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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우리 아이한테는 학년별 권장 도서가 어려워요. 학년을 낮춰서 수업 들을 수는 없을까요?”“지금 초등 고학년인데 수업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지요?”초등학교 6년의 시간은 길면 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습의 부재가 있었던 현 중학년 학생들에게는 더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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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발적인 독서 습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바쁜 일상으로 ‘알아서 읽겠지’라고 흘려보내면 중학교 때 좌절하기 쉽다. 초등과 중등의 수준, 목표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등 때는 이미 다져진 시기여야 한다.도서는 크게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문학 작품에서는 저학년 때 ‘나-너-우리’의 개념을 익히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고,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며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운다. 나아가 고학년 이상부터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자아를 생각해 보며 진로 탐색을 한다.비문학에서는 자연과학, 역사, 정치, 경제, 세계사 등의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게 되는데,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의 관점이 달라진다.그중 과학 도서를 예로 들 수 있다. 우선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쭈글쭈글 애벌레(비비언 프렌치, 비룡소)>라는 도서는 작은 알이 애벌레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어떻게 나비가 될까?’라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 그 해답을 찾아 나가는 방식의 작품이다.중학년 시기에는 과학 용어들과 함께 지구 환경의 연계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이야기(박지환, 토토북)>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문제와 북극의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고학년 때는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한 예로 <소 방귀에 세금을?(임태훈, 디딤돌)>에서는 ‘지구는 정말 뜨거워지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시작으로 지구 온난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살펴보고, 경제적 관점에서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경제를 논하고 있으므로 다각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이 일게 하는 것이다.나아가 중학교 때는 초등 독서를 바탕으로 더욱 심화된다.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경제 등을 통틀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라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과학ㆍ기술ㆍ사회를 ‘세 바퀴’로 표현했다. “세 바퀴로 가는 자전거가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한 것은 바퀴가 셋이어서가 아니라 그 세 바퀴가 제 모양으로, 제자리에 적절히 위치한 탓”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기술과 사회가 제 모양으로, 제자리에서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임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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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학년 별 도서를 읽어내는 것은 어휘를 다져나갈 뿐만 아니라 분석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즉 다각적인 분석과 함께 논리를 갖추고 사고력을 키우는 일인 것이다. 만약 학년별 도서를 읽어나가는 데에 공백이 생겼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책 읽기는 점점 어려워져 접하기 싫은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현 학년별 도서가 어렵다면 조금 더 난이도가 낮은 책을 먼저 찾는다. 이후 차차 읽어낼 수 있도록 일 년간 독서량을 늘리고 이해능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책 읽기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기에 그것을 인지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때 기초부터 쌓아가는 것을 추천하는데, 한꺼번에 할 수 없으니, 매년 주어진 시간에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초등 시절 나무만 보았다면 중학교 때는 숲을 보아야 한다. 그 시야를 넓혀주는 것은 다량의 독서 활동이 뒷받침해줄 것이니 23년은 학년에 맞는 책을 읽어낼 수 있는 계획을 짜보는 것을 권한다.글=김수진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송파크리오교육센터 원장 #조선에듀
학년별 도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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