의 인재상과 스스로가 일치되도록 해야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Q. 인공지능은 자기소개서를 어떤 원리 및 방식으로 평가하나요? 

    현재 프리즘은 ▲지원자의 적합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평가 기능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평가하는 기능을 적용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원자의 적합 여부 검증’은 △타 기업 지원 △기업명 오기재 △반복 단어 등 10여 가지 서류 감점 요인 검출을 통한 불성실 지원자를 판별합니다. 더불어 100억 건의 카피킬러 DB와 비교는 물론, 지원자 상호 간 표절 여부도 검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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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하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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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하유 제공.

    ‘자기소개서 내용 평가’는 BP평가와 RP매칭으로 평가를 진행합니다. BP평가는 ‘잘 쓴 자기소개서’의 기준이 되는 평가 구성 요소를 합산해 지원자별 자기소개서의 점수를 부여합니다.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세분화된 평가 요소가 활용됩니다. 또한, 채용 담당자에게 제공되는 결과지에는 자기소개서의 문장 중 경험, 능력, 인성 역량에 해당하는 구절을 하이라이트 표시하고, 유의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합니다. 

    RP매칭은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능입니다. 채용공고 직무기술서 또는 NCS 기반으로 지원자의 역량과 경험의 연관성을 분석합니다. 직무기술서의 주요 역량을 4, 5가지 선정해 이와 관련된 자기소개서의 문장을 추출하고 점수화합니다. 주요 업무 역량과 관련된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표시해 채용 담당자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프리즘과 같은 AI평가 서비스의 평가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I 평가 서비스의 ‘평가 정확도’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평가 결과를 도출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프리즘을 예로 살펴보면, 프리즘의 자기소개서 평가 결과와 인사담당자가 평가한 채용 평가 데이터를 비교 검증한 결과, 유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직무적합도가 높은 자기소개서를 골라내는 ‘RP매칭’ 결과는 각각 0.274, 0.246으로 상당히 높은 값을 기록했죠. 미국 노동부는 채용 검사 활용 가이드를 살펴보면, 상관계수 값이 ‘0.2’를 넘는 경우를 선발 도구로 유용하다고 봤으며, ‘0.35 이상’이면 매우 유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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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하유 제공.

    Q. AI가 평가하는 시대에서 잘 쓴 자기소개서란 무엇일까요?

    지원자의 경험 내용이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는 자기소개서입니다. 프리즘에서는 BP평가를 통해 '잘 쓴 자기소개서'를 평가합니다. 이 BP평가는 6가지 메트릭에 대한 결과를 제공하죠. 

    6가지 메트릭은 ▲답변적합도(문항에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답변을 작성) ▲직무적합도(지원한 직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본인의 역량을 잘 드러냄) ▲조직적합도(자기소개서에 드러난 지원자의 역량이 조직에 적합한지 판단) ▲구체성(자기소개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잇는지 판단) ▲본인 소개(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나'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작성) ▲문법 적합도(맞춤법, 띄어쓰기, 접속사, 비문, 문장성분 호응 등)가 해당합니다.

    Q.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은 무엇인가요? 회사나 직군마다 추구하는 자기소개서 스타일이 존재하나요?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 문항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서 작성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사기업이나 IT기업, 스타트업 등은 대체로 자유로운 편이죠. 

    회사에서 추구하는 스타일보다는 지원자들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직무, 기업의 특성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1년도에 프리즘에서 검사했던 123만 건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결과, 공기업 지원자 자기소개서에는 '원칙준수'와 관련된 역량을 작성하는 비중이 사기업에 비해 약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직군별로 살펴보면, IT직무 지원자 자기소개서에는 ‘실습’, ‘교육’에 대한 역량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영업직의 경우, ‘경쟁사 근무’와 관련된 역량을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비율이 1순위로 가장 높았어요. 타 직무의 경우, 자기소개서에서 ‘성과 창출’ 역량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Q. 자기소개서를 쓸 때, 취준생들이 가장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지원하는 기업명을 잘못 기재하는 것이죠. 이전에 작성해 놓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기입하거나, 기존 자기소개서에서 기업명만 수정하는 경우, 회사 명칭을 잘못 기재하는 경우죠. 지원자는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되겠지만, 기업에게는 지원자의 성의나 성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격 사유입니다. 따라서 기업명 오기입으로 탈락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실수를 많이 범합니다. 첫 번째는 이미 작성된 자기소개서 중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답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로, ‘답변적합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므로, 질문의 요구사항이 잘 드러나는 답변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본인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게 작성하는 경우죠. ‘나’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내가 한 일, 나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Q. 자유형식 자기소개서에서 꼭 넣어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요?

    ‘지원동기’와 ‘직무 관련 본인의 강점’, ‘노력 과정’이 필수입니다. 경력자라면, 경력 사항 중심으로 본인의 역할과 성과를 서술해야 하고, 신입 지원자라면 직무에서 요구되는 강점을 파악해 본인이 해당 강점이 있음을 어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성장 과정’이나 ‘성격의 장단점’이 고전적인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의 항목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본인의 오늘을 형성한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에서 ‘어떻게 일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문서’가 자기소개서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도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열심히 하겠다’, ‘잘 할 수 있다’가 아닌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확보해서 서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자기소개서 제목이 요구되는 경우, 어떻게 짓는 것이 좋을까요? 제목도 AI 평가시스템에 의해 평가되는 요소일까요? 

    자기소개서의 제목을 잘 지었는지는 AI 평가시스템에 의해 평가되는 요소는 아닙니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평가하는 경우, 제목은 자신의 강점을 한눈에 요약해서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작성해야 하죠. 기발하거나 참신한 제목보다는 글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제목으로 짓는 것이 좋습니다.

  • 무하유 제공.
    ▲ 무하유 제공.

    Q. AI평가 서비스가 앞으로 구인구직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요? 자기소개서 외에 면접에서도 활용이 가능할까요? 

    AI 평가 서비스를 활용한 채용 자동화, 평가 자동화는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채용 포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3곳은 AI 도입이 채용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죠, 실제로 ▲채용 비용 감소 ▲효율성 향상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한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무하유에서는 프리즘에 이어 2022년 AI대화형 면접 서비스 몬스터를 출시, 자기소개서 내용을 평가한 것처럼 면접 답변 내용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더 많은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자기소개서가 없는 간편 지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깜깜이 채용’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죠. AI 면접 서비스는 부족한 지원자 정보를 면접 질문을 활용하여 해소하는 동시에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회사에 대한 관심 및 참여 의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AI 평가 서비스가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취준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AI 평가 서비스가 널리 사용된다면 채용 과정이 더 효율적이고 전문화될 수 있습니다. AI 면접은 기존 대면 면접과 동일한 과정과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가고 있죠. 취준생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도구가 낯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모의 면접 등을 통해 동일한 상황을 연습해보는 것이 좋아요. 

    도구가 달라진다고 해서 취준생들이 갖춰야 할 본질적인 역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희망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본인이 가진 강점을 인재상에 맞게 녹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면접을 훈련하는 것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습니다. 

    Q. 끝으로 취업에 나선 취준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도구가 달라지거나 과정이 길어진다고 해서 너무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나 자신을 알고, 어필하는 과정이 취업의 과정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평가와 자동화는 지원자와 평가자 모두를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