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3.07.19 09:00
  • “글을 아니까 어디를 가도 겁이 안 납니다. 글을 모를 때는 남한테 물어보기 부끄러워 버스를 놓친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혼자 은행 일도 다 봅니다. 그래서 비밀통장도 만들었습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행복입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책에 나온 황지심 할머님의 글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또는 가난한 살림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뒤늦게나마 글을 깨우치고 쓴 그림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책으로까지 출간됐다.

    한 자, 한 자에 정성스레 인생을 담아낸 것을 보면서 훈민정음이 반포된 조선을 생각해 보았다. 그때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짜릿한 행복’을 느꼈을까 하고 말이다.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상황은 다르지만, 여전히 한글을 깨치게 해달라는 의뢰가 많다. 특히 여러 사정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하여 우리말을 익히고자 하는 문의가 많다. 

    해외에 체류하여 한국어가 제2 언어가 돼 버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자음보다는 모음을 먼저 접하게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음은 혼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 보통 모음 ‘-’와 결합하여 소리를 알려 준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모음을 익힌 뒤 자음을 익히는 것이 수월하다. 

    여기서 잠깐, 자음과 모음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학습한 학생의 경우 자음과 모음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해외 체류 학생에게는 자음, 모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와닿기 어렵다. 이때 자음은 아기 글자, 모음은 엄마 글자인 점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엄마는 혼자 소리가 나지만, 아기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소리가 날 수 있는 점을 설명하면 학습자가 자음과 모음의 차이점을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둘째, ㄱ, ㄴ, ㄷ, ㄹ 등 우리가 익히고 있는 순서대로 지도할 필요는 없다. ㄱ, ㄴ, ㅁ, ㅅ, ㅇ 기본자를 기준으로 ㄱ 학습 시 ㅋ을 같이 익히고, ㄴ 학습 시 ㄷ, ㅌ을 묶어서 지도하는 게 좋다. 원 글자에 획을 더한 글자를 같이 제시하며, 발음할 때 입에서 바람이 강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에 더해 된소리도 같이 묶어서 제시하면 학생들이 소리를 더욱 쉽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ㄱ과 ㅋ, 그리고 ㄲ을 묶어서 공부하는 것이다. ㄱ보다 바람이 세게 나와서 막대기가 하나 추가되어 ㅋ이 되고, ㄱ을 두 배로 강하게 소리 내면 ㄲ이 되는 점을 알려준다. 
  • 셋째, 모음과 자음을 익혔다면 복잡한 모음과 받침 순으로 학습한다. 바로 이 부분이 학생들이 벽을 느끼는 관문이다. 사실 /ㅔ/와 /ㅐ/의 경우 과거에는 소리를 구분하여 발음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음성학적으로만 구분 지을 뿐 일상생활에서는 비슷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암기가 필요하다. 해외 체류 학생뿐만 아니라 국내 학생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내용 중 하나로 맞춤법에서 실수가 많은 부분이다. /ㅔ/와 /ㅐ/를 지도할 때는 입 모양 크기의 차이를 강조하며 지도하는 게 방법이다.

    이처럼 발음 중심으로 접근하여 차츰 의미 중심으로 확장하는 교육법을 권한다. 하나하나 낱자의 소리를 알려 주고, 이후 자음과 모음을 합성하여 글자를 학습하는 식이 한글을 익히기 수월하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음과 모음을 익혔다고 해서 글쓰기를 바로 욕심내는 것은 금물이다. 밥을 안칠 때 뜸 들이듯 먼저 우리말로 말하고 읽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키며 책을 읽어주거나, 쉬운 책은 아이 스스로 읽어보며 우리글을 읽을 때의 짜릿함을 맛보게 하는 게 좋다. 쓰기는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한글이 많은 학생에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본다.

    글=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