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디지털 자녀’를 위해 ‘디지털 부모’가 되어주세요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3.04.04 09:00

-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걱정해야 하는 20가지 이유

  • 요즘 아이들의 디지털 세대 특징을 구분할 때 흔히 3가지 정도로 나눠 구분합니다.
    ▲ 요즘 아이들의 디지털 세대 특징을 구분할 때 흔히 3가지 정도로 나눠 구분합니다.
    흔히 요즘 자녀 세대를 가리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줄여서 ‘디지털 세대’라고 부릅니다. 부모님이라면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일 겁니다. 디지털 세대라는 개념은 흘려듣기 쉽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 중 하나죠.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아이의 세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건 참 중요한 대목입니다. 일단,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걸 인식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요즘 아이들의 디지털 세대 특징을 구분할 때 흔히 3가지 정도로 나눠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新 기술세대’라는 점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솜씨는 일찍이 부모님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죠. 지난 코로나 기간에는 한 아이가 원격 수업을 못하도록 인터넷을 해킹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심지어 미국에 거주하는 한 아이는 스마트폰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압수당하자 거실에 있던 스마트 냉장고를 이용해 친구들과 SNS를 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학습지 아이패드로 친구들과 메신저를 주고받는 일이 벌어져 부모님들이 적잖게 놀랐죠. 그만큼 요즘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건 디지털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이 부모 세대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것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두 번째 세대 특징은 ‘新 경제세대’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튜버 같은 ‘1인 미디어’에 관한 호감도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죠. 2019년 한 설문 조사에서 청소년 희망 직업 1위로 ‘유튜버’가 선정된 것도 우연은 아닙니다. 이후 아이들 사이에서 유튜브가 소위 ‘갓튜브’라 불리면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창작가들이 꽤 늘었습니다. ‘힐러리 입’이라는 홍콩의 세계 최연소 CEO가 있습니다. 힐러리 입은 홍콩에서 나고 자랐으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지녀 학창 시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해 동급생들에게 자주 따돌림을 당했다고 해요. 결국, 힐러리 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는 아픔까지 겪었지만, 가족의 도움으로 ‘홈 스쿨링’을 시작했고, 한 창업 아이디어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Minor Mynas’라는 전 세계 어린이용 ‘언어 학습’ 앱을 만들어 CEO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창업 문턱이 낮아진 것도 ‘10대 청소년 CEO’가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죠. 결국, 이제 ‘CEO’라는 호칭은 어른들만의 몫이 아닌 시대가 됐고,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경제 세대가 되고 있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 세대 특징은 ‘新 혁신세대’입니다. 2022년 1월, 세계 유명 언론들은 유명 스포츠업체인 나이키가 ‘두들 보이’라고 불리는 초등학생 아이와 디자이너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원래 조 웨일은 10살 때부터 그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낙서 잘하는 아이에 불과했다고 해요. 하루는 아이가 학교에서 낙서 때문에 선생님에게 심한 꾸중을 듣게 되자 그의 부모는 아이를 나무라는 대신 미술 수업에 등록시켰고, 미술 선생님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마음껏 도화지를 제공하며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합니다. 또, 미술 선생님은 아이에게 낙서한 그림을 버리지 않고 SNS에 올려볼 것을 권유해 결국, 아이가 SNS에서 천재 디자이너로 인기를 얻어 나이키와 계약할 수 있었다고 하죠. 우리나라에도 ‘두들 보이’와 버금가는 아이가 있는데요. 바로 ‘NFT’계에서 ‘아트띠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박하름 군입니다. 하름 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심심할 때마다 노트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점점 재밌어졌고, 당시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던 아빠의 도움으로 NFT 아티스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가 소유하지 못한 ‘혁신성’을 지녔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혁신’의 실체는 ‘용기’와 ‘도전’을 전제로 하는데, 요즘 아이들의 상상력과 행동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무엇보다 전문가 대부분은 학교와 가정이 디지털 세대의 조력자가 되어줄 것을 당부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앞선 사례 모두 아이들의 혁신적인 활동에는 가정의 역할이 컸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부모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볼까요. 이번 글에서 중요한 핵심은 바로 ‘디지털 기술력’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디지털 학습력은 부모가 생각하는 속도를 뛰어넘습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와 디지털 기술력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아이가 고학년이 되었을 때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디지털 기술의 양면성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도전을 시험해보지만 어떤 아이는 위험천만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아이들은 스마트폰 속에서 자신의 기술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많은 시도를 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위험을 마주했을 때 아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결국 부모의 교육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역사와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바로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그 영역에 대해 지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이 선생님의 자격과 지식을 인정하기 때문에 교육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죠. 하지만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역사와 수학 지식이 부족하다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교육에 집중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더 잘 알고 있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죠.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양육하는 건, 부모가 아이보다 삶의 지식이 많기 때문이고 아이도 그걸 인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스마트폰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아이보다 디지털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부모님에게 필요한 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부모 또한 디지털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디지털 배움터’라는 디지털역량 교육 플랫폼을 전국에 1,000개소 운영 중입니다. 단순히 어르신들의 키오스크 역량을 올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 각 계층에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죠. 또,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부모지원센터’와 ‘평생교육학습관’에서는 학부모를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보죠. 디지털 세대인 요즘 자녀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디지털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최소한 노력만이라도 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 수 있습니다.
  • 글=서민수 경찰관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