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터넷에서 ‘우갤’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우갤’은 ‘우울증 갤러리’를 뜻하는 신조어로 누구나 인증 절차 없이 익명으로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말합니다. 이 갤러리는 2017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초기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커뮤니티라 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는 한 여학생이 이 갤러리에 글을 올린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우갤’이 하나의 가십거리를 넘어 너도나도 궁금해하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는 ‘우울증 갤러리’ 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우울 브이로그’, ‘우울계’ 같은 동영상 채널과 SNS 계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아이들 사이에서 ‘우울증 갤러리’가 화제가 된 건, 앞서 말한 10대 여학생의 극단적인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건, ‘우울증 갤러리’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아이들에게 접근해 괴롭힘, 성 착취, 약물 오남용, 자살 방조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죠. 실제 언론을 통해 피해자와 이용자들의 제보가 쏟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20대 남성 4명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당장 아이의 우울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일단, 부모는 아이들의 우울과 관련해 3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꽤 많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우울증 갤러리’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죠.두 번째는 요즘 아이들은 우울증을 앓게 되면 속에 담아두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물론 그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이 부모나 선생님이면 참 좋겠지만, 아이들에게 교사나 부모는 그 존재감만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세 번째는 우울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주로 ‘우울증 갤러리’와 같은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바로 ‘범죄 노출’과 ‘비전문성’이죠. 다시 말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대부분 익명이다 보니 위로를 원하는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전문성 없는 일반인이 함부로 아이를 상담했을 때 오히려 아이의 우울을 부추겨 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아이들의 우울과 관련한 통계도 비슷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22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감 경험률 등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해마다 증가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울감 경험률은 2022년 기준으로 남학생이 4명 중 1명, 여학생은 3명 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어 부모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를 보더라도,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중 정신과 진료 환자 수가 해마다 높게 증가하는 것도 눈 여겨봐야 합니다. 특히, 우울증은 3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도 심상치 않고요.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실시하는 ‘어린이·청소년의 행복 지수’를 보더라도 22개국 중 한국이 꼴찌를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아이들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그럼, 아이들은 왜 그토록 우울할까요? 사실 아이들의 우울증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개인 기질과, 가정환경, 학교환경, 또래 환경 등 복합적인 성격이 강하죠. 하지만 한 교육업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아이들이 우울감을 경험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학업성적’과 ‘또래 관계’가 나타난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우울감을 유발하는 장소로 ‘학교’와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실제, 학업성적과 또래 관계 문제는 다른 연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력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우울증 원인으로 SNS를 주목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네이처’ 학술지에서 SNS를 이용하는 영국인 8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게재했는데,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이 SNS를 많이 사용할수록 만족도가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SNS를 애용하는 만 12~15세 사이의 여성 아이들의 경우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하지만 흥미로운 건, SNS를 1시간 미만으로 적당히 이용했을 경우, 전 연령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가 SNS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구이기도 했습니다.그렇다면 부모는 아이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걸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요? 보통 정신과 전문의는 아이가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는 감정 상태가 2주간 계속되고 또, 학교와 가정에서 일상적인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할 때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진단을 내립니다. 특히, ‘아픈 마음들의 시대’의 저자인 최강 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우울증을 앓게 되면 어른처럼 우울하고 처지는 모습보다는 예민하고 짜증 내는 모습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조언하고 있죠. 그러니까 부모는 아이들의 지속적인 신경질 반응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또, 저자는 아이들이 우울증을 앓게 되면 “식욕이나 수면 장애를 경험하게 되고, 심할 경우 반대로 식욕이나 수면이 과하게 증가할 수 있다”라고 꼬집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울을 ‘아이의 자아가 빈곤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은 자아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쉽게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죠.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건, 오히려 아이가 자기 비난을 강화할 수 있어 말리고 있습니다.이제 해결책을 고민해 보죠. 부모는 아이가 우울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신체적인 활동을 제안합니다. 스포츠나 등산, 캠핑, 여행 등을 말하겠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의 우울증을 발견했다면, 고민하지 말고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나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로 연락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부모는 아이의 증상을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건, 부모가 아이의 우울증을 발견했을 때 ‘성장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우울증’을 흔한 ‘감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전문성 없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상대해 해결하려는 행동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시고요. 분명한 건, 우울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질병’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의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아이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글=서민수 경찰관 #조선에듀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아이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기웃거리는 이유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