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옛말”… 교권, 어디까지 추락하나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3.05.10 16:57
  •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인 500건대(520건)로 증가했다.
    ▲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인 500건대(520건)로 증가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노래 ‘스승의 은혜’의 가사 중 한 구절이다. 이 노래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담아 주로 불린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감사를 표하는 것도 다 옛것처럼 느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10일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가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인 500건대(520건)로 증가했다. 최근 6년 만에 최고치다.
  • 교권침해 주체 별 상담 건수. / 교총 제공.
    ▲ 교권침해 주체 별 상담 건수. / 교총 제공.
    ◇ 학부모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지난해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2021년 14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자녀 지도를 문제 삼은 아동학대 신고가 두드러진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 241건 가운데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됐다. 

    문제는 학부모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총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관련 상담 건을 살펴보면, 자녀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본인에게 돌아올 피해는 거의 없는 점을 악용한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대부분 사례가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성,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신고로 교원들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교원들의 교육지도 위축과 회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무고 또는 업무방해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 피해교원에 대해서는 심리 상담‧치료‧요양 등의 보호조치와 교원치유센터 지원, 소송비 지원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0년 1089건에서 2021년 2109건으로 2배나 늘었다.
    ▲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0년 1089건에서 2021년 2109건으로 2배나 늘었다.
    ◇ 학생으로부터 폭언과 성희롱까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의 ‘교권보호위원회 접수·조치 현황’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0년 1089건에서 2021년 2109건으로 2배나 늘었다. 

    지난해 충남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여성 교사 뒤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올해 초 대전에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성희롱으로 고통받던 교사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이처럼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수준이 수업방해를 넘어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수업방해, 교권침해 등 문제행동 시, 교사가 즉시 지도‧제재할 방법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교권침해를 일으켰다고 인정되는 학생에게는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내 봉사부터 퇴학까지 징계를 내리는 방식이 전부다.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로는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7개다. 하지만 실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조치 결과를 보면 대부분 출석정지에 그치는 실정이다.

    교총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장하는 법,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교권침해의 실질적 예방을 위해 조속히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 교사노조연맹 제공.
    ▲ 교사노조연맹 제공.
    ◇떨어지는 교권, 고통받는 교사들 

    학생과 학부모에 따른 교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퇴직을 고민하는 교사 수 역시 늘었다. 

    10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스승의 날을 맞아 조합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8일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87.0%(거의 매일 25.9%, 종종 33.5%, 가끔 27.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직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도 68.4%나 됐다. 

    최근 5년 동안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6.6%로 나타났다. 교육 활동 중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험이 있는 교사도 649명(5.7%)이었다.

    교총은 앞서 4월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원이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실 퇴장 △교육활동 장소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 △반성문 등 과제 부과 등을 담은 동법 시행령 개정안을 교원단체‧노조 중 최초로 교육부에 전달하고, 반영을 촉구한 바 있다.

    교총은 “시행령 개정까지 관철시켜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보호하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면서 “교육부는 현장 염원을 담아 마련한 교총의 시행령 개정안을 반드시 반영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