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독서는 왜 필요할까?
염보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3.03.29 15:30
  •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 때 비로소 이야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더욱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 때 비로소 이야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더욱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재미있는 놀거리가 많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앉은 자리에서 모든 것들이 해결되고 있다.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쇼핑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스마트기기의 보급으로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책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학생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수업 중 아이들과 책의 내용을 나눌 때 어떤 아이는 책의 내용을 줄줄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주요 내용을 정확히 짚지 못하거나, 인물들이 겪은 상황을 뒤바꿔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같은 책을 주고 일주일이라는 동일한 시간을 준 후에 만나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 염보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 염보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흔히 말하는 문해력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이다.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다독의 문제이다. 두 번째는 책을 읽긴 하나 제대로 읽는 법을 모르고 읽는 것이다. 

    학생들과 수업하며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묻는다.

    “책을 읽을 때, ‘흰색 페이지 위에 검은색 글씨가 있고, 옆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있네.’ 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니지?” 

    교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까르르 웃는다. 

    사실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독서 교육만으로는 제대로 된 독서법을 가르쳐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은 책을 읽지만, 사고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주제를 찾기가 늘 어렵다. 그러나 모든 공부의 기본은 읽기이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문제를 풀 때 요구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고학년이 될수록 지문의 분량이 늘어나고 난도가 높아지므로 읽기는 꼭 필요하다. 
  • 리딩엠 목동점.
    ▲ 리딩엠 목동점.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은 후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책을 가까이하고 같은 책이라도 반복적으로 읽어야 한다. 책이라는 것은 볼 때마다 새롭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듯 어제 읽은 책이 오늘도 똑같이 다가올 리 없다.

    물론 책을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읽는 것은 기계적으로 글자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인물, 스토리가 구조화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주요 사건을 파악하면서 읽고, 다 읽은 후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인공의 행동은 올바른 것인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추리하고 비판하는 능력까지도 따라오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아이들 바로 옆에서 달콤한 소리로 속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책의 내용을 되새김질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조력자가 되어 책 속에서 중심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흐름을 정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끌어 주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숙제하듯이 후다닥 읽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내용을 곱씹으며 읽어보면 책 읽기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혼자서 책을 읽은 후 내가 이 책을 잘 읽은 것이 맞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다.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책 한 권을 읽은 후 바로 내려놓기보다 두 번 이상 읽으며 책 속에 따라 들어가길 바란다.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 때 비로소 이야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더욱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글=염보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조선에듀